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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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좋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자기만의 소박한 서재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가를 자리 잡고 있는 여러 책들과 관련하여 가끔은 자신들이 보유한 도서들과는 달리,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지식인들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자리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들을 한두 번 쯤은 해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문화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오늘날, 자고 일어나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들이 우리의 눈을 현란하게 만들지만, 정작 우리는 어떤 책을 선택하여 읽을 것인가를 두고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러한 이유에서 이 책은 우리와 시대를 함께하면서 사회의 각 분야의 선두에서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 유명 인사들의 서재를 직접 탐방하여, 그들의 서재를 직접 둘러보고 책을 통해 그들이 느끼고 새롭게 알게 되었던 이야기나, 책이 그들에게 있어서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고 어떤 의미가 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한편으로 그들이 독자들에게는 중요한 하나의 북멘토로서 독서의 생활에 지침이 될 만한 소중한 이야기와, 책과 관련한 자신들 인생에 경험담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볼만한 유용한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는 사회의 각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 시대의 지식인들 중에서 14인의 서재를 소개하였는데, 자신들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저마다 독특하게 꾸며진 서가의 모습과, 책을 통해 그들이 배우고 사유 했던 여러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그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나 싶다. 이 중 일부의 내용을 간략 하게 살펴보면, 우리에겐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통하는 조국 교수님의 서재는 그의 성향에 맞게 서재의 분위기도 상당히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듯하다. 그는 서재안의 책들을 보면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다시 가다듬으며, 선인들의 지혜와 동시대인의 꿈과 고통을 생각하고, 특히 타인과 세상에 대한 회의가 들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책을 집어 들고 독서에 몰입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서란 바로 소통의 시작임을 우리에게 강조하면서, 편협하고 감성과 얕은 지식에 함몰되기 쉬운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독서의 필요성은 반드시 중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솟대 예술작가이며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데 자신의 남은 인생을 보내고 있는 이안수님의 서재는 아늑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동양의 느낌이 나는데, 대략 1만권 이상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서재가 아니라 하나의 작은 도서관으로 보아도 될듯하다. 그는 자신의 서재를 가리켜 곧 자신을 위한 사유의 숲이라 생각한다며 책을 읽고 소화하는 것이 사유이고, 사유는 다시 자신이 읽은 것을 되새김질 하는 것인데, 그 사유의 방법으로 글을 쓰는 것이 독서 행위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또한 북 디자이너로 책과 함께 30년의 인생을 살아온 정병규님은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면서, 독서를 하고나서 감명을 받았다거나, 나를 변화 시켰다고 하는 말은 오히려 독서를 망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출판물을 보면 우리의 독서 인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한편 그는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 말하기를, 책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해서는 안 되며, 자연스럽게 책이 우리에 삶의 일부로 들어 올수 있도록 우리의 안목을 먼저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외에도 이 책은 각 서재들을 두루 소개하면서 말미에 해당 지식인들이 추천하는 도서들을 선정해 놓았는데, 이 부분은 독자 자신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그 선택 과정에 있어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간혹 우리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와 같은 질문들을 무심코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런데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철학자나 진보적인 지식인들 그리고 예술가들도, 우리가 생각했던 그러한 비슷한 문제들로 수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 했었을 것이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진실로 찾고자 노력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 살아갈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이며 인식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리고자 자신의 글과 작품을 통해서 간접으로나마 그 해답을 우리들에게 남겨놓았다. 그래서 그들의 열정과 고뇌에 찬 사색의 시간들이 담은 책들은, 결국 하나의 온전한 정신과 사상이 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을 이끄는 중요한 키가 되고 있기도 하다. 시대를 앞서간 대부분의 그들은 우리에게 말하기를, 자신들은 독서의 시간을 통해서 삶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으며, 그로 인해 많은 도움과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독서의 목적을 단순한 지적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성숙한 인간으로서 자아성찰의 과정에 누구든 필수적인 요소로 넣어두어야 하는 일반적이고도 의무적인 것으로 추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비록 이 책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지식인들이 과연 어떤 책을 선택하여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해가고 있으며, 무엇을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독자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모든 것을 다 말해준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인생의 여정에서 책을 통해 그들이 알게 되었던 많은 사실들은,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실용적인 조언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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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싸인 - 내 마음이 보내는 50가지 이상신호
제임스 휘트니 힉스 지음, 임옥희 옮김, 김문두 감수 / 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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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누구나 조금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스스로는 이러한 정신적인 질환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이나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적인 증상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며, 이와 같은 마음의 병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님에도 이를 숨기거나 부인하며 치료하는데 상당히 적극적이지 못한 것에 대해 심히 우려하는 입장을 보인다. 정신적인 장애현상은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을 보면 분류상으로 대개 50여 가지의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인간은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이성의 힘을 가진 강력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감정의 영향으로부터 쉽게 좌우되기도 해서 때로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분노나 불안, 스트레스로 인한 슬픔과 같은 것에 곧바로 그 반응을 나타낸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 이렇게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 여러 증상들이 대부분 잠시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때로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확대되어 갈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정신건강의 문제를 가볍게 넘겨버릴 수만 없는 것은,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인해 건전한 사회생활이 유지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에게 예기치 않은 피해를 주거나, 심지어는 자살과 같은 죽음을 부르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 그 위험의 수위가 높아지기 전에 이러한 책을 통해서 우리의 정신 건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에 대처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인간의 정신을 관장하는 뇌에 관한 연구들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무엇이 정신질환을 일으키는지 그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울증, 양극성 장애, 알코올중독, 정신분열의 예를 들어 유전적인 취약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하면서도, 일란성 쌍생아의 경우에서 보듯 이들이 언제나 똑같은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는 점에서, 그리고 각 정신 질환에 특정적인 유전자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이러한 정신 질환의 원인을 반드시 유전적인 문제로만 국한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의학에서 한목소리로 주장되는 것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는 다양한 스트레스가 우리의 정신질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듯하다. 그리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정신 건강의 문제가 설사 오랜 시간을 걸쳐 우리를 괴롭혀왔다 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방법을 통하면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후유증을 동반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그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중 누군가 마음의 병으로 인하여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만큼의 이상적인 징후를 보인다면, 그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정신적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때로 지각하지 못하는 정신과적인 장애로 지칭되는 모든 것들, 즉 현대적인 의학에서 밝혀낸 50가지의 정신질환의 증상을 상세하게 분류하여, 이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면서, 대체 그러한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이며 우리가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의 내용들을 총망라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많은 신호들이 오고 가고 있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수많은 신호들을 쉴 새 없이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기침과 콧물은 우리가 감기라는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신호인 것처럼, 우리의 정신에 심적인 변화가 생길 때마다 우리의 두뇌는 이를 주의하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마음에서 전해오는 이러한 신호들을 우리가 때때로 의식하면서도, 겉으로 눈에 띠게 보이는 증상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인지는 몰라도 이를 대부분 간과해버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마음에서 오는 신호들이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제시하면서, 우리의 정신 건강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하고자 했다.  

책의 내용 중 우리가 흔히 겪게 되는 우울증의 경우를 보면, 누군가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면 그 어떤 것도 자신을 기분 좋게 해주지 못함에 따라, 과거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주위 사람들과 더 이상의 활동을 즐길 수 없게 만드는 무력증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생각은 슬픔으로 바뀌고 자기 인생이 마치 쓸모없는 폐기물처럼 여기게 되며, 결국 자신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여 자살까지를 생각하게 하는 무서운 정신 질병임을 말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우울증은 나이에 상관 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있어서 더욱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대책으로 약물치료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도래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우선하여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않아야하며, 그러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많은 활동을 해볼 것을 권유한다. 한편 우울증의 상황에서는 스스로의 판단력이 상당부분 흐려질 수 있기에 자기 삶에 중요한 변화를 추구해서는 안 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우울증 외에도 섭식장애, 강박행동, 망상,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학습장애의 문제나 우리에게 ADHD로 잘 알려진 과잉 행동장애 등 마음에 관한 다양한 질병들을, 우리가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중요한 지침들을 나열하고 있어서 많은 독자들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일독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음의 병이라는 것이 우리들로부터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정신 질병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서든 흔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과거와 달리 육체적 노동에서 우리는 다소 벗어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정신적인 노동의 강도는 그만큼 가중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사회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파생되는 여러 스트레스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육체의 병은 특별히 전염병이 아닌 한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지만, 정신적인 질병은 그와는 달라서 그 심각 정도에 따라 범죄행태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타인의 삶까지를 파괴하는 무서운 질병임을 우리는 인식해야만 한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초기에는 별문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깨닫게 되었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치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권력을 얻고 명예나 부를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염두에 둘 것은 그 이전에 우리의 정신 건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우리 스스로가 먼저 자각하고 이를 계속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은연 중 우리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치명적인 우리의 정신질환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하나의 예방책이 될 수 있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추천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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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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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어떤 입장에서든 마땅히 행하여야 하는 도리라는 것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일례로 국가는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국민 역시 나라에 충성의 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부모를 위한 효의 기본적인 도리를 다해야 하는 것이며, 부모 역시도 자식을 보호하고 사랑하며 건전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양육의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 부모의 도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회든 행위를 하는 그 주체가 주어진 자신의 도리를 다하지 못할 때, 그에 속한 국가와 사회는 결국 온전하게 지탱될 수 없는 것이며, 가정 또한 붕괴의 위험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머니라는 존재를 생각할 때 그로인해 자유로울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머니란 우리들의 가슴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존재이며, 세월의 온갖 풍파에 맞서 결코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견디어내었으면서도, 오직 가정과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사랑으로 헌신했던 가장 인간다운 표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지금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난과 굶주림이 흔했던 예전 우리의 어머니들은 대부분 그랬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연약한 체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가족의 안위와 자식의 앞날을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힘든 노동을 해야 했으면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자식들을 돌보고 자신을 희생했었다. 이로 인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서 말이다. 행여 자식을 밖에 내어 놓으면 남의 눈밖에 날까 자신은 정작 굶어가면서도, 조바심에 먹을 것이며 입을 것이며 신경을 쓰시다가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세월의 한을 가슴속으로 삭혀가며, 한평생을 보냈던 인생이 바로 우리들 어머니의 자화상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부터 그러한 일들을 자신들이 해야 할 필연적인 의무라고 생각했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러한 자신의 희생적인 행위를 두고 자랑스럽게 이를 남 앞에 드러내 보이거나 자식들로 하여금 결코 대접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 책은 칠순이 넘은 노모가 손자의 도움으로 늦게 한글을 깨우치면서, 한때 남편을 잃고 험하고 거친 세상에 남겨진 6남매를 홀로 키워내면서도, 자식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여자로서 또 어머니로서 모진 세월을 견디어야 했던, 그러는 동안 하나 둘씩 자신의 가슴 속에 켜켜이 쌓여진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적혀져 있으며,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큰딸의 이야기가 함께 엮어져 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벅찬 감동과 모성애의 생생한 느낌이 전해져올 만큼 애틋하고도 아름다운 감성이 샘솟는 에세이라 할 수 있겠다. 늦게 배운 한글을 통해 노모가 남긴 글 속에는 자식들을 향한 애절하고 눈물겨운 사랑과, 남편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90평생을 살아오면서 자연과 세상살이에 부대낀 자신의 솔직한 심정들이 여과 없이 나타나 있는데, 글 하나하나마다 그 진심이 짙게 배어있어서 글을 읽는 내내 독자의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책 속 어머니는 며느리로서 시아버님의 상을 치루면서 집안일에 정신없이 지내다가 자신의 아이를 이질로 잃어버리면서 평생 가슴의 한으로 남게 된 사연이며, 자식들이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게 되자 행여 자신이 짐이 되는 것을 꺼려하여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혼자 텃밭을 일구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온 나날들, 그리고 팔순에 이르러 암과의 투병이야기들은 묵직하게 우리의 가슴으로 다가와 심금을 울려 놓는다. 팍팍하고 힘든 세상을 마주하며 90평생을 살아온 이 책 어머니의 인생이야기는 몇 십 권의 책으로 담아낸다 해도 아마 다 채우지 못할 것이다. 책 속 이야기에서처럼 우리들 어머니의 인생은 그렇게 고달프고, 외롭고 험난한 가시밭길의 여정으로 가득 차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태어나서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자라다가 때가되면 부모가 둘러쳐준 울타리를 벗어나지만, 우리들의 어머니는 그러한 우리들이 마치 냇가에 내어놓은 자식인 것 같아 언제나 마음을 졸이며 행여 자신이 그래왔던 것처럼 세상의 고약함에 넘어질세라, 가슴을 조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어디에선가 분명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와 같은 어머니의 숭고하고 순수한 마음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싶다. 마치 자기 혼자 스스로 커온 것처럼 혹은 자신을 낳은 어머니의 책임이기에 당연히 그래야 된다는 식으로 여기듯 말이다. 어머니의 작은 잔소리 하나에도 그 바탕에는 깊은 사랑이 문득 배어 있었음을 우리는 때로 잊고 살아가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우연하게 알게 되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학교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출하여 자살을 생각했던 한 소녀가, 자신에 가방 속에 있던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열어보았다가, 뚜껑의 표면에 알알이 모인 수증기로 인한 물방울이, 마치 자신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눈물인 것 같아 차마 그렇게 행동할 수 없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어머니란 우리에게 있어, 언제어디서나 우리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자식을 위해 한손을 희생해서 내어주었다가, 그것이 모자라다 싶으면 또 한손을 내미는, 또한 자식의 아픔과 눈물을 대신해서 흘려주는, 그래서 어찌 보면 세상의 풍파에는 강하지만 자식 앞에서는 한 없이 작고 약해지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따라서 어머니의 얼굴과 손등에 깊게 패인 주름살은 단순히 살아온 인생의 흔적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가족과 자식을 위해 헌신한 세월이주는 가치 있는 훈장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바라 건데 이 책을 통하여 많은 독자들이 오늘 우리 자신을 위해 남모르게 힘든 고통과 아픔을 감내해야했던 우리 어머니의 인생을, 이전보다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에 머무르거나 안주하지 말고, 그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다시 보답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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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랑한 베르사유 - 역사의 숨결, 예술이 스민 베르사유 문화 산책
강문정 지음 / 샘터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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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실제 하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온전하게 보전되지 않고 상당량 파괴되거나 소실되어버려 오늘날 그 흔적만이 남아 있는 건축물들이 있음을 볼 때,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의 크레타 크노소스 궁전은 화산폭발과 그로 인한 지진으로 사라졌으며, 영국의 세인트 폴 성당의 경우도 화재로 소실되어 이후 재건축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도 임진왜란과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국보급 건축물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파란만장했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그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들 있는데, 이 중에서 그 하나를 꼽자면 아마도 프랑스 황금시대를 자랑했던 베르사유 궁전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이 건축물은, 궁전이 차지하고 있는 겉으로 나타난 그 규모면에서만 봐도 엄청나다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도 다른 여러 나라의 궁전들에 비해 호화롭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겠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의 이면에 베르사유와 연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극히 일부분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더구나 그 일부분에 있어서도 왜곡되거나 사실과는 다른 내용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는듯하다. 이 책은 베르사유 궁전이 한때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였고 그러한 가운데 찬란한 영광의 나날이 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어둡게 드리워진 슬픈 운명의 역사들이 상세하게 적혀져 있어서, 개인적으로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베르사유 궁전은 당시 시대에 맞는 교양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중요하게 여겨졌던 궁정예법과 문화적인 행동양식의 표본이 될 만큼 왕족과 귀족의 본거지였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에티켓 문화 중 대부분은 바로 이 베르사유 시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베르사유라는 이름은 원래 이 땅의 소유주였던 어느 영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이곳은 애초 교회 본당을 포함한 마을과 넓은 대지와 숲으로 되어 있었는데 백년전쟁 이후로 황폐화 되었다가, 이후 알베르 공디라는 귀족에 의해 매입되어 왕족들을 영접하는 곳으로 변모되었다. 부르봉 왕조 앙리 4세는 프랑스 왕위에 오른 뒤 이곳에서 사냥을 즐기기 위해 왕세자였던 루이 13세와 함께 자주 찾아 왔는데, 어느 날 앙리 4세가 갑작스런 암살당하면서 왕위에 오른 아들 루이는 어머니의 섭정으로 의기소침해하면서도 아버지와의 한때 베르사유에서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 그곳에 성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왕권을 못마땅하게 여긴 그의 어머니가 자신을 제거하려는 역모의 경험을 겪고 난 뒤, 그는 왕권의 권위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이미 건축된 베르사유 궁전을 더 웅장하고 화려하게 증축하기에 이른다. 이후 그가 죽고 나서 뒤이어 왕위에 오른 루이14세는 자신의 아버지가 강화시켜놓은 왕권에 더욱 확고히 하면서 “짐은 곧 국가요, 국가가 곧 짐이다”이라는 유명한 말에서처럼 절대왕권을 확립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만들어진 베르사유 성의 본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형적으로 더욱 폭 넓게 확장시키기기 위해 재능 있는 건축가와 설계자를 모두 불러들이고, 마침내 궁전이 완성되자 베르사유 궁전을 두고 프랑스의 공식적인 왕궁임을 천명한다. 베르사유 궁전은 루이16세 때에 이르러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면서 절대왕정이 무너진 틈을 타서 일부 시민들에 의해 집기와 물건들이 도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고, 파리를 침공한 독일군에 의해 점령당하기도 하지만 건물이 파괴되는 불상사 없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책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베르사유 궁전의 건축과는 별개로, 루이 13세부터 16세 때까지 걸친 왕가 주변의 이야기와 프랑스 대혁명의 과정이 사실을 바탕으로 상세하고도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백미인 것은 루이16세와 그의 부인이었던 마리 앙트아네트와의 비운의 역사 이야기다. 이 두 사람은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면서 왕실의 재정을 파탄시키고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했다는 이유로 결국 단두대에 이슬로 사라지게 되는데, 사실 왕실 재정 파탄의 근본적인 이유를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다소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보인다. 루이14세는 다른 왕들이 대개 일찍 죽은데 반해 그는 77세까지 이르는 장수를 누렸지만 자식 복이 없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들과 손자들은 일찍 죽어버렸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왕위를 증손주인 루이15세에게 물려주어야만 했다. 당시 유럽에서의 왕실 결혼은 대개 국가 간의 정략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졌던 것이 일반적이어서, 루이15세는 자신의 왕세자비로 오스트리아 황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이었던 마리 앙트와네트를 맞아들인다. 왕세자비는 왕실에 환영을 받긴 했지만 정작 이들 부부의 관계는 애초부터 원만하지 못했다. 즉 루이16세는 조용하고 무뚝뚝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어서 어려서 시집을 오게 된 부인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지도 못했으며 남편으로서 해야 할 의무도 다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왕실에서 외롭게 지내게 된 마리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파리의 가장무도회를 다녔는데, 거기서 스웨덴의 귀족 페르젠이라는 귀족을 만나 서로 연민의 정에 빠지기도 하고 도박과 화려한 사치 생활을 통해 자신의 우울함을 달래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빠의 도움으로 이들 부부가 이후 좋은 관계로 발전하게 되지만, 당시 희대의 사기극이었던 다이아몬드 귀걸이 사건에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연루되고 결국 이 문제가 이상한 소문으로 퍼져갔고, 또한 묘하게도 그 시기에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하면서 왕실의 재정파탄의 책임과 왕권다툼에서 밀려나면서 이들 부부는 말년에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된다.

베르사유 궁전은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할 만큼 화려하고 찬란했던 시절을 구가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슬픈 운명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시대가 흘러 그 곳의 주인공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궁전 곳곳의 자리에는 당시 거주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들이 분명 애절하게 배어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역사를 배움에 있어 남의 나라일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리는 것은 극히 잘못된 인식일 수도 있다. 세계사는 어떻게 보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의 나라일은 곧 우리나라의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때 몽고나 일본의 지배하에 놓여있었던 것은 남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프랑스 역사의 극히 일부분만을 다룬 것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고 배워야 할 역사의 내용들은 분명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베르사유와 관련한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둘러보면서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여 봄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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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 - 셰익스피어에서 헤밍웨이까지 작품으로 읽는 문학 독법
해럴드 블룸 지음, 윤병우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나 혹은 이제 독서에 관심을 보이며 책 읽기를 자신에 생활의 한 과정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있어 흔히 봉착하게 되는 문제 중 하나는,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을 것이며 그 내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다원화가 일반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인터넷과 같은 통신의 기술이 발달 하면서 우리는 그야말로 엄청난 정보의 홍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사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정보들 중에 유용한 것을 찾아 올바르게 인식하고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보다,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일에서 조차 상당히 서툴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맥락에서 자고나면 수 없이 쏟아지는 도서출간들 속에 우리는 과연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이며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여 자기의 것으로 소화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만큼 그리 쉬워 보이는 것만은 아닌듯해 보인다. 물론 많은 유명 인사들에 의해 독서의 방법을 기술한 책들은 이 책 말고도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은 그의 서문을 읽어 본다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큰 가치가 있을 만큼 독서 기술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어서 관심을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세계문단을 주도할 만큼 미국 문학비평의 거목이라 할 수 있는 인문학자 헤럴드 볼룸은 문학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기본적으로 문학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독서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를 단편소설과 장편, 희곡, 시와 같은 여러 주요작품 예시를 들어 우리에게 소개 하고 있다. 그는 책을 잘 읽는 유일한 방법은 없지만 책을 읽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작품과 연관하여 우리에게서 타자성을 일깨우는 것이라 말하며, 그래서 우리가 더러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여 우정과 사랑 같은 것에 너무 취약해지고, 위축되거나 사라지는 것과 같은 그러한 온갖 슬픔으로부터 짓눌리지 않기 위한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독서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독서를 자신의 내적 수련의 일환으로 인정하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규정짓고, 이를 근거로 자아가 완전히 형성된 이후의 독서 방법이란 궁극적으로 남에 의해서가 아닌 그 주체가 오로지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기 때문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그는 이 책의 서두에서 스스로 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어떤 작품이든 간에 관심 그 자체가 바로 독서의 방법이기도 하고 목적인 것이기에 이 두 가지를 결코 분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가 되새겨 볼만한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는 독서의 목적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튼튼하게 하고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며, 이것은 점차 확장 되어 즐거운 경험으로 축적되어 가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독서의 형태가 타인의 삶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든지, 혹은 더 잘 읽고 더 깊이 읽음으로써 타인에 대한 배려가 더 증가되리라는 전통적인 사회적 희망에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낸다. 그러면서 우리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같은 작품을 직면하게 될 때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결코 손쉬운 즐거움을 얻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TV이나 컴퓨터로 소비하게 되면서 정신적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른 것이며, 이 문제는 결국 독서의 와해와 더불어 우리의 자아까지도 해체되는 문제점을 낳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따라서 그는 이제라도 우리가 책을 읽는 방식의 회복을 위해서 몇 가지 원칙을 이 책의 서문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데, 먼저 우리의 머릿속에서 은어를 제거하라는 것이다. 즉 우리는 역사주의, 페미니즘과 같은 근대적 주체를 해체하고 저자를 죽이는 사조들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하며, 또한 독서를 통해 자신의 이웃이나 주위 사람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의 원초적인 무지가 없어질 때까지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가득 채우라는 것이고, 자신의 내면에 비추어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잘 읽기 위해서 스스로가 발명가가 될 것을, 마지막으로 문학적인 측면에서 아이러니를 회복하라는 모두 5가지의 독서 실용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같은 작품을 보고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의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받아들이는 방식도 제각기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한바와 같이 이반 투르게네프의 베진 초원이라는 작품을 통해 운명에 대해 상처받기 쉬운 우리들을 잘 알기 위해 들여다보아야 하며,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서는 우리가 다시 어린아이가 될 수 있다는 느낌으로 읽어야 하고,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 이라는 소설에서는 개인적 정신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한 것처럼 이와 같은 분명한 이유들을 우리가 작품에서 제대로 직시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책을 잘 읽는 유일한 방법이 없는 것처럼 헤럴드 볼룸이 말하는 그의 책읽기 원칙이나 그가 이 책에서 다룬 작품들이 반드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할 만큼의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책읽기의 진정한 목적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을 풍부하게 살찌우는 점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좋은 독서의 방법은 물론이고 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확대하는데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준다는 점에서는 분명해 보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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