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어떤 병이냐고 묻는다면 전 이렇게 답할 것 같아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으면서, 그렇게 피를 철철 흘리면서, 멀고 먼 도살장을 향해 걸어가는 소의 기분이라고, 온몸은 땀에 절어 있고, 반복되는 고통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죠. 몸은 내 것이 아닌 듯 의지에 따라 움직여 주지 않아요. 주저앉고 싶지만 아직 살아 있기에 걸어야만하죠. 오직 죽음이 빨리 찾아와 이 모든 것이 끝나길 바랄 뿐…..
우울감과 우울증은 달라요. 우울감이 단지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없어지는 상태라면, 우울증은 정신이 느끼는 통증이에요. 제가 경험한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차라리 마음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 외상 후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통증‘에 가까웠어요.

이 책의 장점은 놀라운 솔직함과 충실한 묘사력이다. 저자는 꾸밈없이 자신의 아픔을 고백하고, 그 아픔으로부터 놓여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처럼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따스한 친구가 되어 준다. 그 과정에서 우울증의 두 번째 걸림돌은 바로 ‘나를 사

우울증에 걸리면,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우울증 회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게 돼요. 어제까지만 해도 긍정적이었던 사람에게 갑자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이게 병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지만, 전 너무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에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걸, 그래서 ‘우울증 필터‘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대다수 환자들이 자기가 실제보다 더 못생겨 보이고, 더 멍청하게 느껴지고, 더 무능력하게 여겨지는 게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요.

내가 제일 아프고 힘들다고 생각해 주는 건 우리 내면에 있는 상처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과 같아요. 내가 아픈데 남의 사정까지 배려해 주지 마세요. 아빠가 가정에 무관심해서 엄마 혼자 어린 자식들을 키우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그래서 나한테 화를 낼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이해해 주지 마세요. 그건 엄마의 사정이고 나한텐 그 무엇보다 내가 아팠던 게 제일 중요해요. 냉정하게 말해서 성인이었던 엄마보다는 어리고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었던 내가 더 상처받았다는 게 ‘팩트‘ 예요.

기분 상하고, 화가 나고, 창피하고, 슬펐던 순간들을 돌아보고 그때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인정해 주세요. 나에게 잘못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당신은 나한테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됐어!"라고 말해 주세요.
분노한다는 건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기로 했다는 의미예요. 함부로 간섭하고 상처 주는 사람들 앞을 막아서는 거죠. 그 분노가 바로 자존감이에요.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니까요. 우울증이 진짜 심해서 자기가 쓰레기만도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화를 내지 않아요. 그저 체념해 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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