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B-71 구역은 살인 사건이 발생한 대저택의 응접실을재현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안락의자와 테두리의 곡선 나무장식물이 눈에 띄는 커다란 식탁, 화려한 유리 샹들리에, 타다 남은 장작이 흩어진 벽난로, 그 아래 카펫을 붉게 물들인핏자국,

"이봐, 아가씨, 너무 몰입해서 잊었나 본데 이건 수사 게임이야. 네가 반했던 그 여자는 살인의 희생양인 블록이라고.
예전에는 그 자리에 다른 여자애가 있었는데 아마 교체된 모양이더군. 그런데 대체 무슨 옵션을 켜 두었길래 승객과 블록을 구분 못 하나? 눈빛이 아주 진심 같던데."
노인이 봄을 비웃었다. 봄은 한참이나 노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유희는 깨달음이 휘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휴가를 냈다.
책임감 강한 자신의 의식이 행정 절차라는 인위적인 의지에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건성으로, 유희 자신이 실사 현장 책임자였으므로 휴가를 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았고 거짓 대답을 쥐어짤 필요도 없었다. 열흘넘게 쉬지 않았으니 쉴 때가 되기도 했다.

그 무렵 인공 지능은 인류에게 재앙이었다. 인류가 직면한수많은 위기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피부에 와닿기로는 온난화나 해수면 상승보다 심각했다. 인공 지능과 로봇은 공급 곡선의 파괴자였다. 똑똑해진 기계들은 희한하게도 생산자 편에서만 일했다. 인간 자본가가 자초한 일이었다. 생산에 도움이 되는 기계부터 똑똑해지기 시작했으니 따지고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 있다. 한 사업가가 출장으로 대도시의호텔에 투숙한 이야기. 호텔 방문을 열자 누군가 죽은 채로누워 있는 게 눈에 띄어서, 놀란 사업가는 헐레벌떡 아래층으로 내려가 방에 시체가 있다고 소리친다. 컨시어지의 직원이열쇠 함으로 손을 뻗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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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옆방을 쓰세요.
직업을 설명해야 할 때 나는 종종 이 얘기로 대신한다. 이이야기에는 내가 하는 일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출장, 대도시, 죽은 사람, 옆방, 차분한 목소리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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