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중산층 사회 -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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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이슈가 불거지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싯점에서 왜 이렇게 다양한 분노와 갈등 그리고 지지가 형성되는가에 의문을 가졌다. 특히나 2~30대의 다양한 의견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왜 그들은 여러갈래의 목소리를 내는것인가?

얼마 전 비슷한 세대의 후배와 밥을 먹으면서 이 친구가 다가오는 총선에서 20대의 보수화 경향에 대해 비판을 하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름 의문이 풀렸기에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미약하게나마 설명해줄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해드린다. 책의 내용이 괜찮아 다소 길게 인용해볼 예정인데 관심이 있다면 읽어주시길 바란다.

일단 조국 전 장관의 이슈에 대한 작가의 의견을 살펴보자.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의견이 아닐 수 없다.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한 분노는 그와 경쟁 관계에 있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에 재학 중인 중산층 자녀들을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조부모와 부모가 일구어놓은 재력과 인적 네트워크, 경우에 따라 위법·탈법 의혹을 받을 수도 있는 방법까지 써 일종의 추월 차로를타며 중산층 자녀 교육의최고 목표인 의대에 입학한 것은 그들이 보기에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명문대와 의사양성소 입시에서 불공정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문대 바깥의 20대는 시종일관 침묵하면서 남의일이라는 무기력한 반응이었다. 그나마 지방 국립대 중 대기업취업률이 가장 높은 경북대 학생회가 장관 후보자 시절인 8월말 한 차례 성명서를 발표했을 뿐이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논란에 대해서 20대는 이슈 초기 국면부터 부정적이거나 냉소적 이었으며, 시간에 따른 부정 평가의 등락도 초기에 다른 연령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정적 반응을 내놓은 뒤 큰 변동이 없었다. 20대는 조국 수호를 외친 4050의 서초동에도 조국 사퇴를 부르짖은 6070의 광화문에도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1퍼센트와 99퍼센트의 격차가 아니라 10퍼센트와 90퍼센트의 격차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 격차는 단순히 임금의 격차가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의격차다. 변호사,  의사와 삼성전자, 우리은행 직원의 생활세계내 격차는 크지 않지만, 그들과 중소기업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의 격차는 감히 메울 수 없을 정도로 넓고도 깊다. 20대가 계급불평등을 경험한다면 현대판 부르주아지인 10퍼센트와 나머지 90퍼센트의 불평등인 것이다.˝

결국 불평등의 원인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라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사실 6~70대의 과거 향수에 기인한 막무가내의 의견들은 어차피 그들이 사라져갈것이기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지만, 젊은 새대들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작가가 지적하는 적폐 새대에 해당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읽어줬다.

˝이 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중상위층은 학력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기반으로 부를 축적하면서, 나머지 학번 없는 60년대생과 다중적인 격차를 벌렸다. 그리고 이들이 교육 투자뿐만 아니라 문화적 역량, 사회적 네트워크 등 무형 자산을 이용해 자녀세대(90년대생)에게 동일한 지위를 물려주려고 나서면서 중산층지위의 세습이라는 결과가 빚어지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중산층이 부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소득분위 하층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고, 이러한 현상이 계속 반복되어갈수록 계층의 고착화가 이루어질것을 예상할 수 있다.

˝사회회경제적 지위의 향상 가능성이 없는 하위 90퍼센트에 속 한 20대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부모 세대인 50대를 불신하는 것이다. 그들이 상위 10퍼센트에 속한 50대~80년 대 학번~60년대생 남성의 진보 담론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20~30 특히 20대 남성은 보수화된 거 니라 비당파화 partisan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 젊은 세대들은 보수화라기 보다 비당파가 된다는 의견이 더욱 적확해보인다. 어차피 남의 나라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책에 지방 소재 4년제 대학 출신의 25세 여성 A 씨의 사례가 소개된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월 소득이 106만 원인 그는 ‘저는 극한 상황이라 월 150만원이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토익 점수가 있으면 월 180만원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200만원 넘는 건 안 바라요‘라고 말한다. ‘근로 조건은 주 5일이면 돼요. 주말만은 제발 쉬었으면 좋겠어요. 계약직도 괜찮아요.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배울수 있는게 정말 많거든요‘라는게 A 씨의 소박한 희망이다.

A씨는 당장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의 일자리를 잡았다. 부모를 포함한 가족 4명이 30m²(9.1평) 정도 면적의 다가구 주택에서 사는데, 독립은 언감생심이다. 당연히 결혼 등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세습 사회에서 밑바닥을 깔고 있는 20대들의
 꽤 전형적인 모습이다.˝

나아가 586 이란 단어는 단순히 세대를 가리키는게 아니라 80년대 학번인 60년대생으로 대기업 화이트칼라로 일하는, 세습 중산층의 첫 세대를 가리키는 계급적 지위를 의미하고 이들이 육성하는 자녀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집안 좋은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는 속설은 정말로 참이다. 양육 환경이 좋은, 즉 부모가 경제력이 있고 학력이나 직업 등 사회적 지위도 뒷받침되는 계층의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는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비인지적능력도 다른 계층의 자녀들 보다 더 뛰어나다. 그리고 비인지적 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대치동 학원가 등을 통한 교육 투자는 결실을 맺는다. 노력은 실력이 아니다. 계층이다.˝

˝결국 한국에서 90년대생들은 전문직이나 대기업 일자리를가진 부모가 확보한 경제력과 사회적 네트워크,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명문대 졸업장과 괜찮은 일자리를 독식하는 세습 중산층의 자녀 세대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이 이전 세대가 경험한 불평등과 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이래서 조국 전 장관의 이슈에 대해 20대가 보여준 시각의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려가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책에서 더욱 참고할만한 내용들을 올려본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 심화는 최상위 1퍼센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소득자의 소득 몫이 집중적으로 커졌던 2003~2006년 기간에 최상위 1퍼센트의 몫은 2.9퍼센트포인트(9.3퍼센트→12.2퍼센트) 늘어났고, 상위 1~5퍼센트는 4.2퍼센트포인트(14.9퍼센트→19.1퍼센트), 상위 5~10퍼센트는 3.4퍼센트포인트(12.1퍼센트 15.5퍼센트) 늘어났다. 2000년대 중반의 불평등 확대의 핵심 원인은 최상위 1퍼센트보다 오히려 중상위층(상위 10퍼센트)의 소득 몫 증가였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제시하는 정치기획이나 이데올로기는 능력 본위 경쟁을 내건 교육 취업 게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창출하고, 승리를 독식하는 이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른바 적폐 청산등의 어젠다는 20대의 생활세계에 영향을 주지 못할 뿐더러 50대 중상위층의 우월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의 20대가 586의 정치 기획에 냉소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세대 차원의 기득권을 가졌거나 상류 계급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불공정한 게임의 핵심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제시하는 정치 기획이나 이데올로기는 능력 본위 경쟁을 내건 교육 취업 게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창출하고, 승리를 독식하는 이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른바 적폐 청산등의 어젠다는 20대의 생활세계에 영향을 주지 못할 뿐더러 50대 중상위층의 우월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즉, 지금의 20대가 586의 정치기획에 냉소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세대 차원의 기득권을 가졌거나 상류 계급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불공정한 게임의 핵심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보수와 진보의 스테레오타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보수가 60대 중반 이상의 건물주라면 진보는 50대 초중반의 대기업 부장 또는 임원이다. 60대 건물주가 20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높은 월세 정도로, 자산 소유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착취 관계다.˝

˝하지만 50대 초중반 고참 부장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경제적 교육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기업체 인턴 기회를 알아봐주는 등 사실상 경쟁자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60대 중반 건물주를 상대로적폐 청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설득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 비싼 월세는 화가 나긴 하지만 돈을 벌어서 지불하면 되는 문제다˝

결론부분에서는 장차 어떻게 가야되는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한 격차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세습 중산층은 그 격차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하며, 자신의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계층 지위를 물려주고자 노력한다. 그 불평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생하고, 사회적 계층이동을 가로막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데에 해결의 단초가 있을것이다.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격차에 가깝다.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된 사회로 바뀌었다‘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의 지적은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60년대생이 대학(특히 명문대) 정원 확대, 경제 호황기 노동시장 진입, 수출 대기업의 급성장과 그로 인한 노동소득 증가, 자산 가격 급등에 힘입어 세습 중산층의 1세대를 이루었다면, 90년대생은 그들의 교육 투자로 만들어진 세습 중산층의 2세대다.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본질은 부모 세대인 50대 중산층이 학력(정확히는 학벌)과 노동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그들의 자녀에게도 동일한 학력과 노동시장 지위를 물려주는 데있다. 세습 중산층의 자녀가 번듯한 일자리를 독식하는게 2019년의 20대가 1999년 또는, 2009년의 20대와 다른 점이다. 이렇게 심화된 격차 고정은 결혼, 주택등 생애주기에서의 기회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혼과 주택 문제는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격차 심화의 결과이면서 그와 동시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다른 세대보다 조금이라도 더 혜택 받은 586세대의 적극적인 참여와 희생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가지면으로 흥미로운 책이다.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다시 한 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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