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가 죽은 해는 괴짜 후고 볼후가 음악 무대에서 그 모습을 감춘 해이기도 했다. 당시 최대의(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고금 최대의‘라고 생각했다) 가곡 작곡가 볼후가 요양소에 수용된 것이다. 볼후는 스스로를 말끔히 연소해버리고, 17세 때 감염된 매독으로 신경 조직이 파괴되어 버리는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조울증 환자이므로 어차피 오래 살 수가 없었다. 볼후의 사진이 많이 남아 있으나, 모두 다 비슷하다. 그는 같은 시대의 많은 사람이 지적했듯이, 최면술에 걸린 듯한 불타는 눈으로 사진기를 응시하고 있다. 복장은 비단옷 상의와 예술가다운 보우타이를 매고 있어 여윈 몸매에 핸섬하며 귀족풍을 풍기지만 언제나 무뚝뚝한 표정으로 지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괴팍하게 보이며 실제로도 그랬다. 불과 몇 해 동안에 이 고뇌하는 인물은 독일의 예술 가곡을 그 극치로까지 이끌어 올려 소중한 유산으로 이세상에 남겼다.
- 『대작곡가의 생애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