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조언들의 전제는 ‘당신이 원하는 것(데이트 승낙을 얻거나,
물건을 팔거나, 최상의 조건으로 계약을 하거나, 회사에서 승진을 하는 것등)을 얻어내려면 규정된 방식대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듣기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는 유일한 동기라면, 사실상 연기를 하는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곧알아챌 것이다. 하지만 진실로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인다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척 연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예외적인 친구관계는 대부분 삶의 특정 시점에 나눈 깊고 긴 대화를 통해 형성된다고 한다.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사귄 친구들과 유년기나 대학 생활 동안에 사귄 친구들, 질병이나 이혼 같은 위기를 겪은 기간에 사귄 친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건 마치 먼 훗날 만났을 때 상대방에게 엄청난 양의 관심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교감을 저장해두는 것과도 같다. 말하자면 과거에 자주 만나 깊이있는 유대감을 형성해두었기 때문에, 예컨대 말싸움 같은 일 때문에 오래도록 떨어져 있었다 해도, 다시 예전과 같은 수준의 교감을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주로 불안한 십대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집단에 대한소속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자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고스족이나 펑크족, 운동부, 오렌지족, 날라리, 덕후, 깡패 등을 떠올려보라).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현상이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계속해서 파편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과 신속하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자신의 소속, 특히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성향을 훨씬 더 뚜렷하고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누군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말은 그 사람의 마음속에무엇이 들어 있는지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때 동원되는 주의력의 강도는 관계의 깊이와 수명을 결정 짓는다. 가까운 사람들을 아주 잘 안다는 안일함에 빠지는 것은,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낯선 사람을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특히나 낯선 사람의 뚜렷한 사회적 신호에 의해 강화된 고정관념은 극복하기가매우 힘들다. 하지만 듣기는 그런 덫에 걸려들지 않도록 당신을 보호해준다. 듣기가 당신의 예상을 뒤엎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 당신은 중대한 기회들을 놓치게 된다(그리고 바보처럼 보일 수조차 있다). 게다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당신의 지식에 아무런 보탬도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당신 자신을 이미 잘 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난 뒤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번 던져보라. 방금 나는 저 사람에 대해 무엇을배웠는가?‘, ‘오늘 저 사람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이었나?‘, ‘우리가나눈 대화에 대해 저 사람은 어떻게 느꼈을까?‘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없다면, 듣기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안다는 태도로 대화에 임한다면 성장하고 배우고 교감하는 당신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게 될 것입니다." 노에스너가 말했다. "저는 개

지능이 높을수록 옆길로 새는 성향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똑똑한 사람들이 흘려듣는 경우가 더 많다. 대화 도중 생각할 거리를 더 많이 떠올릴 뿐 아니라 상대가 하는 말을 이미 안다고 가정하기도 더 쉽기 때문이다. 또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더 신경증적이고 자의식적인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크고 작은 근심거리에 마음을 사로잡힐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다는 것을의미한다.

니컬스에 따르면, 잘 들어주는 사람들은 여분의 관심을 잡념으로 허비하기보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그의 의도를 직감하는 데쏟아붓는다고 한다. 그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면 상대방이 하는말이 타당한지, 그리고 당신에게 그 말을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걱정하는 태도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긴장을 풀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반응의 질도 더 좋아질 것이고, 유대감도 더 강화될것이며, 마음 상태도 더 편안해질 것이다. 또한 이런 태도를 취하면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만큼, 대화가 훨씬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이 경우 당신은 단어를 들을 뿐 아니라, 여분의 정신력을 활용해 화자의 신체언어와 어조는 물론 맥락과 동기까지도

하지만 상대를 향한 경각심이나 이념 대립을 촉발하는 "아냐,
이 멍청아!"와 같은 격렬한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가능하다.
질리언 토드가 학생들에게 말했듯이 분노나 짜증, 경각심 대신 고요하고 개방적이고 호기심 넘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런 반응들을 가라앉힐 수 있다. 게다가 상대방에게 귀를기울이면 상대가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이해할수 있고,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그것이 당신의 견해를 변화시키는 뒷받침하든)도 알아낼 수 있다. 그러니 반대 의견을 품은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표출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마다 숨을 고르면서 질문을 던지도록 노력해보라. 상대방의 논리적 결점을 드러내기 위한 질문이 아닌, 그들의 입장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그런 질문들 말이다.

‘적극적 경청‘ 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심리학자 칼 로저스에 따르면, 반대되는 관점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이 인간적으로 성장하는유일한 길이라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여전히 제 생각을 재조정하는 걸 싫어하고, 인식하거나 개념화하는 오래된 방식을 포기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좀 더 깊은 차원에서는 이런 고통스러운 재조직 과정이 바로 흔히들 말하는 ‘배움‘이란 사실을 깨닫기시작했습니다. 20

듣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동의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단지 상대의 관점도 타당할 수 있다는 사실과 상대에게도 배울 만한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다수의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모든 진실을 다 이해할 경우 더 큰 진리에 도달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의미한다. 듣기 능력이 훌륭한 사람들은 이해의 과정이 이분법적이지 않다는 점을 잘 안다. 즉, 이해는 하거나 못 하거나의 문제가아니다. 언제든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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