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작업방으로 출근해 너덜너덜해진 모습으로 퇴근하고 나서도다음 날 아침이 기다려졌다. 내일이면 또 좋아하는 여름에 대해 쓸 수 있기때문이었다. 새 책을 준비할 때면 늘 신경이 곤두서고 그만큼 외롭지만, 이책을 쓰면서는 조금 달랐다. 어딘가 막힌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여름 하면떠오르는 영화(<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바닷마을 다이어리>, <안경)를보거나 책(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들)을 읽었고, 친구들과 여름을 둘러싼각자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날 이후, 여름이 되면 장 보러 가서 라임이나 레몬 한 봉지를 꼭 산다.
마음이 동할 때마다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들여 파티를 연다. 평소 혼술을더 좋아하지만 레소와 라소에는 수다를 떨면서‘라는 성분이 꼭 필요한 것같다. 혼자 말없이 마시면 금방 취해버릴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 그래서레소와 라소만큼은 꼭 누군가와 함께 마시게 되고 이제껏 숙취에 시달린적이 없다.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걸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시기는 5월경이다. 온 동네담벼락이 어떤 꽃으로 뒤덮이는 시기이기도 한데, 그 꽃은 바로 ‘여름장미‘라고도 불리는 덩굴장미다. 여럿이 함께 볼 때마다 이게 진짜 장미냐아니냐에 대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장미가 맞다. 주로 학교 담장이나아파트 울타리에서 자주 발견되는, 형광빛을 머금은 빨간색에 키가 작고동그란 장미다.
그 이후에도 맛있기로 유명하다는 평양냉면집을 찾아다니며 내 인생의
‘반려평냉‘을 만나보려 했지만 처음 먹었을 때처럼 ‘이건 내 맛이아니다‘라는 사실만 재확인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도전을 포기할 수는없었다. 왜냐하면 평양냉면을 맛없다고 이야기하는 데에는 용기가필요했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은 일부 쿨한 자들이 애정하는 메뉴가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