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스승은 내게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어 했다. 정오의 분수 속에, 한낮의 정적 속에, 시끄러운 운동장과 텅 빈 교실 사이, 매미 떼의 울음이 끊긴 그 순간…… 우리는제각자의 예민한 살갖으로 생과 사의 엷은 막을 통과하고 있다고,
그는 음습하고 쾌쾌한 죽음을 한여름의 태양 아래로 가져와 빛으로일광욕을 시켜주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에 가장 많이 나온단어는 죽음일 것이다.
"아니라네. 난 매번 KO패 당했어. 그래서 또 쓴 거지, 완벽해서이거면 다 됐다, 싶었으면 더 못 썼을 거야.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는 갈매기 조나단의 생애를 쓰고 자기 타자기를 바닷속에던져 넣었다잖나. 그걸로 다 썼다는 거지. 난 그러지 못했네. 내가계속 쓰는 건 계속 실패했기 때문이야. 정말 마음에 드는 기막힌 작품을 썼다면, 머리 싸매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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