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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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읽어봤지만 아직 로맹 가리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다.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는 동일인물로 프랑스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각기 수상한 경력이 있다. 공쿠르상은 같은 작가에세 상을 주지 않는걸 규칙으로 하는데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상을 수상하고 그 뒤 계속 소설을 내다가 나중에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색적인 프랑스 문단의 사건이 있었다.


로맹 가리는 이외에 범상치 않은 삶을 살았던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1980년 12월 2일 파리에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8년 만에 파경을 맞았던 부인 진 세버그(영화배우)가 자살한 지 1년 뒤의 일이었다. 참전중에 쓴 첫 소설『유럽의 교육』으로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로맹 가리는『하늘의 뿌리』로 1956년 공쿠르 상을 받은 데 이어, 위에도 언급했듯이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자기 앞의 생』을 발표해 두번째 공쿠르 상을 수상함으로써 평단에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아울러 그는 유태계 프랑스인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 조종사로 활약했으며 레지옹 드뇌르 훈장을 받았을만큼 뛰어난 무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스위스와 불가리아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였으며, 남아메리카 볼리비아, 미국 등에서도 근무하였고 헐리우드와의 인연으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였으며 아름다운 여배우인 진 세버그와 결혼, 이혼을 한 경력도 있다.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삶을 살았던 작가라고 말 할 수 있다.


제목부터 뭔가 있어보이는 [새들은 페루에 갓 죽다]는 열 여섯개의 단편으로 엮어진 소설집이다. 내용을 잠깐 보자면,


세계의 끝, 페루의 외딴 바닷가로 새들이 날아와 죽는다. 때가 되면 새들은 죽기 위해 먼길을 날아와 모래 위로 떨어진다. 로맹 가리의 단편「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이렇게 홀로 그것을 바라보는 한 외로운 사내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섬세하게 짠 구절들을 음영이 있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돋보이는 또다른 단편「류트」, 인간성의 이면을 시니컬하게 그리고 있는「어떤 휴머니스트」, 빠른 호흡, 거친 말투, 반전과 긴박감으로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몰락」, 성형의 비애를 신랄하게 꼬집는 「가짜」, 자신이 줄곧 천착해오던 인간이라는 주제를 다분히 알레고리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비둘기 시민」, 거리두기와 뒤집어보기를 통해 참신한 정복자의 모습을 그려낸「역사의 한 페이지」, 서머싯 몸을 방불케 하는 반전을 준비해둔「벽」과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피학적인 묘사의 위력을 과시하는「지상의 주민들」, 인간의 욕심에 일격을 가하는「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나치 학대를 다룬 소설의 새 경지를 개척한「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그리고 특별히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가 담긴「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에 이르기까지 총 열여섯 편의 단편들에서는 세계와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작가의 독특한 해석으로 각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책 소개글 발췌)


수록된 소설 모두 그의 천재적인 작가 능력을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 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가 인상적이었다. 짧은 글속에 구성진 스토리와 짜릿한 반전까지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음으로 콩쿠르상을 처음 수상한 하늘의 뿌리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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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20-04-1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저도 감명깊게 읽은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쓴 작가 로맹 가리에 얽힌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제가 이 작가의 전기를 읽고 직접 만든 영상도 있으니,
재미삼아 한번 구경해 보세요~
https://youtu.be/vKy0n0XDJ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