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 진이 소리쳤다. 곧이어 경의 머리 위로 그의 손바닥이 연신 떨어졌다. 한심한 놈, 일생에 아무 도움도안 되는 놈."
경이 두 팔을 들어 진의 손을 막았지만, 쏟아지는 진의 화를 막을 길은 없었다.
"네가 이렇게 만든 거다. 이 이기적인 놈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 내 말, 듣고 있어?"
경이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은 경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그리고 손바닥은 곧 단단한주먹으로 바뀌었다.

경은 지금껏 코니과 이런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와 처가식구들의 관계는 늘 뜨뜻미지근했다. 끝이 날 때까지 꿋꿋이 참고인내해야 하는 불편한 관계였다.
"날 응원했다고요? 언제요? 아버님과 팀은 단 한 번도 날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내가 질리언의 상대로 한참 모자라다.
고 생각했으니까요. 솔직히 말해봐요. 딸이 잘나가는 백인 남자랑결혼해주길 바랐던 거 아닌가요? 나란히 앉아 야구 중계나 역사프로를 볼 수 있는, 그런 사위를 원했던 거 아니에요? 아니라곤 못하겠죠? 질리언이 날 이 집에 처음 데려온 날, 그날 아버님이 지었던 표정을 똑똑히 기억해요. ‘이 아시아 놈, 대체 뭐 하는 놈이지?‘
분명 그런 표정이었어요."


등장인물 모두에게는 크고 작은 흠이 있다. 누구 하나 순교자자처하고 나서지도 않는다. 특히 고뇌와 죄책감, 수치와 분노로 돌똘 뭉친 ‘경‘에 대해서는, 그가 주인공임에도 연민이 쉽게 생기지않았다. 한국식 양육과 미국식 라이프스타일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그는 망가진 관계를 수습할 기회를 여러 번 갖지만, 자기연민과 자기파괴에 빠져 번번이 날려버린다. 브레이크가고장 난 폭주 기관차처럼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는 경의 모습을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것이다. 그의 아버지 ‘진‘은 말한다. 자식은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고, 경은 받아친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돌봐야 한다고 이 팽팽한 교착상태에서 끊임없는 딜레마가연출되고 갈등이 증폭된다. (뉴욕타임스>의 극찬처럼 정 윤은 ‘집‘
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 ‘핏줄‘이 사랑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이 소설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보스턴,
여기 그림으로 그린 듯한 재미한인 가족이 있다.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지만 아내는 뒷전인 남편미국에서도 순종을 강요받는 아내바깥세상과 집안 세상의 괴리에 적응하는 아이…그들을 가족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그 폭력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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