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예찬 - 반짝이는 사유의 조각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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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예찬 

_반짝이는 사유의 조각들 

#현진 #담앤북스 


책 사이사이에 예쁜 엽서가 있다. 살짝 힘을 주고 빼려 해도 나오지 않아 살짝 당황했다. 

모아진 글의 분위기가 바뀔 때마다 작가님의 손글씨가 적힌 예쁜 엽서가 책과 하나 되어 끼워져 있는 것이다. 

엽서의 풍경은 스님이기도 하신 작가님이 머무시는 마야사의 풍경 중 하나일 것이다. 

언제고 마야사를 찾게 되면 보물찾기 하듯 엽서의 사진을 촬영한 그곳을 하나하나 짚어보리라 생각해 본다. 

엽서에는 겹벚꽃, 구절초, 목수국이 있었으니 방문은 한 번으로 안되리라. 


속이 좁고 편협하여 딴지 걸기를 좋아하는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정원보다 텃밭이 낫지 않은가? 책 속에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텃밭을 가꾸고 그것으로 나눔 하고... 


내가 이렇다. 

앉아서 편히 하는 비판.. 트집.. 결국 내 집 한편에 무엇하나 심지 않고 가꿀 배짱도 실력도 없으면서 남이 하는 것에 교과서적이며 실용적인 묻지 않은 대안을 툭 던진다. 아니나 다를까 나 같은 사람을 몇 만나신 모양이다. 

대답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헐뜯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툭 혼내신 뒤 정원과 텃밭의 구분을 굳이 두지 않는 이야기가 나온다. 

속세에서 모든 것을 효율성에 맞춰 생각하고 내게 정원과 꽃, 나무는 무용하다는 내 틀에 갇혀서 작은 정원이라도 만들고 가꾸면 그곳이 그 사람의 '정토세계'가 된다는 말을 깨닫기 위해서는 난 얼마의 시간을 더 책을 읽고 수양해야 하는지... 

시간을 담고 서 있는 정원의 나무처럼 나도 시간을 안고 품어야 될 일이라 생각해 본다. 


일본식 정원에 대한 언급에서도 책을 읽으며 대놓고 혼자 툴툴거렸고, 낙엽을 바로바로 쓰는 부분에서도 삐죽거렸다. 


다 알고 계신 듯하다. 

어느 부분에서 어떤 독자들이 무엇을 못마땅하게 생각할지를... 

역시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으려는 욕심은 없으신 듯하다. 

낙엽을 매번 쓸고 있는 이유를 포함해서 특정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취향대로 자신의 정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인상 깊었던 문장을 옮겨본다. 


'봄꽃이 순서대로 피듯 인간사도 예외일 수 없다. 모든 일이 순서대로 이루어져야 평온한 일상이 된다.' 

'조사부사자사손사' '죽을 사'를 잔뜩 넣어 놓은 게 썩 내키지 않았다. 이를 알아챈 선사가 다음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보다 더 좋은 가훈이 어디 있소? 할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아들이 죽고, 아들이 죽은 다음에 손자가 죽어야 하지요. 이 순서가 바뀌어 부모가 자식의 상을 치르지 않는다는 뜻이오.'... 뭐든 순서를 어기면 조화롭지 못하다. 장미가 피었다고 옆의 능소화가 시샘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봄이 되면 매화가 필테고.. 다음에는 목련이 피는 순서라고 읊으며 그 꽃을 찾는다. 순서대로 피는 봄꽃의 이어달리기... 앞서거나 늦거나 하면서 피고 지는 꽃처럼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빠르게 그때를 맞이하는 것이다. 이것을 알면 모든 일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사람의 일도 순서대로 하나씩 성취되는 까닭이다.라는 작가님의 사유가 보태지는 것이 참 일화와 사유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땅에 씨앗을 심고 시간의 시를 쓰는 곳이 정원이다.' 

'상대방은 내 기대를 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닌데...' 

'탄광이 무너져 사망한 사람 1명은 시계를 갖고 있던 광부...'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만 사랑하는 사람..' 

'일상에서 집착보다 집중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꽃은 무심히 향기를 내고 있는데 나는 마음을 꽃에 두고 바라보고 있구나.' 

'바람이 절을 쓸고 달이 법당을 밝히거늘 무엇을 걱정하랴'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 같다. 

주인공이 답답한 마음을 풀러 고즈넉한 곳에 자리 잡은 사찰, 암자에 가서 차 한 잔 앞에 두고 수양이 깊은 스님에게 무언가 뻥 뚫리고 쿵 하고 뭔가 깨달음을 얻게 되는 한 마디를 듣는 순간.. 그 한 마디 같은 문장들을 다 옮기기엔 지면이 부족하다. 단 화두는 한결같다. 흙, 풀, 나무가 있는 정원이다.


#도서협찬 #책추천 #정원예찬 #정원 #마야사 #현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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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 - 인종차별, 헛소리에 지지 않고 말대답하기
박중현 지음 / 드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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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 

_인종차별, 헛소리에 지지 않고 말대답하기 

#드루 #박중현 #인종차별 


이 책이 여느 다른 책과 다른 점이 있다. 

읽고 나면 시원해진다. 

뭔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지적인 호기심이 해결되었을 때의 시원함 같은 것이 있다. 

인종차별에 대해 작가는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그 대답을 읽고 나면 아마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명쾌하고 시원한 느낌... 


교과서라면 대단원이라고 할 챕터를 구분하는 색이 분홍색이다. 

보통 표지색과 비슷한 색이나 회색 정도에서 음영을 조절하여 가독성 좋게 표현된 책만 보다가... 

분홍색에 흰 글씨가 너무 어색하고 사실 가독성이 떨어져서 혹시 일부 독자들의 불만을 살까 내가 다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왜 굳이 작가님은 분홍색을 써서 차례 글씨, 챕터와 챕터를 구분하는 속지를 표현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얗다고 말하는 하얗지 않은 그들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책 제목, 부제, 내용과 책 속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감추는 것이 없이 시원스레 다 드러내고 있다. 


안 그래도 고1 통합사회에서 문화에 대한 수업을 하고 있는 데 사례나 전달할 지식과 정보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서 웃음이 나온다. 

학생들에게 말해주면 좋겠다. 싶은 문장을 필사하다 보니 이면지로 서너 장 후딱 채우고 이렇게 서평을 쓰려고 다시 보려 하니 너무 많아서 다 옮기지 못해 아깝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습니다. 20대에도 똑같고 30대에도 똑같고, 40대에도 똑같고, 50대에도 똑같다가 60대가 되면 모두 다 요다가 되어버려요.' 

라는 웃기라고 한 농담의 인종차별에서... 


하나국어를 할 수 있기에 채용해 놓고서는 '당신들이 한국인 승객과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민원이 접수되었다. 한국어를 쓰지 마라.'라는 어이없는 갑질의 인종차별 사례를 보태고... 


'어떤 종류의 아시안이야?' 

'너네 집안사람들은 어디 출신이야?' 

'Where are you FROM! FROM?'


FROM을 굳이 두 번 묻는 질문으로 같은 미국인 이면서도 출신으로 분리하고 경계를 삼으려는 차별의 태도.. 


그리고... 


알듯 말듯한 미묘한 차별_마이크로어그레션(이게 무슨 차별이냐?라는 방어할 틈을 만들고 하는 차별이기에... 핵심은 상대방을 구분하고 수치심을 주려는 '잠재의식'이 발동.. 비열한 마인드가 깔려있다.)까지.. 


이 책은 다양한 차별의 사례를 소개하고 그에 따른 원인과 대처를 말해준다. 

원인을 논할 때는 문화인류학적인 전문성도 드러나며 대처에는 단오함이 묻어난다. 

단순히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와 구조적이고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차별 역시 비판해 마지않는다. 

고정관념과 얼굴색을 포함한 인종적 편견의 실체, 구조적인 신념과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문화, 식민주의의 유산으로 보는 차별과 인종적 증오까지... 

한 장 한 장을 한 차시의 수업으로 만들어 책 전체를 문화에 대한 수업에 적용하고 싶은 욕심이 자꾸 난다. 


이와 같은 차별은 개인에게 트라우마가 되며, 또한 이런 차별의 누적은 직접 당하지 않더라도 영혼의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아픔이 자신의 고통이나 죄책감, 자기 처벌 의식으로 치환되어 함께 상처가 된다. 누군가에게 쉽게 상처를 주는 혼란스러운 세상(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 사람들은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다.)을 바라보며 더욱 고통스러운 내적 갈등을 겪게 되는 경우를 생각할 때 자신과 타인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며 모든 인간이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한다고 한다. 

결론은... 

모두 함께 노력해서 모두 상처받는 일을 없애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도우려는 '타인' 말고 '동등한 파트너'로서 말이다. 


서평을 마무리할 때 가끔 하는 표현이 있다. 그 표현을 적용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록하고 마무리해야겠다. 


한번 더 읽어야겠다. 


#도서협찬 #하얗지않은데왜백인인가 #인종차별 #차별 #책추천 #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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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박찬일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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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박찬일 #에세이 #창비 


왜 제목이 망할 토마토인지 첫 장부터 웃음이 나온다. 

특히 '네, 종류별로 있습죠. 찰도마도랑 방울도마도입죠.'라고 대답한 채소 공급상의 말에는 웃기려고 한 것이 아닌데 작가님이나 독자인 내게는 빵 터뜨리는 농담이 되어버렸으니...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논쟁에 대한 짧은 소개도 흥미롭다. 

꽃 피우는 식물의 씨방이 발달한 것이니 과일이다. 과학자들의 소견이란다. 

헌데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세금을 물리기 위해 토마토를 채소라고 판결 내렸단다. 근거는 후식으로 안 나와서? 

뭐 이러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면서 이 책은 처음부터 재밌게 읽히기 시작한다. 

한국사람인 작가님에게 토마토는 과일이란다. 

설탕을 넣어... 물이 적당히 나온... 이 느낌은 나도 백 퍼센트 공감하는 부분이다. 입에 침이 고인다. 괜히 두어 번 쩝쩝거리게 되고 말이다. 

이렇게 실없는? 그렇지만 재밌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요리에 쓰이는 다양한 모양과 색, 맛의 토마토 이야기가 나오며 작가의 전문성이 발휘된다. 

이후 가지에서... 조개... 홍합... 끝도 없이 이분 쫌 대단하다 싶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제일 관심 있었던 부분은 쌀로 만든 요리 이야기였다. 

안 그래도 일주일 전 즈음 쌀, 밀, 옥수수를 중심으로 음식 문화권에 대해 수업을 했었다. 

성의 없게 쌀이 주된 재료인 음식은 쌀밥, 쌀국수, 밀은 다 알지? 빵, 국수 그리고 옥수수는 타코, 또르띠야... 뭐야! 또르띠야 몰라? 이런... 

뭐 이렇게 말이다. 


p43을 읽고 한참을 반성했다. 

'필레프는 리소토와 비슷하지만 쌀의 종자가 달라...' 

'차오판은 미리 해둔 밥을 고명과 함께 센 불에 볶아 밥알 사이에 기름막을 입히는 요리...' 

'파에야는 리소토와 비슷하지만 육수를 부어 밥을 짓는다는 점이...' 

그럼 이탈리아의 리소토는? 

"씻지 않은 쌀에 셜롯을 넣고 살살 볶아야 하네. 쌀알이 끓는 버터액을 몸에 두를 정도까지만." 

쌀알이 깨지 않도록...이라는 주의를 주는데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주걱이야기이다. 

백 년쯤 묵은 나이 든 올리브나무 주걱이 리소토를 더 맛있게 만들어준다고....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하나 다 얼마나 신경을 쓰며 만들어 내는 요리인지 깨진 쌀을 쓰지 않고 마무리에 쌀의 심이 살아 있을 때까지... 그 쌀이 제 몸에 들어 있는 전분을 육수에 내어주고 다시 그 육수가 쌀의 전분을 빨아들인 후 다시 쌀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의 반복을 읽다 보면... 참 이건 뭔가 싶다. 후루룩... 호다다닥 먹어 치우는 음식이면 안 되는 거였다. 


p82 봄이 오면 달그락 조개.... 

이 책이 놀랍다는 것은 바로 먹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당장! 

음식을 이야기 한 책의 성공여부는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여기를 읽으며 예전에 변산반도 이름 모를 식당에서 먹었던 백합탕, 백합죽이 그렇게 먹고 싶다. 

진짜 내일 출근일이 아니었다면 난 바로 떠났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 때문이다. 작가님 때문이고... 


미각을 일깨우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p123 '아이슬란드 홍어 그들은 차별하지 않는다'를 읽다 보면 이 책 속의 글들이 단순한 음식 이야기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어를 삭힌 하우카르틀, 홍어 날개를 볶아 먹는 그들에게 없는 우리의 부끄러움... 

왜 음식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구분하냐는 되물음에 할 말이 없어지는... 

몰이해와 차별의 언어로 '홍어'라는 낱말이 돌아다니는 현실... 을 꼬집는다. 


아귀도 있고 비계도 나오고 이빨자국 있는 햄을 찾는 부대찌개에 전주 국밥, 제노바의 파스타가 나온다. 

분홍색 소시지에 눈길이 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잔치도 이런 잔치가 없다. 

뷔페도 이런 뷔페가 없고 말이다. 

지식과 정보에 감동이 또 한 사발이다. 

작가님의 또 다른 책 #밥먹다가울컥 옆에 책 앞표지 한번 스윽 쓰다듬고 고이 꽂아놓는다. 

귀한 지인에게 추천해서 선물할 때까지 고이고이... 


#도서협찬 #뜨거운한입 #망할토마토기막힌가지 #음식이야기 #에세이 #창비 #제철재료 #노포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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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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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가제본 #장편소설 #창비 


가제본으로 읽기 시작해서 과연 이 책의 결말을 볼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끝은...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운 결말이다. 

그리고 요즘 계속 드는 생각... 

귀한 작가, 감독님들이 많고 흥미진진하고 전 세계 사람들도 홀릴 만한 문학, 영화 등이 만들어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우린 정말 아프고 쓰린 기억이 많은 민족이라는... 


어느 페이지에선가 양반들을 다 싸잡아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지 않아. 네가 입안의 혀처럼 명령에 복종할 때는 여동생처럼 대해주다가도 심기를 거스르면 다시 하인 취급을 하지' 


계급이 있어 불평등했고, 근대로 들어왔어도 우리끼리의 계급과 계층에 더해 타른 나라의 간섭을 받아야 했고, 사상에 따라 밤낮 색깔로 위아래가 또 정해지고 이제는 부자와 가난한 자에 따라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이 나뉘는 시기를 관통 중이며 여전히 뭔가 정리되지 못한 채 아직도 어수선한 시기이다. 

단순히 지배층의 갈등에 아버지가 죽고 가족이 해체되어 오빠를 찾아 나서다가 찾았으나 비극을 맞고 다시 일어서보려는 굵직함으로 이 글의 전체와 이글의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그 사이사이 너무 말할 것들이 많은 아픔과 슬픔, 잔인함과 인간으로서 도저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이 우리 손으로 자행되는 것들을 본다. 등 떠밀려서 해야 하고 나쁜 일임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두려움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숨이 턱 막히는 상황들.. 

개인적으로 그런 시간들이 지나온 시절을 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며 또 오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이 교차한다. 


특히... 소설 속 이 부분... 


'죽은 사람을 보는 것은 고역이지. 하지만 코를 없애면 그자들이 이교도라는 사실이 떠오르거든. 사악한 자들이라는 것이 말이야.' 


악인이다. 

물론 그전에 불행한 사람이고 불우한 환경 속에 처해있으며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악을 행하기로 한 순간부터... 그 사람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살해한 자를 쳐다보는 자신의 고통스러움 때문에 그 시신의 코를 다시 베어내는 인간의 무지막지한 이기적인 행위가 나온다. 

처참하다. 

소름이 끼친다. 

그를 움직인 것은...'수치심'인데... 그 행위가 저리 잔인하단 말인가? 


'기존의 세상과 새로운 세상이 충돌하면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법이야. 우리 다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모두가 상처를 받을 테니까' 


그 당시 기존,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나타낸 문장을 읽은 적이 있어서 옮겨본다. 

'저것들은 대체 누구인가. 저것들은 왜 저러는가. 왜 죽여도 또 번지는가. 저것들은 어째서 삶을 하찮게 여기고 한사코 죽을 자리로 나아가는가... 임금은 그것을 물었으나 신료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받지 못한 의문은 두려움이 되어 번져나갔다.' 

그리고 '저것'으로 표현된 사람들은 그 시절 목숨을 걸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변화를 꾀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요즘 역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세상은 무척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세대 간 갈등을 포함하여 그래서인가? 모두 상처받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이? 단단히 각오해야 하는 것 말고 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리학의 세상에서 실학을 배운 학자들로부터 세상이 변화하는 시기 정약전과 공부하고자 하는 가난한 흑산도 청년을 다룬 자산어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성리학과 실학을 벗으로 두고 상대를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내가 더욱 성장하는... 해법은 이미 우리 조상들이 제시해 주었다. 


모두 상처받기보다 이전과는 또 다른 상처를 우리가 서로 주고받지만 해답이 있으니... 실천하려는 노력을 좀 더 기울인다면... 소설 속에 나오는 수많은 상처를 볼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도서협찬 #서평 #잃어버린이름들의낙원 #2024톨스토이문학상작가추천 #김주혜추천 #역사미스터리 #소설 #미스터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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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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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에세이 #사계절 


오늘은 2025년 스승의 날이다. 

언제부턴가 정말 어색해진 날이다. 

아이들도 뭔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날이고, 우리끼리 자축하기에도 좀 그런 날이 되어버렸다. 


조용한 내 방에서 '어떤 어른' 서평을 써보는 것으로 스승의 날 마무리를 해보려 한다. 

오늘 하루 중 반가운 연락과 누군가에겐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 어쩔 수 없음이라고 두 마음이 교차하는 어수선한 상태를 깊은 날숨과 들숨으로 차분하게 정리해 보면서 말이다. 


오늘 난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었을까? 어떤 선생님인가? 생각해 본다. 

작가님이 오랜 시간을 두고 '어쩌면 좋아요', '열일곱 살이면', '어른의 어른'을 생각해 오고 그 나름의 결론을 책으로 엮었 듯 오늘 난 지금 이 아이들에게 98년 임용 후 아니... 어른이라도 말할 수 있게 된 나이부터 오늘까지 누적된 모습으로 그들에게 '어떤 어른'인지... 


[이웃 어른] 


이른 아침, 즉 출석을 체크하는 담임 선생님의 아침 조회 전... 

나이 많은 부담임을 챙기려는 부산함이 복도에서 느껴진다. 

쑥스럽기도 하고 안 나온다고 버티는 늙은 부담임에게 서운함을 표한다. 

암튼 노래를 부르고 초에 켜진 불을 끄라고 해서 '훅' 단박에 꺼버렸더니 전세가 역전되었다. 

녀석들 케이크 선물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가져가 버린다. 담임 선생님께도 써먹을 속셈이다. 으휴... 

하는 짓이 귀엽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장난 아닌 장난이 신나는 모양새인 녀석들 얼굴이다. 

어느 정도 친하지 않다면 못하는 장난.. 난 적어도 이웃에 사는 얼굴만 아는 이웃 어른보다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숙한 좋은 어른에 범주에 들어간다고 장담해 본다. 그래서 웃음이 나온다. 


[다양한 역할의 선생님 중 그저 한 명] 


그럼 스승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꿈 쩍 안 하고 한마디 말 건네지 않은.. 그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또 어떤 어른인가? 

내가 뭐 잘못한 일이 있나? 서운하게 한 일은 무엇인가? 그냥 내가 싫은가? 생각해 본다. 

그러다 금방 고민을 중단한다.


오래 고민할 필요 없고, 자책할 필요는 더욱 없다. 


'시절인연' 


그들에게 '좋은 선생님' '좋은 어른'을 만나는 곧 올 것이다. 

올해 이 순간 그저 그 역할에 내가 아닐 뿐이다. 무리하게 그 이상의 주연을 맡으려고 억지를 부리면 더 부담스러워질 뿐... 

그저 난 2025년 그들이 만나는 다양한 역할의 어른 중 한 명으로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임으로 추후에라도 나쁘지 않은 기억에 남는 어른이 되거나 다양한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에 일조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이렇게 스스로 안정을 찾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 내 역할을 존재를 인정하며 사는 것이 사실 내게도 중요해지는 오늘이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배웠다] 


모두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기는 하다. 

재학생 말고도 졸업한 아이들과의 만남이 오랜만에 이루어지는 날이다. 

몇몇 졸업생이 직접 찾아와 주었고, 그들의 직접 못 오는 경우 선물이 배달되는 경우가 있다. 

공익근무 가기 전 즉 나 출근하기 전인 7시 즈음 내 책상에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두고 간 녀석도 있다. 

근사한 떡을 보내줘서 교무실 샘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할 수 있게 해 준 녀석도 있고... 

그 녀석들 모두 열일곱, 열아홉에 내가 주었던 관심을 통해 사랑받았다는 것을 배운 것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본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느낌을 감사히 여기고 오늘 같은 날을 빌어 고맙다고 인사해 주는 그때 그 어린이... 청소년? 

그 어린이에게 '어떤 어른'이었던 나... 좋은 어른이었겠지라고 조심스럽게 점수를 매겨본다. 


모두에게는 불가능할지언정 

많은 열일곱, 열여덞, 열아홉 고1~고3 학생들에게 '좋은 어른'으로서 그들이 내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행복해하면 참 좋겠다. 

난 그저 묵묵히 좋은 어른이 되는 연습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전제를 잊지 말고 말이다.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면 더 나은 어른이 되는 수밖에 없다.' 


#도서협찬 #어떤어른 #김소영에세이 #어린이라는세계 #나라는사람의안쪽으로걸어들어가면어린이의마음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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