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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2월
평점 :
교보샘 전자책에서 고를만한 책을 찾던중 눈에 띄여서 선택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 매월 무료로 지급하는 책으로 선정됐던지라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어 늦게 읽어보게됐다. 일종의 보상심리라고나 할까? ㅋ 아무튼 책은 기대이상으로 읽어볼만했다. 죽음을 앞둔 여러 사람들의 사연과 저자의 시선이 잘 녹아들어가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에서 전문의로 18년째 근무중인 현직의사다. 종양내과는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항암치료와 호스피스 치료를 결정하며 많은 사람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통해 저자가 틈틈이 시간을 내 남겨놓은 기록을 바탕으로 펴냈다. 1, 2부는 저자가 만나온 환자들의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이 예정된 죽음과 남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다음 3, 4부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사망한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사망한 28만 명 중 21만 명이 병원에서 사망했고, 말기 암 환자는 90퍼센트가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다˝고 책에서 말한다. 책에 언급된 환자들은 모두 암 환자이다. 하지만 진단을 받은 후 각기 다른 치료방식과 남은 여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태어난다. 일종의 숙제라면 숙제이고, 우리는 모두 각자 나름의 숙제를 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인생의 숙제를 풀든 풀지 않든, 어떻게 풀든 결국 죽는 순간 그 결과는 자신이 안아 드는 것일 테다. 기대여명을 알게 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특별한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보통은 자기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채로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를 다 풀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빈칸으로 남겨두기에는 아쉬운 일이다˝
또한 마지막 삶의 순간을 남겨둔 환자에게 가족들이 함께 한다. 어린 자녀를 남기고 떠나야하는 젊은 아빠, 자식의 죽음을 지켜봐야 되는 부모등 각기 사연마다 눈시울을 젖게 만든다. 남일 같지 않아 각 장의 사연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
아울러 저자는 의사로 일하며 겪었던 여러가지 사항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한다. 소개글을 통해 내용을 좀더 살펴보자면,
˝암 환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병원이고, 이곳에는 그 마지막까지 환자, 가족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있다. 한 사람의 생사와 남은 날을 지켜보고 치료해야 하는 의사의 고민은 깊다. 선생님에게는 제가 600명 중 한 명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선생님 한 분뿐이거든요라고 말하는 환자 앞에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생각하고, 완치 되었으나 암 환자라는 이유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젊은 암 환자들을 보며 사회의 역할을 되묻고, 항암치료를 거부하다 항암치료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들을 안타까워한다.
팔순 노모에 대해 연명의료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사남매로 인해 온몸이 붓고 의식을 잃은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순간에도 심폐소생술을 멈출 수 없는 현장에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를 되묻는다. 환자도 병원도 싫어하는 완화 의료에 대해서도 그것이 환자의 남은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신념을 고백하기도 하며, 어쩔 수 없이 ‘시속 10명’으로 환자를 만나야만 하는, 한국의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에 대해 씁쓸함을 털어놓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들려주는 몇 가지 사연들은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환자가 살아는 있으나 죽음보다도 못한 상태일 때, 존엄과는 멀어지고 있는 경우에 보호자와 의료진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환자를 떠나보내야 할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이승에 붙들어 놓을 것인지.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이야기 속에서 환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편히 돌아가실 수 있게 임종방에 모셨지만 아버지는 점차 사람의 외형을 잃어가고 악취를 풍기면서도 돌아가시지 않는다. 그 곁을 지키던 아들은 차라리 보내드리는 게 낫겠다며 오열하고 담당 의사인 저자는 산소호흡기를 떼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법으로는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게 되었으나 그 순간 의사도 보호자도 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고,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그 선택의 무게를 토로한다.
종양내과 의사로서 저자는 환자의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존엄한 죽음을 위해 많은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서 깊이 고민한다. 우리 대부분은 독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며, 사람이기에 병으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마주한 환자와 보호자의 자리에 언젠가 우리가 앉게 될 수 있고, 그의 고민과 선택을 우리도 함께 해야만 할 수도 있다. 저자가 의사로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순히 ‘의사’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유다.
김범석 교수는 이 책에서 뜻하지 않게 자신이 떠나갈 때를 알게 된 사람들과 여전히 떠날 때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나는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고, 언젠가는 찾아올 나의 죽음을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삶과 죽음의 순간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가 깨달았다.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연한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도록 평소부터 마인드를 잘 관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