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등 아래를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다 어느 펍에 들어간다. 금발 벽안에 녹색 옷을 입은 직원에게 맥주를 주문하고, 10유로 지폐를 건넨다. 영국에서는 파운드를 쓰지 않나? 확실히 꿈이다. 직원이 맥주 한 잔과거스름돈으로 3유로 지폐를 내게 주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데 당신, 이거 못 써요." 그러자마자 나는 꿈에서 깨어난다. 3유로 지폐를 쓰지 못하는 것이 꿈에서 깨어났기 때문인지, 지폐가 3유로짜리였기 때문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무려나 상관없다. 맥주를 마시지 못하고 깨어난 것이 다소 분할 뿐이다.

요네하라 마리의 책에 나오는 흔한 러시아식 농담은 이런 것이다.
"아빠, 술에 잔뜩 취한다는 게 어떤 거야?"
여기 잔이 두 개 있지? 이게 네 개로 보이기 시작하면 잔뜩 취한 게 되는 거야."
"아빠, 거기 잔이 하나밖에 없는데?"

알려져 있듯이 압생트에는 만만찮은 문학적 후광이 둘러져 있다. 이 신비로운 초록빛 술은 랭보와 베를렌에게는 사랑과 증오의 술이었는데, 베를렌이 그의 사랑하는 소년 랭보에게 총을 쏘았을 때도 그는 압생트에취한 상태였다. 고흐의 그림에 노란색이 많은 이유도압생트를 즐겨 마셨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는데, 이 술때문에 눈에 황시증이 생겨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관점에 의하면, 고흐의 노란색 해바라기가 압생트의 산물이라는 과격한 농담까지 가능하다.

"술 속에 진리가 있다"는 농담이 유의미해지는지점은 딱 하나인 것 같다. 자아의 세속적 논리적 측면이 약화되며 사유가 유연해지는 것. 또는 이성과 조화로움을 앞세우는 아폴론적 성향을 견제하는 것. 그런의미에서 술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예 부정하기는 어렵다. 술을 마시며 글을 썼다는 작가라면 헤밍웨이, 뒤라스, 부코스키에서 이태백까지 셀 수 없이많은데, 그들이 술 속에서 진리를 발견했을 리는 만무하지만 적어도 매력적인 문장 몇 개는 건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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