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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임우석 지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제주도에 가본 적은 딱 한번이다. 오래전 대학 다닐 때 졸업여행으로 다녀왔다. 그때는 아직 학생 신분이라 다들 넉넉지 않았기에 저녁에 배를 타고 다음날 제주에 도착하여 바로 관광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비행기로 왔기에 온전히 쓸 수 있었던 날은 단 하루였다.
밤새 배 멀미로 고생을 하여 내린 곳에서는 비가 억수같이 내려 비에 젖은 모습으로 대충 관광을 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한라산을 올랐는데 어찌 올라갔는지 그리 힘들었다고만 기억된다.
그러나 내 기억에는 그 제주가 너무 선명하다. 그 힘든 기억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그립고 정겨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그 제주를 책으로 다시 만났다. 나는 이 책을 보기 전부터 제주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잠시 동안의 기억인데 제주 구석구석을 다시 보고 싶었다. 아니 제대로 보고 싶었다. 갈수 없으니 더 그리운가보다.
이 책 속에는 제주의 아름다움이 모두 담겨있다. 특히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그곳들을 중심으로 하지 않았다. 어쩌면 무심히 지나갈 수 있는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부분들을 담아놓았다. 그래서 특히 마음에 든다.
허름한 담벼락에 있는 우체통, 낡은 집 뒤로 보이는 야자수, 오징어가 높이 걸려있는 빨랫줄......
이런 것들에 자꾸만 시선이 멈춘다.
오래된 것에 점점 익숙해지나 보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리 요란스럽지 않아 좋다. 글들도 온갖 아름다운 말로 이것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가는 길 그대로, 맛 그대로 설명해주고 있을 뿐이다. 가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는 점이 더욱 정겹게 느껴지게 한다.
책 속에 있는 제주가 내가 오래전에 다녀온 그곳이었는지 다시 한 번 꼭 가봐야겠다.
그리운 제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