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의 무엇보다 끔찍한 점이라면 병세를 깨닫는 순간 찾아오는 절망감이었으니, 환자는 순식간에 빠져드는 실의에 저항할 힘을 잃고 병의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말았으며, 또한 서로 간호하다가 감염된 병사들이 양처럼 죽어나가는 광경도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하고, 미국인들은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않고서는 예전 일상을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대체로 이해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3분의2 이상이 정상적인 일상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다음의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첫째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판정자의 의무 격리, 둘째 코로나19예방 또는 치료 방법의 개선, 셋째 신규 발병자 또는 사망자 수의 현저한 감소 16

그러나 현실은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체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조치가 한 주만 더 일찍 시행됐어도 2020년 5월3일 기준으로 전국의 감염자가 61.6% 더 적었을 것이며 사망자는55.0% 더 적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65 범유행의 책임을 어느 개인이나 집단 또는 기관에만 지울 수는 없고, 바이러스의 조기 징후를 과소평가한 나라가 미국뿐이 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니19범유행의 더없이 안타까운 점 하나는, 위기를 적절한 시기에 인정하고 조치했더라면 최악의 사태는 일부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의료 자원을 제한적으로 할당해야 하는 상황은, 결국 생존가능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환자가 생존할 가능성이 큰가, 작은가?
생존한다면 얼마나 오래? 그리고 생존 가능성은 환자의 나이와 이전 병력에 크게 좌우된다. 중증도 분류를 하면서 그런 요인을 무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전염병 유행기에는 나이와 건강 상태 같은 사회적 차이가 불가피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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