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책이 운 좋게 최선의 경지에 다다를 수있다면 그것은 냉면을 경유한 유쾌한 농담이나 가벼운 정신의 스트레칭 비슷한 것일 게다. 부담 없이 쭉읽다가 괜찮은 문장이 드물게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책 말이다.

평양냉면 애호가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게하나 있다. 처음엔 진짜 별로였다는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나서 한 번 더 경험하고, 이 과경이 반복되면서 평양냉면에 푹 빠지게 되었다는 거다. 나도 그랬다. 나는 인생의 첫 평양냉면을 염리동을밀대‘ 본점에서 경험했다. 그런데 한 젓가락 뜨고육수를 마셨을 때, 하마터면 나를 데리고 갔던 직장상사를 때릴 뻔했다. "맛집이라며? 장난쳐?" 농담이고, 이에 관한 얘기는 뒤에서 자세히 하도록 하겠다.
요컨대, ‘누적의 힘‘이다.

뭐, 메밀로 만든 면이기에 뚝뚝 잘 끊겨서 굳이가위 쓸 필요가 없다는 건 나도 잘 안다. 나도 가위사용 안 한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이 가위 쓰는 걸세상 불경한 행동이라면서 막지도 않는다. 어차피동일한 맛이 제공될 거라는 걸 아는 까닭이다. 식초와 겨자도 똑같다. 식초와 겨자 넣으면 더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람 입맛은 음악 취향만큼이나 주관적이다. 나에게는 진짜 별로인 맛이 어떤 이에게는 천상의 미미(美味)를 안겨줄 수도 있다.

엎어말이: 사실 최근에는 잘 안 쓰는 용어다.
"뭘 엎어서 만다는 거야?" 할 수 있겠지만 뜻은 의외로 단순하다. 곱빼기라는 의미다. 괜히 고수인 척 폼잡는다고 "엎어말이로 해주세요." 하지 말고 그냥곱빼기로 달라고 하면 된다. 부산의 일부 밀면집에서는 이걸 ‘쌍봉‘이라고 부른다는데 확인해본 적은없다.

그런데 진심으로 나는 이게 편하다. "친구를 덜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맞출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라던 소설가 김영하 씨의 고백처럼 말이다.

한데 여기서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내 지인들은 다 알지만 나는 소주를 별로 안 좋아한다. 아니다. 조금 더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는 ‘희석식 소주‘를 싫어하는 편에 속한다. 심하게 말해서술을 즐긴다기보다는 그저 취하기 위해 알코올을 몸에 때려 박는 그 느낌이 싫어서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씩 희석식 소주가 마시고 싶기는 한데, 바로 냉면과 고기가 함께 내 앞에 놓여 있을 때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적어도 맥주보다는 마리아주가 괜찮다는 걸 아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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