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농담 ㅣ 말들의 흐름 7
편혜영 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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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이 재미있어 구입한 책이다. 출판사에서는 일명 말들의 흐름이라는 시리즈도 총 열 권의 책을 펴냈다. 컨셉과 열 권의 책을 살펴보면,

˝열 권의 책으로 하는 끝말잇기 놀이입니다. 한 사람이 두 개의 낱말을 제시하면, 다음 사람은 앞사람의 두 번째 낱말을 이어받은 뒤, 또 다른 낱말을 새로 제시합니다. 하나의 낱말을 두 작가가 공유할 때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까요. 그것은 쓰여지지 않은 문학으로서 책과 책 사이에 존재하며, 오직 이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재합니다.˝

1. 커피와 담배 / 정은
2. 담배와 영화 / 금정연
3. 영화와 시 / 정지돈
4. 시와 산책 / 한정원
5. 산책과 연애 / 유진목
6. 연애와 술 / 김괜저
7. 술과 농담 / 편혜영, 조해진, 김나영, 한유주, 이주란, 이장욱
8. 농담과 그림자 / 김민영
9. 그림자와 새벽 / 윤경희
10. 새벽과 음악 / 이제니

10권의 책중 아무래도 가장 관심이 가는건 시리즈의 일곱번째 책인 술과 놈담이었다. 술과 농담을 모두 즐기기에 작가들이 이 소재를 어떻게 다뤘는지 궁금했다. 아울러 다른 시리즈는 저자가 한 명이지만 [술과 농담]은 6인의 작가가 앤솔로지 형태로 펴냈던지라 각기 다른 작가들이 하나의 소재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했다.

소개글을 통해 각 편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토하고 나면 바로 착지하는 기분이 드는데, 그날은 어지간했는지 현기증이 가시지 않았다.”
편혜영 작가의 「몰沒」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살아 있음의 부력에 의해 헤엄칠 수밖에 없는 움푹한 공동을 얘기한다. 들키기 싫은 자가 되어, 가족의 일원으로서, 혹은 만화 속의 잉여가 되어. 작가는 마침내 ‘몰’을 부유하는 현기증을 거두고, 직면하는 이생으로 우리를 끌고 온다. ‘몰’의 자리는 디딜 수 있고, 웅숭깊다.

“그러나 아직은, 그 말을 밝힐 수 없다.”
조해진 작가의 「조금씩, 행복해지기 위하여」는 내면의 목소리를 바꾸면서 농담한다. 목소리들은 조금씩 술에서 깨어나는 자의 분신으로서, 치기어린 목소리에서 성숙한 목소리, 지금의 목소리로 회복된다. 알코올의 농도를 덜어오며 했던 농담들은 이제, 나이에 위배되지 않는 방임을 위해, 새로운 말을 모색한다.

“모든 술은 결국 둘이 아닌 하나의 마음을 낳게 하는 요술이지 않을까.”
김나영 작가의 「술과 농담의 시간」은 술자리의 현상학이다. 저자는 술자리에서 취한 표면들을 ‘덜 취한자’로서 섬세히 관찰하며, 보들레르의 ‘취하라’의 표면을 식구들이 놓인 현실의 영역으로 전환시킨다. 당신은 여기서 하나의 용기를 발견한다. 현실이 구태의연하고 당신을 피로하게 하더라도, 현실을 홀대하지 않는 용기를.

“이것은 내가 마시지 못한 개의 이야기”
한유주 작가의 「단 한 번 본」에서, 작가는 ‘글록17’ 한 자루를 쥐고 꿈과 현실을 오간다. 현실은 미처 꿈꾸지 못한 여분의 꿈결 같다. 작가는 이동한다. 첩자처럼. 이국에서 이국으로. 저격을 위해, 저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감춰야 하는 꿈속의 실존은 굴종하는 ‘개’와 아직 야수성을 지닌 ‘개’를 동시에 겨누고 있다. 절실한 것이 있다면 “맥주를 마시지 못하고 깨어난 것이 다소 분할 뿐.”

“시간순으로 할까, 사건순으로 할까?”
이주란 작가의 「서울의 저녁」는 취한 시간을 가누며 통과해내는 ‘서울의 거리’를 가물거리는 취기로 추적하고 있다. 2차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두서없이 쏘다니는 우리의 모습처럼. 기시감의 서울 야경들은 겹을 이루다, 이내 흩어지며, 더해지고 빠져나가는 간헐적인 존재들은 이제 출근을 준비하는 우리의 초상 같다.

“유연해진 세계가 있고 접속하는 사물들이 있고 변주되는 위로가 있다.”
이장욱 작가의 「술과 농담과 장미의 나날」을 읽는 당신은 혼자만 웃을 수 있는 엉뚱한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당신은 미결된 범주 안에 엉뚱한 허구를 접속시켜가며, 농담을 직업 삼는 광대 안에 혼재된 지식인들과 차례로 독대할 것이다. 어느덧 당신은 ‘장미의 나날’을 통과했고, 낭만을 잃었다 해도, 다시, 애틋한 해후가 있을 거라는 미망을 일상에 견줄 것이다.

편혜영 작가의 글이 가장 궁금했는데 의외로 술을 잘 못드시는분이었다. 작가님의 소설을 보면 술도 즐기고 아주 쎄실것 같은데 체질적으로 안 맞는분인지라 자신이 술과 별로 가깝지 않은 사연들 그리고 약간 썰렁한 농담을 읽을 수 있었다. 그나마 컨셉에 가장 맞는 꼭지는 이장욱 작가의 마지막편이었던것 같다.

한유주 작가의 글도 진한 알콜향을 느낄 수 있었고 다른분들의 글도 나름 읽는 재미가 있긴하지만 알콜문학의 대가인 권여선 작가님이나 애주가인 작가님들을 섭외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술에 대한 이야기인데 왠지 알콜향이 느껴지지 않았고 농담의 희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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