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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역사가 - 주경철의 역사 산책
주경철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즐겨들었던 팟캐스트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추천된 책이다. 뒤늦게 방송을 알아 역주행하며 한 권씩 읽어주고 듣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제 방송은 끝났고 팟캐스트도 유튜브에 밀려서 거의 사장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소개된 책들은 이미 책장에 꽂혀있기에 생각날때마다 한 권씩 읽어주고 있다. 소설과 비소설을 번갈아가며 방송했던 기획인데 비소설 분야에서 구입했던 책을 읽기로 했다.
이 책은 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재직중이며 역사와 관계된 많은 책을 활발하게 펴내고 있는 주경철 교수가 쓰셨다. [일요일의 역사가]는 전문 역사서라기 보다 일종의 대중교양서라 할 수 있겠다. 이론보다는 일반 독자들도 비교적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로 월간 [현대문학]에 2012년 6월호부터 2013년 5월호까지, 1년여 간 연재했던 글을 묶었다.
고대 그리스부터 홀로코스트까지 비교적 긴 세월에 걸쳐 문학과 예술을 중심으로 비교적 묻혀져있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목차를 통해 어떤 이슈가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자면,
01 신의 무지amathia 인간의 체념諦念 : 에우리피데스의 『바카이』
02 이븐 바투타의 주유천하周遊天下 : 이슬람 초超문명권
03 광기에 찬 차르 : 이반 뇌제의 러시아 만들기
04 신은 목마르다 : 아스테카 제의와 기독교의 만남
05 치즈와 구더기 : 큰 세상을 작게 보기
06 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 악惡의 고전
07 바타비아 : 유럽 문명의 무덤
08 카사노바 : 계몽주의 시대의 사랑의 철학자
09 고양이와 여인 : 근대 유럽의 저항 문화
10 문명의 어두운 빛 : 아프리카와 서구의 조우
11 밤과 안개 : 홀로코스트·이미지·기억
총 11개의 꼭지로 각 장마다 매우 흥미진진한 역사적인 사실과 함께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장의 밤과 안개는 알렝 르네의 영화로 문학부터 음악, 그리고 철학서까지 비교적 폭 넓게 문화적인 현상을 역사와 결합해 해석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중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었던 텍스트를 히스토리history 역시 스토리story의 일종이라는 해석과 함께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있다.소개글을 통해 각 장에 다뤄진 텍스트를 살펴보자면,
01 신의 무지amathia 인간의 체념諦念 : 에우리피데스의 『바카이』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마지막 작품 『바카이』는 세기를 넘어 오늘에까지도 깊은 교훈과 영감을 주는, 그 시대가 당면했던 불평등과 억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02 이븐 바투타의 주유천하周遊天下 : 이슬람 초超문명권
14세기 모로코 왕궁 출신의 여행자 ‘이븐 바투타’가 남긴 광대무변한 여행기에서 거대한 이슬람권 세계가 성립하고 발전된 과정을 흥미롭게 살필 수 있다.
03 광기에 찬 차르 : 이반 뇌제의 러시아 만들기
잔혹한 통치자였던 러시아의 이반 뇌제를 다룬 영화 「폭군 이반」이 오랫동안 러시아에서 개봉되지 못한 연유는 무엇이었는지, 미스터리로 가득 찬 이반 뇌제의 행적과 그가 남긴 러시아의 역사적 그림자에 대해서 날카롭게 추적해본다.
04 신은 목마르다 : 아스테카 제의와 기독교의 만남
아스테카 문명의 인신 희생 제의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달루페의 성모’로 대변되는 멕시코의 독특한 기독교 문화에 대한 설명은 우리와 다른 문명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05 치즈와 구더기 : 큰 세상을 작게 보기
중세의 베스트셀러들을 두루 섭렵한 이탈리아 산골 마을의 기인 메노키오를 통해 발견되는 작고 섬세한, 그러나 역사의 한 지점을 구성했던 현장을 돌아본다.
06 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 악惡의 고전
15세기에 출판된 마녀에 대한 개념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악의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과 거기에 깔린 문명의 어둠을 파헤쳐본다.
07 바타비아 : 유럽 문명의 무덤
인간 심성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공포와 야만을 확인하게 해주는 바타비아호 좌초 사건은 『로빈슨 크루소』 『파리대왕』과 교차해 읽히면서 세계로 팽창해가던 근대 유럽 문명의 야만적이고 사악했던 이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08 카사노바 : 계몽주의 시대의 사랑의 철학자
소설 속에 등장하는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안과, 한 시대를 몸으로 관통하는 행동가의 삶을 살면서 문필가로 생을 마친 계몽주의 시대의 자유인 카사노바, 그 둘의 이질적인 사랑의 철학을 대조했다.
09 고양이와 여인 : 근대 유럽의 저항 문화
16세기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 「악녀 그리트」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질서의 전복을 나타내는 18세기 ‘고양이 대학살 사건’이 폭로하는 근대 사회의 억압적 문화와 저항 문화를 조명했다.
10 문명의 어두운 빛 : 아프리카와 서구의 조우
대서양에서 인도양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한 최초의 유럽인 리빙스턴, 그리고 그를 추적한 기자 스탠리, 식민지 팽창에 힘을 쏟은 벨기에의 국왕 레오폴드와 콩고의 비극. 조셉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에서 읽어내는 제국주의적 팽창이 내세운 인간 진보 계획 이면에 숨어 있던 탐욕과 악행을 들여다본다.
11 밤과 안개 : 홀로코스트 · 이미지 · 기억
현대사의 치부이자 살아남은 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를 다룬 세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쇼아」 「밤과 안개」에 대한 분석은 우리에게‘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쉽지 않은 물음과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문제를 던진다.
개인적으로 중세시대의 여러 텍스트에 흥미가 생겨 기회가 된다면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역시 역사는 양파와 같다. 까면 깔수록 더욱 흥미가 생기는 학문인것 같다. 역사를 좋아하신다면 일독해보실것을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