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입체감을 띤다. 초당옥수수 덕분에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의 농도는 더짙어졌다.


17년 만에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다시 봤다.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못한 불편한 장면들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다 보고 나서 결국울어버렸다. 여름이 가진, 대책 없이 낙관적인 에너지가 화면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그때 조카랑 똑같이 아홉 살이던 주인공 마사오는 이제스물여섯이 됐겠구나. 툭하면 고개를 떨어뜨리며 풀 죽던, 뜨거운 태양아래서 잘도 달리던 그 아이 역시 이제껏 여름과 함께 자라왔겠지.
기쿠지로 아저씨와 함께한 날들을 추억하는 사이, 어느새 훌쩍 어른이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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