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한때는 멀리 떠나려고 했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두꺼운 안경 너머 반은 기쁘고 반은 슬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눈빛으로 그는 나를 보았다. 마치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지금의 그가 아니라 젊은 시절의 그인 듯했다.
"가지 않은 게 좋은 선택이었을 거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마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그의 말은 묘하게도 믿을 만하게 들렸다. 마치 나 자신이 생각해낸 말 같았다.
"보시오." 그가 말을 이었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오늘까지도 여전히 그것은 나를 사로잡는다. 곰스크로 가는특급열차가 저 멀리 돌진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찢어지는 듯 슬픈 기적소리가 초원을 뚫고 울리다가 멀리 사라질 때면, 갑자기뭔가 고통스러운 것이 솟구쳐 나는 쓸쓸한 심연의 가장자리에놓인 것처럼 잠시 서 있곤 한다. 그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말없이 아내와 아이들 곁을 지나쳐 내 전임자가 죽을 때까지묵었던 바로 그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나는 문을 잠그고 침대에몸을 던진 채 그 나머지 시간을 누구하고도 말하지 않고 숨어서보내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