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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김초엽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관내분실] 두 작품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해당 수상작품집을 읽어봤기에 김초엽 작가의 향후 작품이 기대됐는데 이 소설은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다. 1993년생으로 포항공대 석사과정에 재학중일때 등단한 경력으로 미루어볼때 미래가 밝은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이미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어 아직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 SF 소설계에 젊은 여성작가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김초엽 작가의 전공이 이과계열인지라 좀더 전문적이고 괜찮은 과학소설을 써낼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소설은 더스트라 불리우는 나노입자로 인해 지구가 거의 멸망 직전에 이르는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안드로이드, 인간과 식물 관계에 의해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구성하면서 식물에 방점을 두고 책을 썼다고 후기에 밝힌다.
˝처음 [지구 끝의 온실]을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는 막연한 이야기의 씨앗만이 있었다. 아직 무엇이 될지 모르는 이 씨앗을 소설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느리지만 끈질기게 퍼져나가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결국은 지구를 뒤덮어버릴 생물체가 필요했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버섯, 심지어 곤충까지 진지하게 검토해봤지만 구상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탈락하고 내가 도달한 답은 하나, 식물,
오직 식물만이 내 소설을 구원해줄 생물이라는 거였다.˝
코로나가 온 세상을 뒤덮은 상황에서 향후 어떤 바이러스가 발현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소설에서는 결국 인간의 탐욕에 의해서 발생한 더스트라는 입자가 바이러스처럼 사람을 습격한다는 설정을 했지만,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건 일종의 정설처럼 굳어진 상황이다. 과연 그런 위기상황에서 어떤 존재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소설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시점을 사용해 적절하게 주요한 인물을 배치해 클라이맥스에서는 모두 연결되는 플롯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스바나라는 가공의 식물을 바탕으로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식물생태학자 아영이 소설의 주요화자다.
주로 식물을 연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폐허 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가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증식해 문제를 일으킨다는 정볼르 입수한다. 아울러 알 수 없는 푸른빛까지 목격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노인 이희수의 정원에서 본 풍경을 떠올린다. 모스바나와 이희수 노인에 대한 기억이 접목되며 아영은 세상을 구원한 놀라운 비밀을 밝혀나가기 시작하는데....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 소설은 분명히 디스토피아를 다뤘지만 일종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고 암울한 상황에서도 지켜나가는 그런 박은 미래를 기대함을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을 쓰며 작가는 식물에 대한 많은 공부를 했다고 언급하는데 참조한 도서의 목록에 관심이 가는지라 올려본다. 과연 식물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인것도 같다.
니시무라 유코, 『그림과 사진으로 풀어보는 마녀의 약초상자, 김상호 옮김, 사시다 유타카 감수, AK커뮤니케이션즈, 2017.
레나토 브루니,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 장혜경 옮김, 초사흘달, 2020.
리처드 버드, 『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 이선 옮김, 궁리, 2019,
마이클 폴란, 욕망하는 식물, 이경식 옮김, 황소자리, 2007.
스테파노 만쿠소,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임희연 옮김, 신혜우 감수, 더숲, 2020.
스테파노 만쿠소 · 알레산드라 비올라, 『매혹하는 식물의 뇌, 양병찬 옮김, 행성B, 2016.
윤오순, 『커피와 인류의 요람, 에티오피아의 초대, 눌민, 2016.
이남숙 엄상미 · 이유미 외, 『말레이시아 민속 식물학Ethnobotanical plants of Malaysia, 국립수목원, 2019.
이소영, 식물 산책, 글항아리, 2018.
이나가키 히데히로, 『식물학 수업, 장은정 옮김, 키라북스, 2021.
이나가키 히데히로, 『싸우는 식물, 김선숙 옮김, 더숲, 2018.
장우혜, 『잘란잘란 말레이시아, 도서출판 야호,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