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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자기만의 소박한 서재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가를 자리 잡고 있는 여러 책들과 관련하여 가끔은 자신들이 보유한 도서들과는 달리,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지식인들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자리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들을 한두 번 쯤은 해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문화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오늘날, 자고 일어나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들이 우리의 눈을 현란하게 만들지만, 정작 우리는 어떤 책을 선택하여 읽을 것인가를 두고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러한 이유에서 이 책은 우리와 시대를 함께하면서 사회의 각 분야의 선두에서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 유명 인사들의 서재를 직접 탐방하여, 그들의 서재를 직접 둘러보고 책을 통해 그들이 느끼고 새롭게 알게 되었던 이야기나, 책이 그들에게 있어서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고 어떤 의미가 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한편으로 그들이 독자들에게는 중요한 하나의 북멘토로서 독서의 생활에 지침이 될 만한 소중한 이야기와, 책과 관련한 자신들 인생에 경험담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볼만한 유용한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는 사회의 각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 시대의 지식인들 중에서 14인의 서재를 소개하였는데, 자신들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저마다 독특하게 꾸며진 서가의 모습과, 책을 통해 그들이 배우고 사유 했던 여러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그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나 싶다. 이 중 일부의 내용을 간략 하게 살펴보면, 우리에겐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통하는 조국 교수님의 서재는 그의 성향에 맞게 서재의 분위기도 상당히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듯하다. 그는 서재안의 책들을 보면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다시 가다듬으며, 선인들의 지혜와 동시대인의 꿈과 고통을 생각하고, 특히 타인과 세상에 대한 회의가 들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책을 집어 들고 독서에 몰입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서란 바로 소통의 시작임을 우리에게 강조하면서, 편협하고 감성과 얕은 지식에 함몰되기 쉬운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독서의 필요성은 반드시 중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솟대 예술작가이며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데 자신의 남은 인생을 보내고 있는 이안수님의 서재는 아늑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동양의 느낌이 나는데, 대략 1만권 이상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서재가 아니라 하나의 작은 도서관으로 보아도 될듯하다. 그는 자신의 서재를 가리켜 곧 자신을 위한 사유의 숲이라 생각한다며 책을 읽고 소화하는 것이 사유이고, 사유는 다시 자신이 읽은 것을 되새김질 하는 것인데, 그 사유의 방법으로 글을 쓰는 것이 독서 행위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또한 북 디자이너로 책과 함께 30년의 인생을 살아온 정병규님은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면서, 독서를 하고나서 감명을 받았다거나, 나를 변화 시켰다고 하는 말은 오히려 독서를 망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출판물을 보면 우리의 독서 인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한편 그는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 말하기를, 책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해서는 안 되며, 자연스럽게 책이 우리에 삶의 일부로 들어 올수 있도록 우리의 안목을 먼저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외에도 이 책은 각 서재들을 두루 소개하면서 말미에 해당 지식인들이 추천하는 도서들을 선정해 놓았는데, 이 부분은 독자 자신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그 선택 과정에 있어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간혹 우리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와 같은 질문들을 무심코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런데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철학자나 진보적인 지식인들 그리고 예술가들도, 우리가 생각했던 그러한 비슷한 문제들로 수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 했었을 것이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진실로 찾고자 노력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 살아갈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이며 인식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리고자 자신의 글과 작품을 통해서 간접으로나마 그 해답을 우리들에게 남겨놓았다. 그래서 그들의 열정과 고뇌에 찬 사색의 시간들이 담은 책들은, 결국 하나의 온전한 정신과 사상이 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을 이끄는 중요한 키가 되고 있기도 하다. 시대를 앞서간 대부분의 그들은 우리에게 말하기를, 자신들은 독서의 시간을 통해서 삶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으며, 그로 인해 많은 도움과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독서의 목적을 단순한 지적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성숙한 인간으로서 자아성찰의 과정에 누구든 필수적인 요소로 넣어두어야 하는 일반적이고도 의무적인 것으로 추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비록 이 책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지식인들이 과연 어떤 책을 선택하여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해가고 있으며, 무엇을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독자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모든 것을 다 말해준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인생의 여정에서 책을 통해 그들이 알게 되었던 많은 사실들은,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실용적인 조언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