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나시 현의 지극히 평범한 농가 출신인 스기무라 사부로는도쿄의 대학을 나와 아동서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낯선 남자에게 추행당할 뻔한 재벌가의 딸을 구해준 인연으로 결혼까지 하고 대기업 총수인 장인의 회사에 입사하여 사보를 만드는 편집자로 일하게 된다. 이때 스기무라가 열심히 부짓집의 꿀을 빨겠다‘가 아니라 ‘나만 이렇게 좋은 대접을 받고 있어서 면목이 없네‘라는 생각으로 늘 불안해한다는 걸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러던 어느날 장인의 지시로 장인의 차를 몰던운전기사의 죽음을 조사하며 어설픈 탐정 흉내를 내다가 사건의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악의를 목도한다는 것이 누군가의 내용이다.

흔히 나오는 명석한 탐정이 아니라, 돈에 쪼들리고, 멋있지도 않으며, 가족의 실종 같은 평범한 사건을 다루는 서민의 탐정이거든요. 사생활은 지극히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흔히볼 수 있는 사건과 조우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쓰고싶어서 태어난 것이 스기무라 사부로입니다."

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사회와 마주하는 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직감하고 지금까지의 삶과 결별한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을 읽지 않았다면 멈춰!)그것은 ‘이혼‘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혼의 원인은 나호코의 불륜이었다. 이를 두고 독자들 사이에서 공방이 벌어졌지만 이것은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었던 수순이었다. "단지 나호코가 바람을피워서 이혼을 할지, 바람을 피려고 해서 이혼을 할지"가 작가의고민이었을 뿐이다. 이로써 스기무라는 대기업의 총수인 이마다.
요시치카라는 뒷배와 아내 나오코, 딸 모모코와의 행복한 삶과 결별한다.

그 악은 지금껏 발표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기분나쁘고 께름칙하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딱 그만큼, 인간이라는 껍데기에 더러운 물을 가득 채운 듯한 가해자들과 대결하는 스기무라의 모습에서도 탐정으로서의 무게감과 여유를 엿볼 수 있다. 한층 더 탐정다운 처세가 생긴 스기무라를 향해 다테시나 경위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정신 바짝 차리고 힘내요. 탐정님." 이 대목에서 앞으로 탐정 스기무라에게 닥칠 사건의 힘겨움을 예감하며흐뭇해한 독자가 나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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