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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 매드니스 - 책, 그 유혹에 빠진 사람들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 지음, 표정훈.김연수.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6년 1월
평점 :
천 페이지가 훌쩍 넘는 양장본 벽돌책이다.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는분들이 많을텐데 지금은 추억으로 사라진 온라인 서점 리브로가 폐업을 앞두고 50% 세일을 단행했을때 구입했다. 당시 꽤 많은 벽돌책을 구입했는데 시간이 될때마다 서서히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 이 책은 읽는데 대략 두 달이 넘게 걸렸는데 두께도 두께지만 방대한 양을 다루고 있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책의 제목인 젠틀 매드니스Gentle Madness란 점잖게 미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책에 미친 사람들, 도서 수집가 혹은 수집광을 지칭한다. 그러한 젠틀 매드니스들이 어떻게 도서를 수집했는가에 대한 역사와 열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바스베인스는 언론계에서 활동하며 탐사보도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분이며, 여러 신문 및 잡지에 책과 작가에 대한 칼럼을 연재한 경력이 있다. [젠틀 매드니스]에서 본인도 매드니니스임을 입증하듯이 방대한 지식과 함께 수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부지런히 전 세계의 도서관을 방문한 기록을 바탕으로 이렇게 멋진 책을 펴냈다.
이 책은 5년간에 걸친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씌여졌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고대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도서 수집의 역사를, 2부에서는 1980년대의 도서수집 현상을 주요 인물별로 소개하며, 3부에서는 관련된 방대한 인명 사전을 보여준다.
평소 콜렉터 기질이 있는지라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는데 젠틀 매드니스가 되려면 무엇보다 돈이 있어야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유에 대한 욕망은 버렸다. 아울러 한국은 아직 책수집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서 언급되는 수백만 달러의 경매를 본다는건 쉽지 않을것 같다. 다만,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들은 조심스럽게 컬렉팅중인데 이건 죽을때까지 함께 할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엄청난 책도둑 볼룸버그에 대한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의 성격을 드러내는 구절 몇 가지를 올려본다. 아무튼 [젠틀 매드니스]는 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완독이 어려울것 같다.
"모든 문학, 모든 철학, 모든 역사는 곧 고귀한 행동을 만들어내는 동기입니다. 하지만 만약 기록된 글을 통해 빛이 비추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동기조차도 자칫 암흑 속에 묻혀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문학에 탐닉하는 사람으로서 아무 부끄럼 없이 고백하고 싶습니다. 저는 책이 너무 좋아 세상을 등지는 것조차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저의 독서가 친구들의 선하고 훌륭한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잘 모릅니다. 저는 독서의 과실을 모든 이의 눈앞에 어떻게 펼쳐 보여야 할지도 잘 모릅니다. (......) 독서는 우리의 젊은 날에 신선한 자극을, 또한 노년에는 여유 있는 즐거움을 가져다줍니다. 독서는 우리를 성공적인 삶으로 이끄는 마법을 발휘하기도 하고, 우리가 실패했을 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천국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독서는 집에서는 크나큰 기쁨이오. 바깥에서는 아무 것도 방해하지 않습니다. 잠 못 이루는 밤에도, 모든 여행에서도, 시골에서 한가하게 보낼 때도, 독서는 우리의 가장 충실하고 믿음직한 동반자입니다. 106-107
그의 장서가 보관되어 있는 석조 건물의 아치형 중앙문 위에는 '비블리오테카 피프시아나', 즉 '피프스 문고'라는 글귀와 함께 피프스의 좌우명이 보다 작은 글씨로 새겨져 있다. '멘스 쿠주스크 이스 에스트 퀴스크'. 부활절 휴가 기간의 어느 토요일 아침에 피프스 문고 내부를 안내해 준 그곳 사서 리처드 럭케트가 그 라틴어 문구를 해석해 주었다.
"키케로를 인용한 겁니다. 매우 함축적인 문구지요. 풀이하자면 대략 '그 사람의 정신이야말로 바로 그 사람이다' 정도가 될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말뜻은, 곧 '이것'이 바로 피프스 씨는 아니라는 거죠". 그는 제2서가와 제3서가 사이에 걸려 있는 피프스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바로 피프스입니다". 그리고 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것'도 피프스죠". 그는 계속 다른 책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리고 '이것', '이것', 또 '이것'도......" 166-167
블룸버그 컬렉션
"정말 방방곡곡이죠." 제리 터커의 말이다. 블룸버그는 총 268군데 도서관에서 모두 2만 3,600여 권의 도서를 훔쳤는데, 지역별로는 미국 내 45개 주를 비롯해 캐나다 두 개 주와 워싱턴 D.C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이컨의 말에 따르면 이 책들을 오텀와에서 오마하까지 실어 나르기 위해 노스 아메리칸 운송 회사 측으로부터 길이 12미터까지 견인 트레일러를 한 대 빌렸는데, 결국에 가서는 그만한 차를 한 대 더 빌려야만 했다고 한다.
"그의 집 안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저희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 물건이 얼마나 엄청난 차마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말이다. "포장용 종이 상자로만 무려 팔백 하고도 일흔 두 개가 나왔으니까요. 그걸 다 끄집어내는 데만 모두 열일곱 명이 동원되어 장장 이틀이나 걸렸습니다. 책이 무려 2만 3,000권이나 된다니, 도대체 이놈의 것들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더군요." - 본문 73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