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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ㅣ 다봄 청소년 문학 톡! 1
케이트 다비셔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리엇..
아니 나도 해리라고 불러야겠다.
해리는 샘에게 해리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말이다.
해리는 잠깐 샬롯과 자신의 처한 상황을 비교한 적이 있다..
누가 더 힘든지..
나도 잠깐 해리랑 비교해보게 된다...
그리고 보태어 주변에 힘들어하는 내 학생들.. 동료들을 돌아보게 된다. 나보다 힘들다고 말하는.. 그들을..
상대적인 빈곤처럼 상대적인 불편과 고통 때문에 절대적인 불편함은 가끔 잊히고는 한다.. 절대적인 불편함을 안고 태어난.. 사람들의 그 불편함..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싶은 삶은 어떨까?
소리 내어 말해도 소용없고
소리 내어도 두 번 이상 대답해야 하고, 내가 말한 것을 나는 알아듣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는데 내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운 불편..
해리는 이러한 자기 상황을 알아주는 어설픈 배려도 싫다. 물어보아봤자 소용없다는 할머니의 태도에 먼저 엄마가 찬장 끝에 있는 고리에 체를 걸어 놓았다고 알려 주지 않고, 휠체어를 밀어주는 '누구'는 너무 중요하다.
'누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음 책 문장에서 알 수 있다.
"누가 밀어주어야 다닐 수 있다는 건 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가졌던 작은 독립성을 포기하는 건 끔찍했지만 적어도 점심시간에 함께 시간을 보낼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해리는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몸처럼 혼자 있는 시간도 부풀어 오르고 커지며 그에 따라 불편함도 커진다.
그래서 해리는 마음을 띄운다. 드론처럼? 아니 팅커벨처럼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시내로...
그래도 이런 와중에 해리에게 희망은 엄마이고 제이크이고 출장을 갔지만 아빠가 있고 새로 태어날 아기가 있고... 그리고 해리의 존재를 어려워하고 번거롭게 생각할 거라 생각했던 할머니가 책 뒷장으로 갈수록 챙겨주는 음식에 변화가 생기고, 바다로의 산책, 머리 손질을 같이 하는 장면까지.. 결국 이모에게 할머니의 평가를 달리하는 해리의 편지에서 해리에게 가족이 있어 다행이구나...라고 글 마지막을 적을 수 있어 나 역시 다행이다.
책에서 한 문장을 꼽으라면...
거실에서 영화를 한편 보는 장면... 아무래도 뮬란을 본 듯하다.
'한 아름다운 중국 소녀가 소년인 척하고 아버지 대신 전쟁에 나가야 하는 내용이었다. 멋진 영화였다. 자신이 잘못된 몸에 들어가 있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난 너무도 잘 알았다.'
그래서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해리에겐 필요했을 것이고... 가족이 있고 샬롯과 샘이 있어서 다행이다...
청소년 소설이니 교훈까지 챙겨보면...
나도 잘못된 몸에 들어가 사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사는 사람들 주변에서 샘처럼 샬롯처럼 그들이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편한 사람이 보탬이 되는 가족과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져본다.
*^^*