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앙리 마티스 엮고 그림, 김인환 옮김, 정장진 그 / 문예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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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거의 읽어보지 않았지만 프랑스 시인중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바로 악의 꽃의 보들레르이고 다른 한 사람은 랭보다. 두 시인 모두 벨에포크 시대의 총아였으며 비교적 단명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물론 그들의 시는 읽어보지 못했다. 작년 알라딘에서 와인잔 증정에 앙리 마티스라는 화가의 에디션판에 끌려 구입했다가 이제야 읽어봤다.


표지의 그림은 물론 앙리 마티스가 그린건데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서 33편을 골라 직접 연필로 소묘를 했다고 한다. 인생의 막판 황혼기에 열정을 태워 이 판본을 만들었다고 하니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보들레르라는 시인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1821년 신앙심과 예술적 조예가 깊은 집안에서 태어난 보들레르는 여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재혼으로 외로움을 느끼며 방황한다. 이후 명문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퇴학당하고, 불안하고 가난한 파리 생활 속에서 《악의 꽃(Les Fleurs du Mal)》의 일부가 되는 시들을 익명으로 발표한다.


[1845년 살롱전(Salon de 1845)]을 시작으로, 중편소설 《라 팡파를로(La Fanfarlo)》, 에드거 앨런 포의 책들을 번역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보들레르는 1857년 《악의 꽃》 제1판을 출간하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시 여섯 편을 삭제하라는 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보들레르는 그 이후에도 집필 활동을 계속해 1860년 《악의 꽃》 제2판과 에세이 《인공낙원(Les Paradis Artificiels)》 등을 출간한다. 그 후 우측 반신마비를 앓으면서도 시를 쓰던 보들레르는 1866년 발표한 시집 《잔해(Les ?paves)》를 마지막으로, 1867년 어머니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소개글 발췌)


잔 뒤발이라는 혼혈 여인과의 사랑, 그리고 매독, 금치산 선고를 받았을 정도로 방탕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시는 현대시의 새로운 개척을 열었고 보들레르 이전과 이후로 시를 구분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야수파 화가로 유명한 앙리 마티스 에디션은 이렇게 발간됐다고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화가 앙리 마티스가 직접 편집하고 삽화를 그린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이 국내에서 최초로 번역·출간되었다. 이 책은 보들레르가 쓴 단 한 권의 시집인 《악의 꽃》 제1판에서 제3판까지 수록된 시 가운데 화가 앙리 마티스가 직접 선별한 시 33편과 역자가 추가해 번역한 〈만물교감(Correspondances)〉 〈가을의 노래(Chant D’Automne)〉를 포함해 총 시 35편을 담은 것이다.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은 1947년에 마티스가 출간한 300부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263번째 판본을 재현한 것으로, 프랑스에서 출간된 《Les Fleurs du Mal》(?ditions Hazan, Paris, 2006; ?ditions du Ch?ne, Paris, 2016)을 참고했다. 또한 이 책은 마티스의 편집의도를 살리고 시와 그림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원본의 판면을 그대로 옮겨 편집했으며, 프랑스 정부로부터 프랑스어 교육문화훈장을 수여받은 김인환(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번역과 정장진 미술·문학평론가의 그림 해설을 추가해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소개글 발췌)


사실 읽기는 읽었지만 보들레르가 표현하는 세계에 문만 열은 느낌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접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그의 자서전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축복]이라는 시를 올려본다.


지상 권세의 명으로 시인이

이 지겨운 세상에 나타날 때,

질겁을 한 그의 어머니는 양심에 넘쳐

가엾이 여기는 신에게 두 주먹 불끈 쥐고---



---아! 이 비웃음거리를 키우느니보다는 차라리

살모사라도 한 뭉치 내깔리지 않았던고!

내 배에 이 속죄거리를 잉태한

순간의 쾌락의 밤에 저주 있어라!



그대 그 많은 여자들 중 날 택하여

내 처량한 남편의 혐오거리로 만들었고,

또 이 비틀어진 괴물을 사랑의 편지처럼

불길 속에 처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날 짓누르는 당신의 증오를 당신의 짖굿은

심술의 저주스런 연장 위에 다시 솟구치게 하여

다시는 그 독기 배인 싹이 트지 못하도록

이 한심스런 나무를 밸밸 비틀어버리리다!



이렇듯 그녀는 증오의 거품을 삼키며,

영원한 의도를 모르기에 저 스스로

어미 죄를 다스리는 화형대를

지옥 밑바닥에 마련하도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천사의 가호 밑에

실격된 아이는 태양에 취하여

그가 먹고 마시는 일체에서

진수성찬과 붉은 감로주를 되찾는구나.



그는 바람과 노닐며 구름과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십자가의 길에 취하니,

그의 순례를 뒤쫒는 성령도 숲의 새처럼

명랑한 그를 보고 눈물짓네.



그가 사랑하려는 이들 모두 두려움으로 지켜보고,

아니면 그의 온순함에 으쓱해져 가지고

저마다 다투어 그에게 비명을 지르게 하며,

그에게 자기네 잔인성을 시험하는구나



그의 입에 들어갈 빵과 포도주 속에

그들은 더러운 가래침과 재를 섞는다.

위선으로 그가 손댄 것을 내던지고

그의 뒤를 밟은 것을 자책하는구나.



그의 아내는 광장을 돌아다니며 고함지른다----.

그가 날 열애할 만큼 예쁘게 보니까,

난 고대의 우상 구실을 하며

그리고 날 그들처럼 치장케 할테야.



그리하여 나는 나아드, 훈향, 미약

배례와 성찬과 달콤한 술로 흠뻑 취하리,

날 흠모하는 가슴에서 지상의 예찬을

내 웃으며 가로챌 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그러다 이 무엄스런 광대놀이에도 싫증날 땐,

그에게 내 여리고도 억센 손을 대리라,

그러면 내 손톱은 아르피의 발톱 같아사

그의 염통까지 헤치고 들어갈 수 있으리라.



그의 가슴에서 파르르 떨며 파닥거리는

어린 새처럼 그 새빨간 염통을 뜯어내어,

마구 땅바닥에 내던져 내 총애하는

짐승을 배불리 먹일테다!



조용한 시인은 찬란한 왕좌가 보이는

하늘을 향하여 경건한 팔 높이 드니,

그 명석한 정신의 광대한 섬광이

미쳐 날뛰는 군중의 모습을 가려버리네.



그러나 고대 팔미르의 잃어버린 보석들,

미지의 금속이며 바다의 진주들을

그대 손수 끼워 만든대도, 그 눈부시고

맑고 아름다운 왕관에는 아직 부족하리라.



그것은 오로지 태초의 광선의 성스런 광원에서

길어낸 순수한 빛으로 만들어질 것이며

인간의 눈이 더 없이 찬연할 때도

그 빛의 흐리고 처량한 거울에 불과한 것이기에!



찬양할진저 나의 신이여, 그대 고뇌를 주시어

불순에 대한 영약으로 삼으시고, 또한 강한 자를

성스런 쾌락에 대비하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정수로 삼으셨으니!



나는 아노라, 그대 시인에게 성스러운 무리의

지복한 대열 속에 한 자리를 마련하고 계심을,

그리하여 트론느, 베르뛰, 도미나숑 천사들의

영원한 축제에 그를 초대하심을,



나는 아노라, 고통은 둘도 없이 고귀한 것,

그 속에선 지상도 지옥도 결코 해칠 수 없음을,

도한 내 신비로운 영광의 관을 엮기 위해서는

모든 신간과 온 천하를 다 바쳐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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