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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박찬일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박찬일 #에세이 #창비
왜 제목이 망할 토마토인지 첫 장부터 웃음이 나온다.
특히 '네, 종류별로 있습죠. 찰도마도랑 방울도마도입죠.'라고 대답한 채소 공급상의 말에는 웃기려고 한 것이 아닌데 작가님이나 독자인 내게는 빵 터뜨리는 농담이 되어버렸으니...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논쟁에 대한 짧은 소개도 흥미롭다.
꽃 피우는 식물의 씨방이 발달한 것이니 과일이다. 과학자들의 소견이란다.
헌데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세금을 물리기 위해 토마토를 채소라고 판결 내렸단다. 근거는 후식으로 안 나와서?
뭐 이러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면서 이 책은 처음부터 재밌게 읽히기 시작한다.
한국사람인 작가님에게 토마토는 과일이란다.
설탕을 넣어... 물이 적당히 나온... 이 느낌은 나도 백 퍼센트 공감하는 부분이다. 입에 침이 고인다. 괜히 두어 번 쩝쩝거리게 되고 말이다.
이렇게 실없는? 그렇지만 재밌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요리에 쓰이는 다양한 모양과 색, 맛의 토마토 이야기가 나오며 작가의 전문성이 발휘된다.
이후 가지에서... 조개... 홍합... 끝도 없이 이분 쫌 대단하다 싶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제일 관심 있었던 부분은 쌀로 만든 요리 이야기였다.
안 그래도 일주일 전 즈음 쌀, 밀, 옥수수를 중심으로 음식 문화권에 대해 수업을 했었다.
성의 없게 쌀이 주된 재료인 음식은 쌀밥, 쌀국수, 밀은 다 알지? 빵, 국수 그리고 옥수수는 타코, 또르띠야... 뭐야! 또르띠야 몰라? 이런...
뭐 이렇게 말이다.
p43을 읽고 한참을 반성했다.
'필레프는 리소토와 비슷하지만 쌀의 종자가 달라...'
'차오판은 미리 해둔 밥을 고명과 함께 센 불에 볶아 밥알 사이에 기름막을 입히는 요리...'
'파에야는 리소토와 비슷하지만 육수를 부어 밥을 짓는다는 점이...'
그럼 이탈리아의 리소토는?
"씻지 않은 쌀에 셜롯을 넣고 살살 볶아야 하네. 쌀알이 끓는 버터액을 몸에 두를 정도까지만."
쌀알이 깨지 않도록...이라는 주의를 주는데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주걱이야기이다.
백 년쯤 묵은 나이 든 올리브나무 주걱이 리소토를 더 맛있게 만들어준다고....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하나 다 얼마나 신경을 쓰며 만들어 내는 요리인지 깨진 쌀을 쓰지 않고 마무리에 쌀의 심이 살아 있을 때까지... 그 쌀이 제 몸에 들어 있는 전분을 육수에 내어주고 다시 그 육수가 쌀의 전분을 빨아들인 후 다시 쌀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의 반복을 읽다 보면... 참 이건 뭔가 싶다. 후루룩... 호다다닥 먹어 치우는 음식이면 안 되는 거였다.
p82 봄이 오면 달그락 조개....
이 책이 놀랍다는 것은 바로 먹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당장!
음식을 이야기 한 책의 성공여부는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여기를 읽으며 예전에 변산반도 이름 모를 식당에서 먹었던 백합탕, 백합죽이 그렇게 먹고 싶다.
진짜 내일 출근일이 아니었다면 난 바로 떠났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 때문이다. 작가님 때문이고...
미각을 일깨우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p123 '아이슬란드 홍어 그들은 차별하지 않는다'를 읽다 보면 이 책 속의 글들이 단순한 음식 이야기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어를 삭힌 하우카르틀, 홍어 날개를 볶아 먹는 그들에게 없는 우리의 부끄러움...
왜 음식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구분하냐는 되물음에 할 말이 없어지는...
몰이해와 차별의 언어로 '홍어'라는 낱말이 돌아다니는 현실... 을 꼬집는다.
아귀도 있고 비계도 나오고 이빨자국 있는 햄을 찾는 부대찌개에 전주 국밥, 제노바의 파스타가 나온다.
분홍색 소시지에 눈길이 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잔치도 이런 잔치가 없다.
뷔페도 이런 뷔페가 없고 말이다.
지식과 정보에 감동이 또 한 사발이다.
작가님의 또 다른 책 #밥먹다가울컥 옆에 책 앞표지 한번 스윽 쓰다듬고 고이 꽂아놓는다.
귀한 지인에게 추천해서 선물할 때까지 고이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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