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대부분 면도기조차 챙겨오지 않았습니다. 몇시간만 있다가 돌아갈 거로 생각했던 겁니다. 몇 시간만…….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거라고 전했는데도 말입니다. 그들은 물리라는 신을 믿었습니다. 그들 모두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물리의 시대는 체르노빌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누구한테라도 털어놔야겠어요. 감정으로 벅찬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복잡한 심정이었어요. 두려움과 억울함, 그 두 가지강력한 감정을 아직도 기억해요. 모든 것이 일어났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었어요. 정부는 침묵했고, 의사들도 아무 말이 없었어요. 아무런 대답도……. 우리 지구는 주 정부의 지시를 기다렸고, 주 정부는민스크를, 민스크는 모스크바의 연락을 기다렸어요. 아주 긴 사슬이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는 무방비 상태였어요. 바로 그때 그런 느낌이 가장 강했어요. 어딘가 멀리에서, 고르바초프와 또 몇 명이, 두세 명이 우리 운명을 결정짓던 거에요. 모두를 대신해 판단했어요. 수백만 명의 운명을……. 그리고 동시에, 얼마 안 되는 몇 명의사람이 우리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미치광이도, 머릿속에 테러 계획이 든 범죄자도 아닌 원자력 발전소의 평범한 당직 직원 말이에요.

"네가 늙으면 아무도 양보 안 해줄 거야."
"나는 안 늙어요." 소년이 답했다.
"안 늙는다니?"
"우리는 곧 다 죽어요."
주련이 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죽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죽음은 인생의 말미에 생각하는 것이지, 시작과는 안 어울리지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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