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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네요. 다시 말하면, 여행서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기도 하죠.  쉼을 위해 떠나는 여행이지만, 한편으론 누군가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영혼의 자극과 생각의 개방이 필요한 때일 거예요. 새로운 풍경을 만나면서,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발상의 전환, 발견의 기쁨을 누릴 때를 기다리지 않았나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데요, 아끼고 아껴 저축해둔 돈을 쓰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고민 끝에 선택한 여행지에서 생각의 만족을 얻을 수 없다면, 금방 시무룩해지고 시들시들해지고 말아요. 평소 꿈꾸던 도시를 거닐면서 '이게 뭐지?'하고 말똥말똥 하기만 하다가, 아무런 이야기가 남지 않는다면, '아이쿠야!' 싶죠.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여행의 화두로 삼고 미리 공부를 해가야 직성이 풀린답니다.

그래서 미리 만나보는 이야기들이 여기 있어요. 여행 길에는 반드시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만족도가 높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물- 


유럽편 >>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피카소처럼 떠나다
박정욱 지음 / 에르디아 / 2012년 5월

한 마디로, 피카소 미술 여행! 열정의 나라,  스페인. 그곳은 열정의 화가 피카소의 주 무대였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연상하기 쉽지만, 피카소도 위대한 화가 이전에 한 인간이기에,  일생이 반짝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고고미술학 박사님의 사진과 그림 이야기를 듣으며 미리 떠나는 스페인 여행. 까다께스, 바르셀로나, 시페.  생각만 해도 이미 지중해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는 듯하다.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푸른 희망은. 



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효정 옮김 / 까치글방 / 2012년 5월


이전에는 몰랐지만, 알고 보면 대단한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시인이며, 70개가 넘는 다른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해 왔다고 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베르나르두 소아레스라는 이름으로 쓴 자서전이다. 

어느날 일기에는 '모든 감정에 개성을, 모든 정신 상태에 영혼 주기'라고 적혀 있고, 어느 날에는 '우리 존재의 광활한 식민지 안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수많은 유형의 군중들이 있다.'라고 적혀 있다.

포르투갈은 왠지 낯설지만, 시인의 삶과 내면은 들여다 보고 싶다. 






이탈리아 도시 기행

정태남 글.사진 /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2년 5월


'아는 만큼 보인다. '는 뻔한 말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이탈리아 도시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을 집어 드는  게 좋겠다.  여행에서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고프다면 생각 거리를 던져 줄 수 있는 지식이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 같지 않을까. 

베네치아, 밀라노, 나폴리, 로마, 피렌체,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싶은 도시들 속으로. 








국내편 >>>
섬  or  서울


섬문화 답사기 : 여수, 고흥편 
김준 지음 / 서책 / 2012년 5월


자동차 여행과 배 여행은 다르다. 육지와 바다의 느낌. 

섬에 들어가기 위해 배 시간 맞추기만도 까다로운 걸 보면,  섬은 쉽게 닿지 못하는 곳이 맞다. 단지 거리적으로 '멀다'는 것뿐만 아니라 접근이 어려워서 미지의 세계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하지만 바다 위의 어느 좌표에서 각자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이 섬이다. 각각의 떨어져 있는 만큼 고유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그 고유성을 아끼고 애정 있에 바라보고, 가까이 다가가서 더 사랑한 결과 이 책이 나왔다. 스무 해 동안 섬과 섬사람을 기록하고 있는 김준  연구원의 글이다.  그의 관심 만큼이나 책 두께도 꽤 된다. 멀리 있어서 잘 몰랐던 이야기. 그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고 싶다. 





서울의 숨은 골목

이동미 글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5월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나의 시간과 그 어느 공간이 만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다.  서울이란 도시, 아날로그 세대에 태어나 디지털 세대를 살아 가는 사람들에게는  순식간에 함부로 바뀌는 것들이 지칠 법도 하다. 그래서  반작용적으로, 옛 시간이 쉬고 있는 공간이 그립고 익숙하다.  그러한,  골목 여행이다.  모처럼 휴식 시간을 얻어 멀리 갈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곳곳에서 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어디로 갈까, 

어디로 떠나든, 만나게 될 거야.  b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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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2-06-07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행관련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이런 책들도 있었군요.
정태남 님의 다른 여행책을 읽었는데, 내용이 참 좋았어요. 21세기 북스의 <일생에 한 번은 > 시리즈가 좋더라구요.
늦은 시간에 6월 주목 신간을 올려 주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paperand 2012-06-08 00:38   좋아요 0 | URL
저도 특정 여행지 외에는 읽어본 책이 거의 없는데- 말씀해 주신 책도 기억하고 있다가 꼭 읽어볼게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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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지 분명하진 않지만, 오월은 여름이란 계절로 부르는 게 마땅해졌습니다. 3,4,5월은 봄, 6,7,8월은 여름, ... 이렇게 구분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죠. 그러니, 어느덧 꽃이 지고 시나브로 눈부신 햇빛을 만난 이런 날들, 빛이 닿는 자리의 풍경들을 만나러-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집니다.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면, 이 책들이 옆에 있어 줄 거에요. 침묵하지만, 따뜻하게 반짝이는 생각들을 나누게 될 거에요. 





숲에서 온 편지 

김용규 지음 / 그책 / 2012년 4월


'숲'이라는 말에는 어쩌면, '힐링'이라는 말이 함축되어 있는가 봐요. '숲'이라고 소리내어 발음해 보면 나뭇잎에 바람 부딪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요.  저자 김용규는 '여우숲'에서 작은 집을 짓고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시에만 머무는 저로서는 몹시도 궁금한 시간들입니다. 그래서 그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쉰 개의 편지를 받아보면, 그가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을 누리고 있단 걸 눈치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겨울은 겨울대로, 봄은 봄대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곧,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생보다 너무 큰 시간을 견뎌내온 숲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지혜를 심어줄까요?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박범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4월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은교>의 카피는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세요?  '나의 영원한 처녀, 은교'였어요. 길가의 포스터에서 우연히 본 구절인데도, 너무 강렬해서 쉬이 잊혀지지 않았지요. 이 책의 제목도, 다시,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간단한 책소개를 보니, 그가 말하는 사랑은 '문학'에 대한 사랑이라는데, 어디 그뿐일까요? 

꼭 '문학'에 대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법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기다려집니다. 문득, 까뮈가 말했던 한 구절도 생각납니다. '나는 사람들이 영광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것은 거리낌 없이 사랑할 권리다.' 








이철수의 웃는 마음

이철수 지음, 박원식 엮음 / 이다미디어 / 2012년 4월


점 세 개, 선 하나.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모여, 웃음을 만들어 냅니다. 어쩌면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가 그러려나요. 제목을 마주하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게 '웃는 마음'을 주는 것들은 무엇일까?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목록을 작성해 보면, 몇 줄이나 쓸 수 있을까...고개를 갸우뚱하면서요.

'삶, 자연, 마음, 사람'  판화가 이철수 작가각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어떤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마침표는 결국, '웃는 마음'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보며, 먼저-

표지 그림을 따라 웃어 봅니다. 








지금, 이 길의 아름다움  

강제윤 외 지음, 임재천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4월


어디로 갈까. 

길은 많지만, 가고 싶은 길은 찾기는 마땅치 않을 때가 종종 있지요. 뻔한 사진 찍기, 무슨 코스 여행이 되지 않기 위해서 길에서 이야기를 만나고 싶습니다. 혹은, 나의 이야기가 길이 되거나.

그렇다면 어디론가 떠나기 전에, 먼저 길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조금 경청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 아닌 나중, 여기보다 어딘가'를 꿈꿨더라도, 결국엔 당신의 발길이 닿는 곳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될 테니까요. 좋은 친구가 가까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손에 들고 있다면 더더욱.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4월


취향을 강요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가끔은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지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어떤 멜로디의 자극을 통해 더 자유로워질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그게 클래식이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아는 클래식은 몇 곡 안 되는데, 아다지오일 때가 많아요. 환희와 열정의 순간에도 아다지오더라고요. 아침과 오후와 깊은 밤의 감정의 흐름이 다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다지오라니. 그래서 이제, 나만의 순간을 더 사랑하게 할 클래식을 만나고 싶어요. 





숲, 편지, 사랑, 길, 아름다움, 웃는 마음... 책을 고르고 나니, 꼭 눈에 띄는 의지가 아니더라도, 제 마음은 어느새 갈증을 느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각자에게 필요한 처방약은 어떤 것일까요? 자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하잖아요. 책을 읽고 그 앞에 비추어 보면, 우리 각자의 마음이 더 잘 보일지도 몰라요. b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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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2-06-0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 주목 신간을 오늘중으로 올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미 기한이 지났는데, 내일 오전 중으로 올라온 책들을 취합하여 알라딘 신간평가단 담당자님께 메일로 보내 드려야 합니다.

2012-06-07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찬 예찬 시리즈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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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땠어? 그 책 괜찮아? 라는 물음에, 기껏 잘 대답해 봐야, '응, 좋아.' 수준일 때가 많다. 

나쁜 것, 좋지 않은 것, 덜 좋은 것은 왜 그런지 꼬치꼬치 이유를 말하기 좋은데,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 건 왜 그런지 꼬박꼬박 이유를 대기가 쉽지 않다. 


관심이 덜 하고, 집중이 덜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고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는 끝없이 타오르는 관심과 집중을 보여줌으로써, 

오랫동안 우려낸 차의 진한 맛을 떠올리게 한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도 그렇고, <외면일기>도 그렇고 

사진과 함께 실은 글 <뒷모습>도 그렇다. 

그는 뭐든 아무렇지도 않게 툭, 외투를 벗어 옷걸이가 아닌 의자 등받침에 던져놓듯 말하는데,

읽다 보면 탁월한 통찰력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읽는 이를 이끄는 것. 그것이 매력적이다. 


이 책에는 '너무 많은' 내용이 실려 있다. 그래서 그의 생각과 감탄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글을 '소화'해내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그 중의 몇몇은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세계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 몸과 재산, 계절과 성자들, 이미지, 인물들.. 


이를테면, 그는 세 가지 기술혁명으로 인해 끝장날 뻔했던 라디오가 다시 성행했던 사실을 언급한다.

휴대용 녹음기와 라디오 수신기, 휴대용 트랜지스터 수신기의 등장 말이다. 이것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마지막에 언급한 '휴대용 트랜지스터 수신기'는 램프가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모하는 까닭에 두 시간마다 전지를 바꾸어야 했다는 기술적 지식까지 총동원된다. 

폴 발레리에 대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요한 세바스찬 바흐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그리고 태양광선 아래서 피부를 태우는 일에서 종교적 고행과 시련을 연상하고, 윤리의 문제까지 연관성을 찾아가고, 해변이란 전형적인 일광욕의 장소라는 생각까지 도달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미셸 투르니에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곧잘 상상하게 되는데, 

이런 식이다. 

'저 일광욕하는 여자들은 뜨겁지 않을까요?'라고 한 마디만 시작해도, 

그 뒤엔 미셸 투르니에가 이야기를 받아서, 몇 날 몇 일 동안 그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줄 풀어놓는 장면 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그의 생각은 날개를 달 테고,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상상에 동행하지 못한다면, 나무 위에 걸터 앉아, 그가 하늘 위에 그려놓는 궤적을 눈으로 따라 가며 감상이라도 해야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나면, 분명 그의 뇌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대화가 끝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더 자세하게.

좀더 집중하고, 좀더 관심을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엔? 

좋다고 말하면 된다. 이러이러 해서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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