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저의 타고난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평탄하게만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일은 무엇이든 척척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여러분도 바로이런 것이 운명이고, 이렇게 흘러가는 게 맞다고 받아들이면서 여러분 앞에 닥친 고통을 이겨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강해지세요. 저는 그저 멀리 일하러 간 것이고, 언젠가는 꼭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선한 주님께서 제가 저지른 잘못들을 용서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아버지와 곧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께 바라는 가장 큰 소원은, 군인이었던 시절 제가 돌아올 날을손꼽아 기다리시던 그때처럼 기운을 내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안나 마리아, 지난번에 내게 하느님을 믿으라고 권했던 적이 있지. 지금 이 순간 그분이 내 곁에 가까이 있음을 느낀다면 당신은믿어 줄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언젠가는 죽게 되는 우리가 영원불멸의 귀신이 되는 것! 공포의 대상이 되는 거겠지? 그래. 그러거나말거나 그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 그럼 뭐가 신경 쓰이냐고?
글쎄, 뭐가 있을까?
나는 행복한 순간에도 몇 번이나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 대해 생각했는지 몰라! 오늘 저녁에 문득 빅토르 위고 Victor Huge의 『사형수최후의 날Le dernier jour dan condamne』을 읽었던 것이 생각났어. 아마도 그책은 파이오네 Faione에 있는 내 책들 사이에 있을 거야.
그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나는 죽음의 순간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어. 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지금 이 순간만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 말이야. 안나 마리아, 모든 것의 최후에는 무엇이 남는지 알아?
최후에는 삶의 불순한 것들이 걸러지고 오직 거룩하고 순수한 것만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