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는 음악실에서 들려오는 귀 익은 피아노 전주에 이끌려일손을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그를 한바탕감상에 젖게 하는 바로 그 노래였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하고 시작하는 노랫말이 사춘기 학생들의 싱그러운 목소리를 타고 귓전으로 넘날아오자 재희는 본능에 이끌리듯 음악실 앞 잔디밭까지 터벅터벅 걸어갔다. 벚나무 그늘아래 팔베개를 접고 누워 학생들의 낭랑한 노랫소리에 취한재희는 높푸른 봄하늘을 백지 삼아 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목이 메어와 한 자도 적을 수 없었던 것을 이제는 술술 써 내려갈 수 있게 됐다. 까마득하게 펼쳐진 하늘조차 그 많은 사연을 담아내기엔 턱없이 비좁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