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내에서 인간은 그들 자신의 관계와 존재의 조건들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그들 존재의 조건 사이의 관계를 ‘사는 방식을 표현한다. 이 사실은 실재의 관계와 상상의, 살아내는 관계 모두를 전제한다. 13
경제 형태는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 파악할 수 없고 인문학적인 사유의 힘으로 분석해야 함을 마르크스는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라는 전체 몸뚱이를 분석하는 것은 쉽지만 미세한 상품이라는 세포를 분석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에서상품을 다루는 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변호 하고 있다.
이런 분석에서 마르크스가 드러내는 시선은 욕망에 대한 정신분석 이론의 관점과 상당히 비슷하다. 상품의 교환이 가능한 까닭은무엇보다도 결여에서 기인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상품소유자는 자기 상품을 욕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판매할 필요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가 써야 하는데 어떻게 시장에 내다 팔 생각을 하겠는가? 기본적으로 상품소유자는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팔려고 장터에 내놓는다. 필요 없는 상품을 팔고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을 사는 것이 기본적인 교환의 원칙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쪼개서 그 속에서 과학적인 ‘일반이론을 얻어내려 했던 알튀세르는 독특한 지위를 점한다고 할 수있다. 알튀세르는 과학적 마르크스주의를 위해 ‘이론‘ 이 필요하며, 따라서 이론의 과학성에 들어맞지 않는 헤겔과 후설, 하이데거는 "관념론자" 로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알튀세르에게 마르크스는 무엇보다도 "철학자 였다.24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알튀세르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인식론적 단절‘ 이라는 개념을 차용해서 젊은 마르크스‘와 ‘성숙한 마르크스‘를 구분하는데, 이를 통해 이데올로기로부터 과학적 이론을 추출해냄으로써 마르크스가 진정한 철학자로거듭났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오늘날 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론은 이렇게 위급할 때 위기를 모면하는 대피소가 아니라, 전장을 함께 누벼야 하는 무기다. 동일한 무기를 지급받았다고 모두 똑같이 무기를 다룰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무기는 같을지 모르나, 내 손에서 산전수전 겪으면서 나만의 무기로 다시 태어나야 제대로 이론을 다룰 줄 안다고 자처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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