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 세금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무라 오지로 지음, 김지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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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처럼 세금은 한 국가를 운영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역사를 살펴봐도 잘못된 세금제도로 인해 붕괴한 많은 경우를 찾아 볼 수 있다.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부자에 대한 감세로 인해 보수정권을 지지한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다. 부유층도 아니면서 그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지예산에 대한 문제로 타격을 받게 될것이다.


이 책은 조세제도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에 대해 70가지의 세금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세금을 어떻게 부과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방향성이 크게달라진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면세혜택을 제공하는 세금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빈부 격차는 계속 커지게 된다. "세금 제도가 국가의 앞날을 좌우한다."라는 말은 과언이아니다.


저자 오무라 오지로는 일본 국세청에서 10년간 국세 조사관으로 일했고 세금을 포함한 돈의 흐름과 관련된 30여 권의 책을 펴냈다. 10년간 국세 조사관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로마의 몰락부터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까지 역사를 바꾼 세금부터 중세의 초야세와 러시아의 수염세, 중국의 독신세, 영국의 난로세와 창문세 등 온갖 기이하고 놀라운 세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문명의 탄생 이후 세금은 인류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기원전 3000년경에 수메르인들이 남긴 점토판에도 "한 나라가 끝나고 다음 나라가 와도 세리(稅吏)는 찾아온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란 말도 있다. 또 세금을 싫어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똑같다.


세금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국가와 사회를 부흥하게도, 몰락하게도 만든다. 이 책은 복잡한 세금제도가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책속의 다소 엉뚱하면서 재미있는 세금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한다.

전쟁세는 보유한 재산 종류에 따라 세율이 변동되는 구조였다. 보석이나 고가의 의상, 호화로운 마차와 같은 사치품에는 일반적인 세율부터 최대 10배에 이르는 세율의 세금이 부과됐다. 또 전쟁 중에는 부자에게 국가에 대한 융자 제공 의무도 부과했다. 부유층의 세금 부담이 커지는 세금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영국은 해적선의 약탈 행위를 승인하는 대신 노획품의 5분의 1을 국고에 바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반대로 말하면 국가가 노획품의 5분의 1을 ‘해적세’로 납부한 이들의 약탈 행위를 눈감아준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너나할 거 없이 바다 사나이들은 모두 해적이 됐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도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중세 유럽 국가들의 국토는 왕의 영토가 아니었다. 귀족들이 각자 영지를 보유하고 왕은 이를 다스리는 이에 불과했다. 따라서 국왕의 직할령은 결코 넓다고 할 수 없었다. 귀족들은 세금이 면제됐고 국왕의 수입은 직할령의 세금과 관세뿐이었다. 그런데도 중세 유럽의 국왕들은 전쟁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북아메리카 주민들은 밀수를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북아메리카 식민지에는 정치적 의석이 주지 않으면서 물건만 팔겠다는 영국의 심보를 읽어낸 것이다. 밀수업자들은 이 상황에 근거해 “대표가 없으니 과세도 없다.”라고 주장하며 모든 과세를 거부했다.

 

고대부터 중세에 걸쳐 유럽에는 ‘초야세’가 있었다. 황당하지만 영주는 영주민이 결혼하는 부인과 첫날밤에 동침할 수 있는 ‘초야권’이라는 권리를 가졌다. 영주민은 초야권을 거부하려면 세금을 내야만 했는데 이 세금이 바로 초야세다.

 

유방세는 신분이 낮은 여성이 거리를 다닐 때 유방을 감추고 싶다면 내야 하는 세금이었다. 유방세를 내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 유방을 가릴 수 없었다. 세액은 유방의 크기에 따라 정해졌다. 과세 대상이 된 여성은 스무 살이 되면 관리에게 유방을 측정 당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종교 대립의 원인은 ‘이교도세’와 관련 깊다. 세계 역사를 보면 정복한 지역에 자신들의 종교를 전파하고 개종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겼다. 이에 종교적 신념으로 종교를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동서고금의 징세 당국은 독신자의 세금을 늘리거나 특별한 세금을 부과했다. 어느 사회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이 사회에 대한 공헌이다.”라는 인식이 있었고, 이를 따르지 않는 독신자에게는 무거운 세금을 징수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중화장실세는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증세 정책을 상징했다. 그리고 당시 증세에 반대하는 이들이 비판하기 좋은 대상이기도 했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아들인 티투스조차 “화장실에 세금을 매기다니 더럽다.”라고 비판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자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이 ‘공중화장실세’로 처음 징수한 돈을 아들에게 건네고는 “냄새가 나는...

 

온천에 들어갈 때 부과되는 세금을 ‘입욕세’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하는 세금으로 1인당 하루 150엔(약 1,500원)이 기준이다. 그러나 관광지는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기도 하고, 지역 주민이 당일치기로 사용하는 온천은 감세 혹은 면세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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