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나를 내려놓고 나서 두루마기 주머니에서 먹을 것을 주섬주섬 꺼내 손에 쥐여 주는 것을 잊으신 적이 없었다. 노란편지봉투에 싼 미라사탕 아니면 잔칫상에서 염치 불구하고 집어넣었음직한 약과나 다식 따위였다. 그런 것들을 맛보느라 할아버지 손목을 놓고 깡충깡충 앞장서 뛸 때는 얼마나 의기양양했던지,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한테 눈꼴이 시다는 핀잔을 들을 지경이었다. 할머니 눈에 요새말로 백이 생긴 내가 다소 밉살스러워도 보였으리라. 그러나 그때의 내 기분은 기다림의 성취감 같은 것이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내 갑작스러운울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건 순수한 비애였다. 그와 유사한 체험은 그 후에도 또 있었다. 바람이유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저녁나절 동무들과 헤어져 홀로집으로 돌아올 때, 홍시빛깔의 잔광이 남아 있는 능선을 배경으로텃밭머리에서 너울대는 수수이삭을 바라볼 때의 비애를 무엇에비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