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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에 머물다 - 노자 그 한 줄의 깊이
장석주 지음 / 테오리아 / 2022년 5월
평점 :
오늘 아침 조금 마른 듯한 대청호를 소나무 숲 속에 앉아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참 좋았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10년 넘도록 못 만나다가 만난 여럿 친구들과의 늦은 밤까지 수다도 좋았으나, 숲 속에서 너른 물을 바라보는 혼자의 시간도 참 좋았습니다.
책 내용대로 아무것도 안 했지만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었던 시간이었네요.
모인 친구들 모두 행복하고자 누구는 더욱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누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세상의 즐거움을 찾는 방법은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내가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이고 말의 형용으로 찾고자 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어찌해야 하는지 설명하려는 것 역시 도의 궤도에서 벗어난다고 책이 말해주네요.
내 이름 말고 내가 어떻게 불리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의미를 부여하는 이름이 없어서 속상했던 적이 있었는데...
나의 의미를 증폭시킬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름의 부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름에 귀속되지 않는 내 실재가 더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이름은 본질이 아니고 실질의 손님이라며, 도는 무명이라는 가르침에 실재에 부여하는 고민과 노력을 좀 더 갖고자 합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아닌 지붕이 있는 거처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역량과 실질적인 안식처를 드디어 마련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겠죠.
더불어 이런 노력은 바다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조급하지 않아야 하겠네요. 하늘에 그물망을 친 것처럼 하늘의 도를 따라 천천히 지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느긋하게 도모하는 힘을 키워야겠습니다.
이 정도 읽고 보니 책을 외워버리고 싶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촘촘히 가장 옳은 선택을 하도록..
그러나 외우려는 노력이 혹시 무위에 어긋나고 내 즐거움을 찾는 여정에 반하는 잘못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채기를 하다 따끔한 허리에 통증을 느낀 듯 잠시 생각을 멈추었습니다.
역시 잠시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겠어요. 아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닌 고요 속에 잠시 머물러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선택은 책을 책꽂이 잘 보이는 한쪽에 꽂아두기로 했습니다.
바라봄과 바라보임 사이에 존재하면서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낙과하는 복숭아처럼 되지 말고 무르익힌 힘으로 내 눈으로 바라보는 것과 남에게 바라보이는 내 모습이 옳고 또 옳은, 즐겁고 또 즐거운 발현되는 생을 살았으면 좋겠네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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