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재주가 하나라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로 공부는 학창 시절 내내 나의 정체성이자 자존감의 근원이 되었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이라는 이미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끝까지 공부를 해낼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다. 공부는 의무감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공부 동기라는 감정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 때 이후로 가장 큰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나는 3학년이 되면서 내 생활을 100퍼센트 수험생 모드로 바꾸었다. 그 좋아하던 게임도 끊었다. 마치 공부 기계가 된 것 같았다. 이 정도는 되어야 고3 수험생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1년을 보냈다.

공부를 많이 한다는 것은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 즉 자습시간을 많이 갖는다는 의미다. 남이 설명하는 것을 듣기만 하는것은 공부가 아니다. 제아무리 스타 강사가 하는 설명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스케줄에 자습 시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학원과인강만 채워 넣는다면 그저 돈 낭비, 시간 낭비, 정신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따로 있다. 바로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은 공부만큼 잘하지는 못한다. 게임 경력이 20년이 넘지만 내 게임 실력은 잘한다고 내세우기엔 부족하다. 편을 가르고 하는 게임에서는 못한다고 핀잔을 먹기 십상이다. 단 한 번도공부만큼 치열하게, 의무감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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