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나 보지. 하지만 책 사 모으는 것도 시들해지고 나면 어쩔 텐가? 이젠 갖가지 악기를 잔뜩 사서 모으기라도 한 텐가?
그렇게 하면 그대는 음악가가 되겠군 그래." 네로의 궁정에서 일하는 불운을 겪은 스토아 철학자이자 시인인 세네카는 지나치게 많은 책을 모으는 것을 가소롭게 여겼다. "수많은 책들, 완벽한 컬렉션이라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주인이 기껏해야 평생 그 제목을 읽을 시간조차도 가질 수 없다면 말이다. 차라리 보다 적은 책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러니 이것저것 두서없이 섭렵하고 헤매지 말라.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또 한 사람의 시인이 비슷한 생각을 말했다. A. E. 하우스먼은 애서가를 가리켜 바보 같은 부류‘ 라고 일침을 가했던 것이다.
책도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라네. 다행히 어떤 책을 찾는 데 성공하면곧바로 더 많은 책, 즉 아직 찾지 못한 책을 향한 욕심으로 또다시 치닫곤 하니 말일세. 하지만 책에 관해서는 무언가 훨씬 더 특별한 것이 있다네. 고관대작이 입는 화려한 옷, 금은보화, 휘황찬란한 대리석 건물, 잘 손질된 경작지, 훌륭한 그림, 좋은 마구(馬具)를 갖춘 명마, 그런 모든 것들은 단지 한 순간 지나가는 기쁨에 봉사할 뿐이야. 하지만 책은 다르지. 책은 친절한 말과따뜻한 조언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해줄 수 있거든. 책은 그렇게 우리들과 더없이 친밀해진다네. 뚜렷하고 생생하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