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혼은 죽음에 대한 오해로부터 생겨난 두려움 때문에 고뇌한다. 여러 저작에서 에피쿠로스 철학에 경의를 표했던 로마 시인 루크레티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텅 빈 어둠 속에서 벌벌 떨며 수시로 소스라치게 놀라는 어린아이처럼, 때로 우리는훤한 대낮에도 뭔가 우리를 엄습할지 모른다고 상상하며 실체 없는 공포에 짓눌린다.
이 끔찍한 내면의 두려움과 어둠은 우리를 환히 비추는 햇빛만으로는 몰아낼 수 없다.
자연의 외부 형상과 내부 작동 원리를 이해함으로써만 떨쳐낼 수 있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이 원리는, 우리 존재가 원자들의 집합에 불과하며 그 안에 잠시깃들었던 의식은 우리가 숨을 거둘 때 함께 소멸한다는 사실을 밝혀준다. 

의식이 사라지면 고통도 느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영면에 들어간 우리 영혼이 생전에 하지 않은일을 후회한다거나 땅속이 너무 춥다고 불평하리라는 상상은 순전히 착각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겁내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에피쿠로스의 말대로 "죽음은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오지 않고 존재하지 않을 때 비로소 찾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 리에게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게다가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으면 삶의 공포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다. "삶의 멈춤이 공포스럽지 않음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삶이 공포스러울리 없다"

"죽음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기에."

《아우랑제브》 4막 1장, 1676년 존 드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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