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고 싶었을까. 정말 겁 없이 글을 쓰겠다고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인생에서 해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은 ‘사랑과 글쓰기‘ 두 가지뿐이라고, 그런데 딱히 그 말 때문은 아니었다.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에서 무엇이 죄와 벌‘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조나단 스위프트가 ‘인간과 사회는 무엇인가‘ 하고 의문을제기한 것처럼, 글을 쓰는 것은 질문하는 것이고 그 답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들에 대해 궁금했고알고 싶었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왜 인생은 부조리한지. 그런데 갑자기 글 쓰는 것에 자신이 없어졌다.

"늘 파이프를 입에 물고 살았던 영국 수상 처칠은 92세까지살았고, 주례 설 때도 심지어 세수할 때도 한 손에 담배를 들고 있었다는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시인은 70세까지 살았고, 담배의 대명사 임어당은 82세까지 살았어. 난 담배를 끊고 싶지 않아."

스스로 선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선함을 내세워 자신을방어한다면 그는 위선적인 사람이다. 그에 반해 자신의 선함을 숨기고 오히려 자신의 독한 면과 단점을 드러내 자신을 방어한다면 그는 위악적인 사람이다.
가령 적이 나타났을 때 발랑 뒤집혀 죽은 체하는 곤충과 죽을지 모르고 마지막 남은 독침을 쏘는 곤충과의 차이.

그러면서 대부분 문장이 길어지는 것은 관념 때문이라며,
묘사하라고, 겨울나무처럼 간결하게 쓰라고 일러주었다. 그러나 교수님을 정말 화나게 한 것은 소설의 줄거리가 ‘꿈‘이라는 사실이었다. 조신의 꿈도 아니고 구운몽도 아니고 이제 더는 ‘꿈이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것은 작가가 비겁한 거라고, 자기의 소재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한 것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불교에 훈습이란 말이 있다. 내 행동이나 생각이 휘발되는것이 아니라 냄새가 옷에 배어들 듯 서서히 스며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 시절의 최루탄, 눈물, 만연했던 구호, 그 시절에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 가장 많이 했던행동들이 우리 몸속에 그리고 삶 속에 배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겠지.

나는 에이즈, 광우병 등이 출몰하고 암이 창궐한 시대에 대학교를 다녔다. 꼭 그 탓은 아니겠지만 학교는 휴교 중일 때가 많았고 충격적 사건들도 많았다.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비롯해 30만 제주도민 중 7만이 학살됐다는 ‘한라산 필화사건‘, 연세대 학생이 죽은 ‘이한열 최루탄 사망사건‘, 6월 민주항쟁‘, 그리고 6·29 선언‘ 등을 숨 가쁘게 겪어야 했다.

애잔한 지식 강물거림 5로 이 글은 에세이 형식의 시적 성장소설이자,
내면일기다. 너무 애산해서 난 그 강물에 硏오래 허우적거렸다. 가장 최적화된 어둠 속의골목은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모두 닫혀 희망의 한도가 없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지만 가방 속에는유서가 들어 있는 여고생, 30살이 되기 전에 죽고싶이 아매미상원에서 삭발하고 석양에 목을 매달겠다는 여대생의 그녀는 늘 외로운 꼭것이었다.
아버지 없는 아이가 부럽고, 상처는 더 큰 상처로치유된다는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에게 세상은 일찍부터 위선이고,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였다. ‘유서사건‘으로 ‘파란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학교에 불려온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1부의 휘어진 시간‘은 너무 감동적이며, 이 책의 백미중의 백미다. 덤으로 동식물의 생태학적 지혜와을 만하면 문장 곳곳에서 빛나는 시와 잠언들은 이책을 보는 독자들만의 특권이다.
- 이산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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