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못마시는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흔히 듣는 질문을나 역시 줄곧 들어왔다. "왜 안 마셔?" 하는 질문. 술을마시지 않고 있으면 다른 어떤 관심이나 질문보다 그얘기를 자주 듣기 마련이다.
그렇게 묻는 사람은 아마도 애주가는 아닐 것이다.
애주가라면 자기가 마시는 술과 기분이 중요하니 굳이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마셔서 축내는 걸 서운히 여겨야지, 마시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건아무래도 이상하다.

‘몰(沒)은 흔히 약력에 쓰이면서 죽음을 뜻하는 말이된다. 몰락 몰사 같은 명사는 다분히 비극적 뉘앙스를 풍기고 일몰 전몰 침몰 (함몰‘ 등의 낱말에서는사라지거나 없어져버린다는 의미가 담긴다. 전혀 없음‘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가 되어 ‘몰염치‘나 ‘몰상식‘
같이 듣기만 해도 불쾌한 낱말을 만들기도 한다.
‘몰닉‘ 몰두‘ ‘몰입‘ 같이 다분히 정신적 집중도를드러내는 낱말로도 쓰이는 걸 보면 뭔가에 빠져 있는상태는 죽음이 처한 상태와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독은 그런 것이다.

중독자란 허약하고 우울한 심약자가 아니라 일찌감치 그 사실을 깨닫고 마음과 몸을 무엇에 의지할 것인지 간파해버린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한 번도 뭔가에 깊이 빠져본 적 없고 별 기대 없는미래를 내팽개쳐 본 적 없는 나로서는, 판에 박힌 동일한 나날을 성실하고 근면하게 수행해온 나로서는, 자신을 망칠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빠져드는 충동과 마음의쓸모를 영영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런 채로 결국은 아무것도 아닐 게 자명한 삶을, 이미 망친 듯한 삶을지나치게 제정신으로 혹독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알면서도, 금주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까짓 맥주 한두 캔‘이어서 지레 투항한 건 아니다. 맥주를 안 마시면 손이 떨린다든지 잠을 못 자서는더더욱 아니다. 다만 그 시간이 좋아서다. 책상 위 전등을 켜고 노트북을 열어 전원 버튼을 누르고 진공관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맥주 캔 뚜껑을 열 때, 딱 소리와 함께 맥주 향이 맡아질 때, 투명한 유리컵에 맥주를 따를때, 거품이 차올랐다가 꺼지는 모양을 지켜볼 때, 맥주한 모금을 들이켠 뒤 화면이 켜진 노트북에서 작업 중인 파일을 불러올 때 나는 행복하다. 살아 있다는 감각에 대한 욕망이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으려는 욕망을이긴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혼자 맥주를 마시는 나를 궁상맞게 보지도말고 말리지도 말길…….

농담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항상 너무 소수의 단어들로 표현된다. 즉, 엄격한 논리학이나 일반적인 사고와표현의 방식에서 볼 때에는 충분하지 않은 단어들로 표현된다. 결국 농담은 바로 말하려는 것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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