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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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서 “영상미가 돋보였다”는 소감을 밝히면 안되겠지만 배경 묘사가 훌륭해서 이런 말이 안나올수가 없다.
프랑스 코트다쥐르로 당장 떠나고 싶은 충동감이 들었다.
떠나서 예술적이고, 허영스럽고, 우아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아무 카페나 공원에서 독서하고 싶어지는 기분.
내용 자체는 사실 문장 하나하나의 섬세함에 비하면 형편없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구성이 시나리오적이라 유쾌하면서 약간 으스스한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눈을 뗄 수 없게 재밌지는 않았고 그냥 술렁술렁 재미로 볼만한 정도였다. 약간의 감동도 있긴 있었지만 찡하고 와닿는 교훈은 딱히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동성애 이야기가 나와 이전까지의 전개에서 약간 쌩뚱맞다는 느낌이 있긴 있었는데 전체적인 스토리가 약간 엉뚱한 느낌이 있어서 크게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학교에서 여신같은 존재인 ‘빙카’의 실종과 추문에 대해 쫓는 진지함과 경쾌함을 오가는 매력이 있어 흥미로웠는데 점점 뒤로 갈수록 처음의 분위기와는 달리 스토리 자체가 뭔가 엉뚱해졌다고 해야하나. 갑자기 알고보니 출생의 비밀, 알고보니 불륜 같은 스토리들이 줄을 잇기 시작하더니 처음에 등장할땐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인물들이 가면을 벗고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막장 스토리가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결과들을 납득하고 전율을 느끼기엔 치밀함이 약간 부족했고 조금 엉성핬다. 단순한 흥미로서의 가치는 충분했지만 기대하고 봐서 그런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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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잼나겠네요 웬지 ㅎㅎ

yujulovesake 2019-02-09 21:05   좋아요 1 | URL
ㅎㅎ재밌긴 재밌어요 아주 재밌진 않지만 그냥 킬링타임용으론 괜찮아요ㅎㅎ하도 광고 많이 하길래 전 기대를 많이해서 그런지 기대보단 아주 많이 아쉬웠지만요ㅎ
 
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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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품인데 뒤늦게 읽었다.


우리나라에도 끔찍한 소년 범죄가 종종 일어나지만 일본에선 미성년자들이 정말 말도 안되게 끔찍한 살인 범죄도 저지르는 것을 뉴스나 tv에서 꽤 많이 접했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런 범죄를 지었음에도 마땅한 벌을 주지 않는 국가와 법.
*


어린 딸이 사고사로 위장된 살해를 당하고, 범인은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중학교 1학년 b반의 학생이다.
그러나 범인과 사건의 실체를 알면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법의 심판에 맡겨봤자 제대로 된 벌을 받지 못한다는걸 잘 알기에 교직에서 물러나 직접 딸의 복수를 계획하게된다.
*

이 책은 그냥 하나의 시선에서 서술해나가는 평범한 방식의 구조가 아닌, 사건 당사자인 선생님이자 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시점, 범인들인 중1아이들 시점, 범인의 가족 시점, 같은 반 학생의 시점을 차례로 보여주며 사건 그 자체만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제각각 형성된(혹은 미완성된) 인격체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며 인간 자체의 그늘과 관계의 삭막함을 보여준다.
어린아이가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 자체의 섬뜩함 너머의 학교라는 공동체 집단의 소란스러움과 메스꺼움, 열등감, 열등감을 가진 부모, 인간들 각자의 이기적임이 잘 그려져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박감 넘치는, 통쾌한 스릴러가 아닌 어딘가 불편하고 무거운 스릴러라서 단순한 ‘재미’를 기대했던 나에겐 사실 살짝 아쉬움도 있었지만 재미 이상의 여러가지 철학을 남긴, 작가 자신의 개성을 정확하게 드러낸 이 소설 있는그대로의 모습이 작품 자체로서는 마음에 들었다. 여성작가의 시선에서 그려낸 모성애적 감상에서 비롯된 씁쓸한 온화함과 사회에 대한 냉정한 시선의 조화가 인상적이었고, 읽는내내 감돌던 서늘한 분위기도 높게 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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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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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88년생 남자. 젊은 편이다.
이 책에 들어있는 소설들 역시 젊다. 책을 읽으면서 젊다, 내 세대구나. 라는 느낌을 받은건 아주 오랜만이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딱 현재의 이야기와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그려져있다.
가독성이 좋아 술술 잘 읽혔다.
딱 현시대의, 당장 주변에 있을만한 이야기들이 줄을 이어 친구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묘한 오락성을 가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의 자극적임과 우리나라 특유의 혼란스러운 정서가 조화롭게 뒤섞인 느낌이랄까.
가식적이지 않음과, 약간의 똘기와, 복잡한 생각들과, 자아분열과, 우울증과, 조울증 등등의 현시대에 어울릴만한 메스꺼움이 씁쓸한 웃음을 남긴다.

게이도, 인스타그램 중독자도, 사디스트도, 마조히스트도, 아웃사이더도, 사회부적응자도 전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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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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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이 너무 좋아서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을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장 넘기면서 왠지모를 흐뭇한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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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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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와 형사 이야기를 다룬 추리소설이다.
등장인물도 많고 야쿠자 파도 여러 파가 나와서 읽으면서 이름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약간 헷갈리기도 했는데, 금방 적응되어서 뒤로 갈수록 점점 몰입도가 높아졌다.
영화 ‘무간도’나 ‘신세계’가 은근슬쩍 떠오르기도 한다.
스토리 자체는 전혀 다르지만 맥락과 분위기는 많이 닮았다.
후반에 반전이라면 반전일수도 있는 부분이 꽤 감성적이면서 냉소적이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다. 소름이 돋거나 신선한 느낌의 결말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의 큰 여운을 만들어냈다.
작가가 영화감독 ‘후카사쿠 긴지’을 좋아해서 그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되어있는데,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다지 그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한참 감성적이고 여성적인 느낌이다.
표지에서 칭찬일색하는 것 만큼 대단한 수작까지는 아니지만 섬세한 묘사들로 영화적인(시각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는 꽤 볼만한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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