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깐 멈춰 서서 이 장면들을 자세히 눈에 담았다. 지금 여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공포일까, 분노일까? 대로에 시민들은 거의 없고 군인들모습만 보여서 잘 알 수 없었다.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 군인들의 강경 대응이 시민들의 항복을 받아낸 것일까? 군인들과 간격을 충분히 두면서 도청 쪽으로 난 대로를 걸었다. 군인들 숫자가 너무 많고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를 매우 조심스럽게 걸었다. 만약 내가 고개를 숙이면 머리만보여서 잘못하다가는 한국인 대학생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고개를 들고 내가 ‘푸른 눈의 외국인임을 애써서 강조했다.

나는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 사건들로부터 감정적인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애썼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군인들이 자행한 학살의 공포와 군인들의 퇴각이 준 흥분이 뒤엉켜서 이 항쟁에 열광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만은 없는 처지이다. 한국에 계속 있으려면 냉정을유지하고 객관적인 관찰자로 남아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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