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드러난 것은 새까만 머리통이었다. 머리카락이 까맣게엉켜 있는 머리통이 드러났을 때 폐타이언가, 라고 중얼거리는사람이 있었다. 곧이어 빨간 웃옷을 입은 여자의 몸통이 드러났다. 젊은 남자는 계집애처럼 소리를 질렀다. 잠깐이지만 시체의기기는 허연 눈과 마주친 것만 같았다. 남자의 착각이었다. 시제는 더러운 호수 밑바닥을 보기 싫다는 듯이 눈을 꾹 감고 있었다. 다른 낚시꾼들도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람들이 시체 주변에 모여들었다. 악취가 고를 찔렀다. 구경꾼들은 한결같이 코를씨쥐었다. 누군가가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과학관은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전쟁이 끝난 것은 지난세기의 일이다. 그런데도 과학관은 전쟁의 잔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일그러진 지붕,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더미, 천장이 뚫린 서고, 녹이 단단히 슨 철문까지, 재정 문제로 허덕이는정부는 기초 과학에까지 예산을 낭비할 수 없었다. 기회가 닿은과학자들은 다른 나라로 망명했다. 형편이 좋은 경우에나 그랬다. 그렇지 못한 과학자들은 공장에서 신발 밑창에 댈 고무를만들거나 내열성과 보온성이 강한 자재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
어쨌든 제대로 된 과학자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소문이 떠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