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인은 클럽 회원들과 조합을 꾸려 처지가 어려운 농민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을 벌였다. 의도와 달리 고금리인 탓에사채나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는 모양이고 연체율이 높은지 자금회수와 운용이 수월치 않다고 했다. 최근 들어 정호인은 정소명에게도 돈 얘기를 자주 했고 마을 사람들을 가리켜 은혜도 모르는놈이라는 표현을 썼다. 추심에 관해 변호사의 조언이 필요한 걸보니 대출에 문제가 생겼거나 누적 연체액이 심상치 않은 모양이었다.
사람들 때문이었다. 질병사나 사고사, 결혼으로 인한 주민 수의변화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게 더께와 나이테를 늘려가는 마을의 보호수처럼 제자리에서 늙어가고 있었다. 외지인의 전입과 내지인의 이탈이 적다. 보니 평생 같은 사람을 이웃으로 두고 지냈다. 누군가를 잘 이해하기보다 오해하고 서운하게 여길 일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이라는 부사만큼 내 소설과 닮은 낱말이 있을까. 불확실하고 짐작에 의존하고 끝내 알 수 없는 마음일 때 자주 이 낱말에 의지했다. 동네에 다국적 체인의 호텔이 있는데, 지나갈 때마다 닫힌 창문을 쳐다보게 된다. 창문은 언제나 무엇인가 내보이지만, 호텔 창문은 거의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리코더는 오래전에 쓰기 시작한 초고를 완성하지 못하다가한참 시간이 지나 다시 쓸 수 있었다. 우리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으냐는 한 토크 쇼 진행자의 질문에 키아누 리브스가한 대답을 종종 생각한다. 사후 세계의 유무를 묻는 질문이었는데, 그는 우리가 죽으면 사랑했던 사람들이 우리를 그리워하리라는 걸 안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사후에 누군가의 그리움이 된다는걸 읽지 않고 싶다. 어릴 때 내 꿈은 동방생명 아줌마가 되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나이든 여가들은 죄다 돈 버는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 여자들을 언제나 흠모해왔다. 그들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미래의 끝을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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