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아로새긴 수많은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과거 속에 묻히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다. 더욱이,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사건이라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지만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태어나기 한참 전의 일이라고 해도, 결코
‘어서는 안 되는 순간이 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흔히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살벌한 느낌을 주지만, 이그럼 강렬한 진실도 없다. 우리 역사 또한 이 점을 액면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바로 1980년 5월 광주가 흘린 피를 듬뿍금음으로써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을 망각다면, 민주주의는 다시금 우리에게 피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980년 5월 광주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1961년 민주화 세력은 5·16군사쿠데타를 저지하지 못했다. 목숨을잃을까 두려워했고, 군부에 대한 환상도 상당 정도 있었다. 박정희 정권 18년은 그러한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는 학습의 과정이었는데,
그 점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것은 바로 호남의 민중이었다.
극심한 차별을 경험하면서 호남의 민중은 5·16군사쿠데타를 목숨걸고 저지하지 못한 것을 땅을 치면서 후회하였다. 그러한 후회는 일정한 계기가 마련되면 폭발할 수 있는 깊은 원한이 되어 호남민중 잠재의식의 밑바닥에 자리잡아갔다. 마침내 그 원한이 폭발할 운명의 순간이오고 말았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전두환 정권의 광범위한 인권유린은 민주화 세력의 기를 꺾음으로써 궁극적으로 저항의지를 거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전두환 정권의 탄압을 받고 민주화 투쟁의 의지를 접은 경우는 그리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탄압을 받으면서 더욱 강하게 단련되었고 민주화를 향해 더욱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다. 뿐만이 아니었다. 선배 혹은동료들이 정권의 탄압에 의해 모진 고초를 겪는 것을 목격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투쟁을 지지하였고, 나아가 동참하였다. 정권의 탄압은 민주화의 불꽃을 수십 수백 배로 늘어나도록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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