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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의 진실 - 조선 경제를 뒤흔든 화폐의 타락사
박준수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한 나라에서의 경제가 원할 하게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 내부에 흐르는 자금의 유통이 적정해야 한다. 즉 시중에 자금이 너무 많아지면 통화팽창으로 인한 그 가치가 떨어져 물가의 상승을 초래 하여, 구매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나타내 심각한 경제문제가 생기게 되며, 또한 이와는 반대로 시중에 통화량이 급속히 수축되면 물가의 가격이 하락하게 되어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경제 불안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결국 경제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 국가에서 취하는 통화 정책은 매우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경제 정책인 것이다. 오늘날 통화 정책의 실패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국가들은 많다. 우리나라 역시도 이 문제에 대해서 결코 완전할 수 없으며, 혹 지금 안정적인 경제를 구가하는 나라라고 할지라도 언제 어느 때 통화의 문제로 인해 경제 불황 또는 경제침체의 길로 들어서게 될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은 내부적으로는 세도정권의 폐해로 인해 생긴 삼정문란으로 조선의 재정이 궁핍해지고 외부적으로는 외세의 침입으로 민심이 어수선하던 시절, 흥선대원군이 정권을 잡은 뒤 왕권강화의 일환으로 경복궁 중건의 착수와, 외세에 침략에 대비한 막대한 국방비 재원의 필요로 인해 재정을 확충하고자 실시했던, 당백전 발행에 관련하여 그 당시 통화정책의 문제점과 화폐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맞물리면서 조선시대의 극심한 경제난을 소설화한 책이다. 특히 이 책에는 독자의 흥미를 위해 추리적 요소를 가미하여 그 당시 피폐한 민중들의 삶과 조선후기 부패한 양반들의 모습 그리고 복지부동 하는 관료들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꼬집었는데, 비록 이 책이 소설의 허구를 담았다 하지만 마치 사실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그 내용의 구성과정과 표현이 잘 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추리적 내용이 다른 이야기로 인해 중간 중간 멈추어지는 바람에,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당백전이 발행되기 전 종래의 화폐제도는 그리 큰 문제점이 대두되지는 않았음에도 결국 당백전의 발행으로 인해 화폐제도가 문란해지고 그것을 계기로 유통질서가 점차 파괴되었다는 점에서, 그 당시의 통화 정책은 큰 실패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흥선대원군이 내세운 대의적 명분이 그럴듯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결론적으로 보면 그의 잘못된 화폐 정책으로 인해 조선의 경제에 끼친 그 악영향은 실로 조선 경제사의 큰 오점으로 남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작가는 서두에서 밝혔듯이 그 당시 당백전으로 인해 대다수의 민초들이 겪었을 고통들을 생각해 볼 때, 화폐에 관한 그 시대 가진 자들의 끝없는 욕망과 오늘을 사는 기득권층들의 욕망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이 소설을 통하여 재조명 해보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
궁중에서는 재정 결핍에 따른 세수 확대에 대책을 논하지만 그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침착하고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인 주인공 호조정랑 박일원은 위조동전을 만든다는 제보를 받고 그 내막을 캐다가, 그 사건의 용의자가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그 배후에 어떤 음모가 있음을 감지하면서부터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 된다. 작가는 그 당시 경제 주체였던 시전과 난전 상인들의 치열한 삶과, 권력이 부와 결탁하면서 벌어지는 인간의 타락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끊임없는 욕망들이 결국 경제를 파멸로 몰고 가고 있음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듯하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오늘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그리하여 오늘 심각하게 다가오는 우리의 경제문제도 혹시 그러한 연유에서 오는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날 다양한 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통화량의 조절문제는 그리 쉽게 다룰 수 있는 형태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재정확대를 위해 아무런 대책 없는 그 당시의 화폐발행정책은 조선시대가 쇠락을 길을 걷는 하나의 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오늘 매일 언론에서 이야기 하는 우리의 경제지표를 보면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즉 수출은 늘고 물가와 주가는 안정적이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음을 이야기 하지만, 해외의존도가 높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위축된 최근 세계의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언제 그 위기가 우리에게 닥칠지 내심 불안해 보이기만 한다. 따라서 이런 때 일수록 정부정책을 시행하는 정책입안자들의 탓하기보다, 우리들의 깨어있는 경제의식이 더욱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한다. 지난 과오를 또 다시 밟는다는 건 역사의식이 그만큼 덜 성숙되었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따라서 이 한권의 책에서 우리가 현재 안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문제점을, 단 하나라도 되새겨 보는 좋은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