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강헌 일당의 인질극을 생방송으로 숨죽여 지켜보던 시대였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올림픽을 무사히 치르며 자신감이 폭발했지만, 한편으로는 시내 쪽으로만 나가면 최루탄 냄새 때문에 콜록거리는 게 일상이던 시대였다. 잊을 만하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었다는 소식이 신중하게걸러진 문장 사이사이로 들려오던 시대였다. 권력자와 닮았다. 는 이유로, 혹은 권력자를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모욕했다는 이유로 어떤 연예인들이 하루아침에 TV에서 퇴출되던 시대였다. 아웅산 묘역과 KAL 858편을 목표로 한 북한 공작원들의 어마어마한 테러가 연이어 벌어진 시대였다. 인신매매 패거리가대낮에도 봉고차를 타고 거리를 활보한다고 했다. 화성에서 여자들이 계속 살해당한다고 했다. 오대양 집단 변사 사건의 현장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아무 제재 없이 노출되었다. 개인이서로에게 가하는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너무나 일상적이었다.
1980년대를 두고 3S(섹스, 스포츠, 스크린)의 우민화 정책이지배했던 시대라고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총천연색 폭력과 섹스의 스펙터클이 가감없이 펼쳐지던 그 시대가 당대 사람들의 태도와 마음에 남긴 흔적은 그저 ‘어리석음의 차원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 《미스테리아는 창간 6주년을 맞아그처럼 각종 범죄에 관련된 1980년대 대중문화의 면면을 살펴보고, 여기에 투영된 동시대 사람들의 두려움과 욕망과 충격을 더듬어보고자 했다.
그의 말대로 1980년대의 추리문학계를 살펴본다면 성공한 스타 작가의 존재, 유망한 신진작가의 등장, 다양한 출판사에서의 국내 작품출간, 추리 작가 단체의 결성, 해외 작품의 꾸준한 번역 출간 등 여러 면에서 성공적인 시기였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10년 단위로 따져봤을 때 ‘책이란 매체의 마지막 황금기는 1980년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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