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때 그 자리에서 문제 삼지 않았어?"
피해자들이 흔히 당하는 모욕이다. 심리적·정신적괴롭힘은 평소 ‘주눅 들기‘를 강요함으로써 자기방어를사전에 봉쇄할 뿐 아니라, 그 후로도 오랫동안 생채기를남긴다. H처럼 무력한 자신을 자책하고 수치심을되새김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괴롭힘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을 면담 조사한 어느정신과 의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괴롭힘이 있기 전에는 분명 다른 사람이었을 텐데,
이전에 그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하기어렵다."


종합하면 괴롭힘은 한마디로 ‘비난받고 불신당하고고립되어가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의 끝은 누군가를노동하는 삶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자신의행동이나 업무 수행에 납득할 만한 평가 없이 외부로방출되거나 내부에서 다른 곳으로 배치가 전환된다.

대개의 조사에서 가해자의 상당수는 관리자 다.
영국이나 미국의 조사에서 가해자의 약 80퍼센트가관리자 였다. 유사한 조사에서 부적절한 경영관리스 타일이나 부정적 리더십의 성격이 괴롭힘의주요인으로 꼽혔다. 예외적으로 스칸디나비아국가들에서만 동료 노동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이관리자의 괴롭힘과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일터괴롭힘 중 집단 따돌림이라는 일부 유형에 국한된분석이고 따져봐야 할 문제점이 많지만, 일단 제쳐두고보자. 이 문건에서 표현한 것처럼 피해자 또는 가해자의태도나 감정을 겨냥한 어떤 특성이 그 대상의 속성처럼들러붙어 있다. 이런 걸 ‘낙인찍기‘라 한다.


수치심을 느끼고 얼굴을 붉히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특성이라고 한다. 수치심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사람으로서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되고싶은 자신의 상을 그리고 그 모습에 완벽하게 자기를맞출 수는 없더라도 자신을 비춰보며 더 나아지려고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수치심은 부족함을 느끼고반성할 때, 지나치면 좋지 않지만 꼭 필요한 소금 같은역할을 한다.

혐오는 자기 가치를 주장하려고 자기보다 약자인누군가를 표적으로 삼아 그 존재에 대한 존중을부정하는 것이다. 약자를 도구로 삼아 자기를 회복하려들기에 고약할 수밖에 없다. 나보다 싼 취급을 받는사람, 나보다 한 단계 아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위안이 된다. 그건 곧 내가 한 단계 위에 있다는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위안은 불안하다. 내가 저자리로 내려갈 수 있다는 불안, 내가 혐오하는 그 표적이될 수도 있다는 불안까지 위안하진 못한다.


인간의 상상력에는 반대 방향도 있다. 내가 남과 아무리달라도 ‘내가 그 사람이라면‘ 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말이다. 상상력을 좋게 발휘하면 공감 또는 감정이입이된다. 공감은 상상력을 마법 삼아 자기를 벗어나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나가서 타인에게 충분히다가가는 것이다. 충분히 가깝게 가려 하나 침범하려하지는 않는다. 존중은 그런 거리 유지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경계선이 아니라 들락날락하는 접경을 나와타자 사이에 만드는 것이 공감이다. 공감은 ‘나와같다면‘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의 처지라면‘ 하고느끼고 이해해서 행동 지침으로 삼는 인식 기술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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