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하나의 의문적인 살인사건을 두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은 언제 읽어도 스릴 있고 흥미진진하다. 과연 범인은 누구 일까 혹은 어떤 이유가 그 죽음의 빌미를 제공한 걸까를 두고, 글의 흐름에 몰입하다보면 때로 무언가 감이 잡힐 것 같으면서도 예기치 않은 새로운 사실이 나타나서 다시금 우리를 미궁 속에 빠지게 만든다. 중간 중간 나오는 진땀나는 스릴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게다가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믿고 신뢰할 만한 명석한 형사의 모습에서 다음 과정은 어떻게 전개 될지가 궁금해지고, 결국 추리소설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야 비로소 그 결과가 이해되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수긍하게 만드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1890년대 캐나다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역사 추리물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아닌 외국의 오래전 그 시대의 배경과 사회분위기를 이해하면서 그 내용을 따라간다는 것이 어찌 보면 글을 읽는 독자에게는 다소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치밀한 구성력과 섬세한 상황묘사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 시키면서도, 한 소녀의 의문의 죽음 주위에 미묘한 연막을 마구 퍼트려 놓아 독자가 함부로 사건에 개입해서 쉽게 재단해버리게 하지 않게끔, 다양한 추리적 상상력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이야기가 이 한권의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사건의 배경이 된 캐나다의 도시 분위기는 한 겨울의 추위처럼 냉랭하고 음침하며, 슬럼적인 이미지가 가득 차 있는 곳이다. 눈이 내리는 어느 날 한적한 밤 그곳의 거리에서, 알몸의 소녀가 얼어 죽은 채로 그곳을 우연히 순찰 하던 경찰에 의해 발견 된다. 그러나 경찰보다 먼저 발견한 의문의 한 여인이 있었다. 시체의 직접 사인은 질식사였고 검시한 의사의 소견서에는 외부적으로 보기에 단순한 타박상뿐이지만, 혈액과 장기 검사에서 의식을 잠재울 수 있는 상당량의 아편과 모르핀의 유도체가 있음을 밝힌다. 시체로 발견된 이 소녀는 부유한 의사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로 그 신원이 밝혀졌지만, 그 소녀의 주위에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할 만 한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건을 좁혀가기 위한 나름대로의 추리력에 제동을 걸어 점점 확대되어가는 사건의 크기에 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위해 의심이 갈만한 인물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애초부터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설정이 더욱 독자로 하여금 이 소설에 빠지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찰이 이 변사사건을 알게 되어 수사를 시작하고 그 범인을 잡기까지 실제 기간은 일주일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짧은 기간에 범인을 지목하고 체포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머독형사의 치밀한 추리력과 관찰력에 기인한다. 작가는 머독 형사의 과거 불우했던 시절과 가족과 연인으로부터 한때 상처를 받았던 사실을 이야기 해줌과 동시에, 그러한 연유로 사람을 끌어 들이는 젊고 온화한 이미지의 인간적인 경찰로 묘사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그가 침착하고도 현명한 판단으로 이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에 의외로 강한 흡인력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범인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서 튀어나온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한 순결한 소녀의 죽음은 어느 한사람이 의도적으로 몰고 간 죽음이 아닌,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결과임을 이 책에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작가가 단순한 하나의 사건을 토대로 그 시대의 빈부격차에 따른 우울한 역사적 배경과 종교 간의 갈등과 같은 다양한 소재들을 이 한권의 책에 함께 담아 독자들이 한번 쯤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책의 내용을 읽다 보면 서민들의 초라한 삶이 부와 권력에 비례하여 얼마나 비참한지를, 그리고 그에 아첨하여 빌붙어 사는 인생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삶의 일부와 너무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추리 소설은 무엇보다 그 탄탄한 구성력과 치밀한 내용을 통해 독자에게 짜릿한 스릴과 반전 그리고 재미를 주는데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에 상응 하는 모든 것을 갖춘 책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추리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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