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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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로 가기 전에 읽고, 다녀와서 다시 읽는다. 어디에서 살아가든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수복 선생님은 당면한 지적 과제를 고민하고,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던 시간을 말씀해 주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보다 먼저 고민한 사람의 고민을 통해 나의 고민의 답을 얻게 된다. 책읽기의 즐거움, 이런 것이 아닐까... 

2019년 11월 


개인의 성찰성을 증징하면서 우리 사회 전체의 성찰성을 키우는,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이고, 차가우면서도 뜨겁고, 냉철한 이성과 따스한 감성이 함께 작용하는 ‘예술 형식으로서의 사회학‘을 발전시키는 일이 프로방스에 와서 생각하는 나의 지적 과제이다.
page 121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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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와 예일학파- 모더니티총서 7
페터 지마 지음, 김혜진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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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늦게 퇴근하셨다. 저녁 식사가 평소보다 늦어졌다. 상을 물릴 때는 9시 때쯤이었는데, 현관문을 손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초인종이 있는데도 말이다. 늦은 시간이라 아버지가 직접 나가셨다. 알라딘에서 온 박스였다. 엊그제 주문한 책들이었다. 나는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손이 아프게 문을 노크한 그 분이 궁금해졌다. 저녁은 드셨는지, 무슨 일로 이리 늦게까지 일을 하시는 건지.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 그 세심한 배려를 생각하니, 기다리던 책이 와서 기쁜 마음보다는, 갑자기 죄송한 마음이 일어났다. 곧 설 연휴라서 택배 물량이 20-30 퍼센트 정도 늘었다는 뉴스를 오늘 아침에 봤는데, 혹시 그때문인가. 우리 아버지도 택배는 아니지만, 물건을 차로 나르는 일을 하시는데, 아침 7시에 나가시면, 저녁 7시가 되셔야 들어오신다. 책을 사서 읽는 나의 노력들이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의 고민을 다시 이어가는 밤이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_ 이윤기 


최근에,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황현산 선생님은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나오셨을 때, 방송을 시작하면서 '말을 실수할까 봐 걱정이 된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셨다. 거짓이 아닌 진실된 말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씀 한 마디에 나는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게 되었다. 너무 속되고 거짓된 말들을, 허황되게 늘어놓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렵고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이 책은.. 황현산 선생님이 '언어 천재'라고 부르는 이윤기 선생님의 책이다. 

다시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방언정담 _ 한성우


이 책은 언어학자인 저자가 20년 넘게 방언을 조사, 연구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오늘 낮에 몸이 편찮으신 엄마 옆에 앉아, <전라도닷컴>을 읽어 드렸다. 전라도 방언을 그대로 표기하고 있는 이 잡지는, 인간다움이 있고, 삶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어른들의 말씀이 마음을 된통 흔들어 놓기 때문에 특별히 애정하는 책이다. 

"암시랑토 안혀. 개보와." 이 구절을 읽다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담양이 고향이다. "개보와? 개보와가 뭐야, 엄마?" "가볍다는 뜻이지~ 아무렇지 않다. 맴이 가볍다." 나도 이 잡지를 구독한지 일 년이 넘었고, 전라도 사투리는 많이 들은 편이지만, 낯선 것들이 툭 튀어나올 때가 많다. 특히 소리내어 읽을 때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 말을 어떤 온기로 했을까, 저절로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른들의 말씀은, 별 것 아닌듯이 지나가도, 인생의 철학이 있다. 정겹고 따뜻하다. <방언정담>은 그런 의미에서 읽어보고 싶다. 살아 있는 말들, 그 온기가 무엇인지. 








시적 정의 _ 마사 누스바움 


지난 월요일, 심보선 시인의 강연을 듣고 왔다. 시인으로서의 분인과 사회학자로서의 분인을 통해 스스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소개하는(심보선, '그을린 예술') 그는 이 책을 들고 와서, 요즘 읽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인 저자가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에 대해 쓴 글들이다. 

문학을 읽는 것이 책임 있는 시민을 길러내고,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설명이 게재되어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각난다. 









프랑스에 가기 위해서 1월과 2월은 긴축재정으로 살아야 하는데, 결국 책을 사는 데에 지출을 하고 말았다. 잘 읽자. 책을 가지고 갈 수는 없지만, 읽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은 내 안에 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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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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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들은 도처에 영감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기도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란 한 순간에 사람의 두뇌를 압도하다가도 다음 순간엔 까맣게 잊히곤 한다. 그러나 준비가 된 사람은 영감이 머리를 스치는 그 찰나의 순간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도 그 순간을 붙잡을 수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런 황홀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탄생했을까?'하고 놀라게 된다. 누군가의 머릿속 집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진 이야기가, 세상을 좀더 밝게 비추는 것이라면 더더욱 감탄을 그치지 못하게 된다. 독자들의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듯이 이 책은 유명 작가들의 소설이 시작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저녁을 먹고 슬슬 졸음이 몰려오던 순간에 번뜩 스치는 '맨살이 드러난 여인의 팔꿈치' 환영에서 시작된 이야기-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늘어지게 지루한 순간은 또 있다. 모처럼 간 여름 휴가에서, 내내 비가 내리는 바람에 따분한 휴가를 보내던 중, 우연히 그린 지도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 윌리엄 포크너의 <보물섬>

이런 섬 이야기를 읽고 나서 '섬'이라는 공간에 영감을 받아 쓴 이야기 -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자신의 경험을 쓴 이야기들도 허다하다. 

<닥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르테르나크는 실제로 아내를 두고도 문예지 사에서 만난 편집장 이빈스카야의 아름다움에 빠져 불륜을 저질렀고, 연이어 이빈스카야의 임신과 유산, 주위 사람들의 비난, 모든 이야기를 소설로 집필하였다.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은 파티에서 만난 르프로이와 첫눈에 반하여 사랑에 빠졌지만, 그가 부유한 여성과 결혼하고 변호사로서 성공하려는 야망을 가진 데 비해 그녀가 가난했으므로 헤어져야 했던 소녀적 풋사랑을 소설로 썼다. 


생업과 집필 작업을 동시에 수행한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일터를 떠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펜을 들 수 있었던 작가들도 있다. 과로로 심신이 피곤해지는 일도 다반사였지만, 그런 노고가 아깝지 않을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지금부터 소개할 작가들에게 직업이 없었다면, 문학계의 전설로 남을 그들의 작품도 존재할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흔히, 소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작가의 상상력으로 지어낸 개연성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있을 법한 일이지만, 허구적인 이야기. 언뜻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기에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주위 사람의 삶을 이야기로 짓기도 하고, 소설을 쓰기 위해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삶의 현장을 고스란히 이야기로 만든 이도 있다. 어쨌든 이들은, 어떤 순간에도 애정을 가지고 대상의 속까지 꿰뚫어 볼 만큼 깊이 관찰을 한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글을 써서 훌륭한 작품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소설가들은 꾸준히 문학을 읽고 쓰고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다만 우연히 마주친 마법 같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언젠가 나의 작은 호기심과 푸석거리는 상상력을 충만하게 빛으로 채워준 소설들의 어릴 적 모습을 들춰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연애 이야기도 '어디서 어떻게 만났어?'하고 묻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 무한한 꿈을 안겨 준 소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덮을 때 쯤엔 '작가들도 결국 보통 사람들과 다름 없이 고뇌하고, 사랑하고, 좌절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지어진다. 50여 편의 소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가운데, 내가 읽고 알고 있는 소설은 열 몇 편밖에 되지 않아서, 다른 고전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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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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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또 다른 세계로 여행한다. 내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낯선 세계. 그 속에서는 '나'가 아닌 '우리'의 말들이 살아나고, 그 말들은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실어 나른다. 다시 돌아오는 무엇을 기다리거나 그러다가 지쳐 쓰러지거나 그 모두 사랑에 빠졌을 때 겪어내야 할 몫이다. 덧없는 사랑의 찌꺼기 같은, 온갖 그리움과 절망과 슬픔은.. 감추어 둘 만한 삶의 보석이 된다. 


시인에게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눈과 영혼이 있다. 그래서 시를 읽는다는 것- 시인들의 언어로 세상을 보고 느끼는 일-은, 피상적인 것만을 좇는 철 모르는 나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그들은 희망을 위해 절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위해 과거를 짚어 보는 사람들이니까. 


이 책에는 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시인, 그리고 하응백 문학평론가가 삶의 어떤 순간에 우연히 만났던 시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각자 열 편 남짓한 짧은 글을 실었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시인들이기에 시인이 사랑하는 시는 어떨까, 호기심의 눈이 뜨였다. 잔잔하면서도 쉼 없이 파장이 일어나는 신비로운 호수처럼, 그들이 써 내려간 이야기 위에는 보이지 않는 파문이 퍼져나와 가을날 빛처럼 주위를 환하게 만들었다.


책은 가볍고 작은 판형이지만, 읽는 속도가 더디다. 그들이 너무 많은 감상을 실은 탓에, 문장에 비친 온도로 나의 모습을 나의 요즘을 투영해 보느라 책장 넘어가는 진전이 쉽지만은 않다.  네 사람 각자가 써 내려간 에세이에, 품고 있는 시를 세어 보면 스무 편 남짓이다. 이 중에서 김수영의 '거미'나 기형도의 '포도밭 묘지 I', 정호승의 '밤 지하철을 타고' 같은 시들은 새롭게 다가왔다. 아, 이런 시가 있었나.... 싶게 곱씹게 된다.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 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 버렸다

                                      -김수영, '거미'




주인은 떠나 없고 여름이 가기도 전에 황폐해버린 그해 가을, 포도밭 등성이로 저녁마다 한 사내의 그림자가 거대한 조명속에서 잠깐씩 떠오르다 사라지는 풍경속에서 내 弱視의 산책은 비롯되었네. 친구여, 그해 가을 내내 나는 적막과 함께 살았다. 그때 내가 데리고 있던 헛된 믿음들과 그 뒤에서 부르던 작은 충격들을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있네. 나는 그때 왜 그것을 몰랐을까. 희망도 아니었고 죽음도 아니였어야 할 그 어둡고 가벼웠던 종교들을 나는 왜 그토록 무서워했을까. 목마른 내 발자국마다 검은 포도알들은 목적도 없이 떨어지고 그때마다 고개를 들면 어느 틈엔가 낯선 풀잎의 자손들이 날아와 벌판 가득 흰 연기를 피워올리는 것을 나는 한참이나 바라보곤 했네. 어둠은 언제든지 살아 있는 것들의 그림자만 골라 디디며 포도밭 목책으로 걸어왔고 나는 내 정신의 모두를 폐허로 만들면서 주인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이란 마치 용서와도 같아 언제나 육체를 지치게 하는 법. 하는 수 없이 내 지친 밭을 타일러 몇 개의 움직임을 만들다보면 버릇처럼 이상한 무질서도 만나곤 했지만 친구여, 그때 이미 나에게는 흘릴 눈물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 정든 포도밭에서 어느 하루 한 알 새파란 소스라침으로 떨어져 촛농처럼 누운 밤이면 어둠도, 숨죽인 희망도 내게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웠네. 기억한다. 그해 가을 주인은 떠나 없고 그리움이 몇 개 그릇처럼 아무렇게나 사용될 때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짧은 촛불들을 태우곤 했다. 그렇게 가을도 가고 몇 잎 남은 추억들마저 천천히 힘을 잃어갈 때 친구여, 나는 그때 수천의 마른 포도 이파리가 떠내려가는 놀라운 空中을 만났다. 때가 되면 태양도 스스로의 빛을 아껴두듯이 나 또한 내 지친 정신을 가을 속에서 동그랗게 보호하기 시작했으니 나와 죽음은 서로를 지배하는 각자의 꿈이 되었네. 그러나 나는 끝끝내 포도밭을 떠나지 못했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나는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어느 날 기척없이 새끼줄을 들치고 들어선 한 사내의 두려운 눈빛을 바라보면서 그가 나를 주인이라 부를 때마다 아, 나는 황망히 고개 돌려 캄캄한 눈을 감았네. 여름이 가기도 전에 모든 이파리 땅으로 돌아간 포도밭, 참담했던 그해 가을, 그 빈 기쁨들을 지금 쓴다 친구여. 
                                                                                                            -기형도 '포도밭 묘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시인들이지만, 시를 통해 살아 있는 그들의 심장, 그 결을 따라 읽게 된다. 사라지지 말아야 할 이름들, 흔히 지나치기 쉬운 삶의 부스러기들이야 말로, 진정 삶을 빛나게 해주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사랑을 잃은 사람이 불쌍한가, 시를 잃은 사람이 불쌍한가. 


책을 다 덮고 보니, 표지 아래 켠에 써 있는 문장이 낯설게 다가온다. 

'시인은 청춘에 만들어진다' 

시로 맺어진 사람들의 열정이 가을밤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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