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들은 대체로 술을 마셨다 하면 취하도록 마시며 이런 술버릇으로 결국엔 자신의 삶까지 망가뜨리는 불운을 자초하고 만다. 친구를 잃고, 건강이 악화되고, 결혼 생활은 파탄 나고, 아이들이 학대당하고, 직장에서해고되는 등등 삶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이런 파국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중독자들은 여전히 술을 끊지 못한다. ‘인격 측면의 변화‘를 겪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예전에는 정직하던 사람이 언제부턴가 거짓말을 일삼고몰래 숨겨놓고 술을 마시는 등 자신의 음주를 방해받지 않거나 감추기 위해온갖 기만행위를 벌인다. 다음 날 아침이면 부끄러움과 자책이 몰려들기도하지만, 알코올중독자 중 다수는 방해받지 않고 술을 마시기 위해 점점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심하면 며칠 혹은 일주일씩 모텔에 틀어박혀 끊임없이 술을 마셔대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대다수 알코올중독자는 점점 신경질적이되어서, 누군가 살짝 자신을 힐난하는 기미만 보여도 지나치게 예민하게 군다. 알코올중독자는 겉보기엔 거드름을 피우는 듯해도 그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존감이 상실돼 있다. – 『정신의학 편람』, 데이비드 P. 무어, 제임스 W. 제퍼슨
작가에게 술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약인가, 파멸에 이르게 하는 독약인가?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치버, 레이먼드 카버……술을 사랑한 미국 현대문학 거장들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들은 여섯 명 중 네 명꼴로 술독에 빠져 살았다. 위대한문학 작품을 남긴 작가들 가운데 유독 알코올중독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질병과 기억력 감퇴, 편집증적 증세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술을 마신 것일까? 술은그들에게 어떤 의미였고, 작품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영국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올리비아 랭은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테네시윌리엄스, 존 베리먼, 존 치버, 레이먼드 카버 등 술로 인해 고난을 겪은 작가들의자취를 좇아 미국 전역을 여행한다. 그리고 독한 위스키처럼 강렬했던 작가들의 삶과문학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언뜻 들으면 비극적 삶 같고 방탕하거나 무절제한 사람의 삶 같지만 이 여섯 남자,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테네시 윌리엄스, 존 치버, 존 베리먼, 레이먼드 카버는 역사를 통틀어 명저로꼽히는 몇몇 작품을 탄생시킨 인물들이다. 소설가 제이 매키너JayMclnerney가 치버에 대한 논평에서 밝혔다시피 "성적으로 문제 있던 알코올중독자는 지금껏 수천 명에 이르지만 그중 딱 한 사람만이 『세이디 힐의 가택 침입자The Housebreaker of Shady Hill』와 『진의 슬픔The Sorrows ofGin」을 써냈다"
알코올중독에 점점 더 탄력이 붙으면 필연적으로 음주자의 신체적·사회적 자아에 영향을 미쳐 그 사람의 인생 구조에까지 눈에 띄는 손상을 입히기 마련이다. 가령 직장을 잃거나, 관계가 파탄 난다. 또 사고에 휘말려 체포되거나 다칠 수도 있다. 음주자가 점점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태도로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기도 한다. 장기적 알코올중독으로 이어질 경우 간염, 간경변, 지방간, 위염, 위궤양, 고혈압, 심장병, 발기부전, 불임, 각종 암, 감염 취약성 증가, 수면 장애, 기억력 상실, 뇌 손상으로 인한 인격 변화 등의 위험도 뒤따른다. 1935년 《미국 정신의학 저널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린 알코올중독에 대한 초반기의 한 실험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심각한 알코올중독에 대해 검토하면서 인상적이고도 확실하게 느끼게 된 바이지만, 이 단 하나의 독성 물질로 인해 유발되는 증상은 한두 가지가아니어서 이루다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17
술은 그에게 이런 거북한 상태에 대한 해독제였다. 하지만 단점도있었으니 글쓰기 능력에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1940년의 여름무렵, 그는 이미 절제의 필요성을 밝히며, 벗인 조 하잔Joe Hazan 이라는 무용수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요즘엔 어느 정도 자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요. 기분이 아주 가라앉아 있을 때 하루에 한두잔 정도만 마셔요. 취하도록 퍼마시고 사람들과 어울려 정신이 산만해지도록 광란의 도피를 하지 않고, 침착하고 참을성 있게 마시고 있어요." 23 그는 또 몇 문단 아래에서 조에게 "쓸데없는 폭음"을 경계하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나로선 당신이 이런 쓸데없는 짓에 휘말리지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과거에 폭음을 많이 해봐서 하는 말인데, 위험한 지경까지 마시고 나면 늘 혐오감에 치를 떨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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