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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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두께의 책을 읽으려면 나름대로 인내력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읽는다고 말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만치 않은 두께이기에 며칠을 두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한 자리에서 꽤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읽어 내려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기판이라고 불러야 할지, 판철이라고 불러야할지를 잠깐 고민해본다.
이 주인공이 살다간 일대기, 그 삶속에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주인공은 참 안쓰럽다. 그냥 그렇게밖에 말을 할 수 없다. 어쩌면 이 주인공의 삶은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흘러간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작가의 말투를 빌자면, 본디 착한 아인디......라고 자꾸만 되뇌어진다.
기판이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그 유년의 삶을 보면 정말 화가 날 정도로 힘들다. 아마도 현재의 말로 말해보자면 ‘왕따’가 아닌지 나름 단정지어본다.
기판이는 아이들 속에 정말 있고 싶어 했다. 그 아이들과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아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산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의 어머니가 항상 그의 주변에 있는 것이나 아님 그 아이가 스스로 헤쳐 보도록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는지 짐작도 해 본다.

기판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기판이 엄마는 좀 유별나기는 했다. 기판이 엄마나 기판이, 기판이 아버지를 떼어놓고 보면 이 밤나무정이라는 곳이 그냥 평범한 마을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기판이가 그리 성장하고 그렇게 마지막에 밤나무정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기판이의 가슴 깊숙한 곳에는 무엇이 진하게 가라앉아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님 기판이 엄마나 좀 너그럽게 살았다면 기판이의 삶은 괜찮았을지 그 문제도 떠올려보게 된다.

이 책은 책의 첫 내용과 마지막 내용이 함께이고 중간 부분은 오롯이 기판이의 삶의 암울한 모습을 이야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가 이 책을 읽는 동안 기판이의 삶을 제대로 읽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구조이기도 하다.
책의 맨 마지막을 덮으면서 담담하게 읽을 수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왜냐하면 기판이의 삶을 흔들어놓는 무게들이 미웠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그냥 보낼 수 있었던 삶을 어쩌면 이렇게도 얽혀놓았는지, 왜 기판이가 그 모습으로 고향으로 돌아와서야 그를 받아들일 수 있었느냐에 대해서 묻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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